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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加 최악의 정전사태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3-08-14 00:00

자동차·행인 뒤범벅 '아수라장'...암흑속 약탈도
14일 오후 4시(한국시각 15일 오전 5시)가 조금 넘은 시각.

2001년 9·11 테러 공격으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WTC) 자리에서 한 블록 떨어진 브로드웨이 거리로 갑자기 사람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거리의 신호등이 꺼지고 도로가 자동차와 행인으로 뒤범벅되면서 순간 일대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극심한 교통 혼잡으로 버스는 도로에서 꿈쩍도 않고, 지하철은 운행을 중단했다. 사람들은 일제히 업 타운(맨해튼 북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불길한 예감에 정신없이 걷는 사람을 붙잡고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았다. “갑자기 형광등이 나가면서 비상벨이 울리고 비상등이 켜졌습니다. 전화도 불통이었죠. 순간 ‘혹시 또 테러가...’라는 불안감이 덮쳐 왔지요. 모두가 비상 계단을 통해 1층으로 내려왔습니다.” WTC 옆 건물에서 근무하는 닐사 콜론(Colon)이라는 젊은 여자는 조금 전 사무실에서 벌어졌던 상황을 설명하면서 떨고 있었다.



곧이어 뉴욕 경찰이 비상 경계에 돌입했는지 하늘에서 헬리콥터 소리가 들렸다. 거리 한쪽 구석에 행인들이 발길을 멈추고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미국 동북부 일대에 정전 사고가 발생했다”는 뉴스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다행이다….”



상점들이 정전으로 이미 일제히 셔터문을 내린 탓에 거리의 행상들은 물과 음료수를 찾는 손님으로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1달러 하던 물값은 이미 2달러로 뛰어올라 있었다.



한참을 걷자 차이나타운이 나왔다. 제과점 한 곳이 문이 열려 있어 들어갔더니 화장실 앞에는 줄이 기다랗게 늘어서 있었다. 갑자기 지하철이 끊겨 브루클린 다리를 걸어서 건너와 이곳까지 왔다는 니컬이라는 여자는 화장실 앞에서 30분째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오후 7시. 42번가 그랜드 센터널 기차역 주변.



뉴욕 교외로 떠나는 통근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고, 지하철역에서는 정전으로 지하철이 갑자기 멈추면서 지하에 갇혔던 승객들이 빠져 나가고 있었다. 코네티컷주에 살고 있는 엔지니어 짐 힐러(Hiller)씨는 벌써 2시간30분째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테러 행위는 아니다”고 확언했지만 그는 “동북부 지역 일대에 정전이 일어난 것을 보면 테러 냄새가 난다”고 의심했다.



길거리에는 체면 불구하고 원피스 차림으로 길게 누운 숙녀도 눈에 띄었다. 터미널 입구에는 무더위에 의식을 잃었는지 한 동양계 여인이 산소마스크를 한 채 응급 처치를 받고 있고, 한쪽에서는 적십자 차량에서 행인들에게 물을 나눠주고 있었다. 그랜드 센터널에 입주해 있는 하얏트호텔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손님들로 빈방이 없었다.



오후 8시30분이 넘어서자 어둠이 맨해튼을 덮치기 시작했다. 유엔본부 앞 고층아파트 주변 인도에도 주저앉아 있는 사람들이 넘쳤다. 퀸즈에 사는 조이스 매갈디(Magaldi)씨는 “집으로 돌아갈 방법이 없어서 맨해튼 친구 아파트로 왔더니 정전으로 엘리베이터와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아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면서 “오늘 밤은 꼼짝 없이 밖에서 지내게 생겼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맨해튼 소호지역에서는 일부 젊은이들은 길거리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밤늦게 문을 연 술집에서 파는 맥주를 사 마시면서 무더운 여름 밤을 즐기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뉴욕 일대 공항에는 정전으로 모든 항공기 출발이 중단되면서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는 승객들은 늦은 밤 항공사 직원들도 떠난 암흑에 뒤덮인 공항 바닥에 앉아 전기가 다시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반면 뉴욕증시는 정전 직전 장이 끝나서 증권 거래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채권거래는 시카고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거래되었다. 뉴욕증권거래소와 뉴욕연방준비은행도 비상 발전기를 가동, 업무에 차질이 없었다.





(뉴욕=김재호특파원 jaeho@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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