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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마틴의 부활과 홍석천씨의 결혼사진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5-07-05 00:00

올 봄 연방 하원국회 회기는 동성결혼 법안통과를 마지막으로 모든 일정을 마쳤다. 자유-신민당 합의로 개정된 예산안 법안처리를 중심으로 그 드라마틱했던 봄 회기를 3당의 입장에서 정리해 보고, 회기 마지막 법안인 동성결혼법 통과에 관한 이야기를 간략하게 하려고 한다.
 
먼저, 하퍼의 보수당은 정치적인 업다운을 철저하게 경험했다. *고메리 조사위원회 활동으로 4월초부터의 지지도 상승에 고무되고 *5월 18일 개정예산안 1차 투표에서 퀘벡당과 연계, 자유-신민당의 공조에 맞서 표대결, 국회해산을 노리나 1표차로 좌절 *그 후 보수당 그레월 의원의 녹음 테이프 사건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지지도 하락 직면 *동성결혼법안의 회기내 통과를 저지하려고 의사진행방해시도 *이에 폴 마틴이 회기연장이라는 강수를 던지자, 추가예산에 대한 최종투표를 월요일(6월 27일)에 예상, 표대결을 위해 소집령을 의원들에게 내린다(실제로, 5월 18일 표대결에서 자유당에 결정적인 힘을 실어준 두명의 무소속의원 중 먼저 팻 오브라이언 의원이 동성결혼 법안에 반대를 분명히 했으며, 척 캐드만 의원의 불참석 예상 등으로 인해 월요일 보수당의 표대결 승리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퀘벡당 배신(?)에 의한 3당의 공조로 6월 23일 표결에서 152대 147표로 개정예산안 통과를 지켜봐야 했다.
 
한편, 자유당에게 올 봄 회기는 아마도 93년 집권 후 최대위기를 경험한 시기일 것이다. *국회해산과 야당으로 밀려나는 절대절명의 위기에서 벨린다 스트로낙 보수당 의원의 자유당 입당으로 기사회생 *5월 18일 표대결 후, 정국안정을 선호하는 여론과 한달 여 동안 여론을 뜨겁게 달구었던 보수당 그레월의원의 녹음 테이프 사건을 계기로 지속적인 지지도 상승을 맛봄 *이런 지지도 변화에 정국의 주도권이 자유당에게 왔다고 판단, 회기 연장안을 던지고 뜨거운 감자였던 동성결혼법안을 회기 내 처리 시도 *보수당의 의사진행방해와 6월 27일 표대결을 위한 하퍼의 보수당의원 총소집령에 맞서 *퀘벡-신민당과 함께 23일 자정 국회를 기습적으로 열고, 추가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강수를 둔다.
 
끝으로 퀘벡당은 전락적 행보를 보인 봄회기였다. *고메리조사위원회활동의 최고 수혜자인 퀘벡당은 퀘백내 높은 지지율을 획득 *국회 해산 후 총선에서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하고 보수당과 연계하여 소수정부를 수립, 퀘벡 독립에 박차를 가한다는 퀘벡당의 정치 구상은 소수자유당정부를 5월 18일 투표에서 무너뜨리려는 시도에서 실패, 그리고 보수당의 지지도 하락 등으로 어렵게 되자 *동성결혼 법안에 대한 찬성당론을 지키는 것이 퀘백내 지지도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 *보수당과 등지고, 동성결혼 법안의 회기 내 통과를 위해 법안처리 차례가 먼저인 개정예산안을 자유당 및 신민당과 합의 하에 23일 자정에 최종 심의 및 투표 처리했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점은 23일 자정국회에서 투표시, 퀘벡당은 전부 반대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동성결혼법안에 찬성하기에 그 법안의 회기 내 통과를 위해, 1989년 나프타관련 법안 통과 때 이후 처음인 자정국회운영에 자유당 및 신민당과 합의했지만, 이날 밤 최종 투표한 개정예산안은 자신들이 보수당과 함께 반대해온 법안이라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이상과 같이 개정예산안을 둘러싼 연방정치에서는 지지도 변화에 따른 정국의 주도권 변화와 이슈(법안)에 따른 각 당의 입장차라는 정치적 변수들이 유기적으로 반응하며 이번 국회활동의 극적인 장면들을 만들어 냈다. 그리하여, 위기의 폴 마틴의 자유당은 부활했고, 동성결혼법안 통과라는 전리품도 챙겼고, 국회의 봄 회기도 끝났다. 그런데, 이 동성결혼법안통과의 후유증이 계속 불씨로 남을 여지가 없지 않다.  하퍼 보수당 대표는 이 이슈를 계속 거론할 것과 집권 시 법안폐지라는 카드로 다음 선거에 임할 것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보수당의 이런 행보 속에는 이 문제가 보수당의 취약 부분인 이민자들의 지지를 만회할 수 있는 좋은 이슈라는 관점도 있을 것이다.
 
한인들이 보는 동성결혼에 관한 시각은 어떨까? 지금, 미국 동성애자들이 캐나다에 와서 결혼식을 하듯이, 밴쿠버에 온 홍석천(또는 제2의 홍석천)씨의 결혼사진이 밴쿠버 조선일보 1면에 실린다면, 한인의 대다수가(최소한 아직까지는) 그에게 축복의 말을 할 수 있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동성결혼을 인정한다는 것은 결혼에 관한 정의가 종교를 비롯한 전통적 가치관에서 소수(minority)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가치 결정에 개인의 선택권을 우선시하는 관점으로 바뀌게 됨을 의미한다. 이 소수의 다양성 인정은 우리 교민사회의 이해와도 결부되기에, 이 문제는 우리 모두에게 한번쯤, 입장정리를 요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국회는 마지막까지 스릴 넘쳤던 봄 회기 여정을 마치고 9월 26일까지 마침내 긴 여름잠에 들어갔다. 

제공 MPS / idhan@sfu.ca
*MP Club의 단체명이 MPS(Multicultural Perspective Society)로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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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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