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시각] 중앙은행의 ‘말 바꾸기’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5-07-13 00:00

“유동성 긴축정책 전환의 신호탄?”

지난 12일, 캐나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현행 수준(2.5%)에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이 같은 중앙은행의 결정을 예견하고 있었던 터였지만 ‘금리 인상시점이 임박했다’는 발표는 금융시장을 흔들었다.

캐나다 달러화는 폭등했고 금리에 민감한 주식시장은 하락세로 돌아섰으며 채권시장은 요동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당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중앙은행이 이렇게 명확한 태도를 보인 것은 평생에 처음”이라며 비아냥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달 영국을 방문 중이던 데이빗 다지 총재는 금리인상 시점에 대해 “언젠가는 오를 것이지만 시간을 두고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지만 불과 1달만에 “조만간 반드시 올리겠다”고 말을 바꾼 것이어서 시장의 반응은 더욱 컸다.

경제 전문가들은 당초 빨라야 10월이후 금리인상이 고려될 것이라는 전망을 수정하고 중앙은행이 올해 2~3차례 금리를 0.25% 포인트씩 인상할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연말 캐나다의 기준금리는 최소 3.0%에서 3.25%가 될 것이며 2006년에도 금리인상은 이어질 확률이 높은 것으로 분석한다.

금융완화정책(저금리 정책)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이 소비자 신용 및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상황에서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물가상승 압력이 고조되자 점진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하려는 뜻이라는 풀이다. 그러나 금리인상을 통한 유동성 긴축 기조가 지속될 경우 逆자산효과(wealth-effect)가 발생할 우려가 있음에도 금리 인상을 서두르는 이유가 충분히 납득이 가지 않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는 비판적 견해가 없지 않다.

현재 각국의 중앙은행이 나서서 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노르웨이가 유일하고 유럽, 일본, 호주는 금리를 동결하고 있으며 부동산 가격 급등세가 진정국면에 들어선 영국은 금리인하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또 스웨덴은 지난달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 금리가 일부의 예상대로 3%선을 넘어 설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리인상 계획 발표는 캐나다 달러화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졌다. 12일 외환시장에서 캐나다 달러화는 하루 만에 0.95센트가 올랐다. 종가기준으로 미달러화대비 83.15센트를 기록해 16주 최고가를 갱신했다. 사실, 중앙은행의 발표를 미리 알기라도 한 듯  외환 딜러들의 캐나다달러 매입이 늘면서 최근 5일간 무려 3센트가 오르는 급등세를 보였다.

하지만 ‘루머에 사고 뉴스에 팔라’는 금융시장의 격언처럼 캐나다 달러화는 다시 조정국면에 들어갈 것이다. 기술적 분석상으로도 이미 저항선(technical resistance)인 83.33센트에 근접한 상황이고 지난 몇 개월동안 수차례에 걸쳐 돌파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던 경험에 비추어 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다음 주중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캐나다 달러화의 하락 폭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아무튼 이번 일은 정부 정책의 예측가능성과 책임자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우친 사건으로 기록될 듯 싶다.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1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