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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사진가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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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6-03-27 00:00

애니 라이보비츠(2)

매번 라이보비츠의 사진을 볼 때마다 참 놀랍다고 느끼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자연스러움과 드라마틱한 것과의 절묘한 조화입니다. 너무 자연스러우면 눈을 잡아 이끄는 뭔가가 부족하거나 혹은 반대로 지나치게 드라마틱하면 어색해지기 쉬운데, 라이보비츠는 상황에 따라 너무나 절묘하게 이 두 가지를 조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할리우드나 뉴욕에는 '셀러브리티 포토그래퍼(celebrity photographer)'라고 해서 유명인사만을 찍는 사진가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잘 나가는 연예인이나 영화배우, 모델들을 찍게 되면 사진가로서 지명도를 얻는데 빠르겠지요. 라이보비츠에게도 이 타이틀이 붙기도 하지만, 유명인사를 찍어서 지명도를 얻은 것이 아니라 뛰어난 감각과 실력 때문에 유명인사들이 앞다투어 라이보비츠의 카메라 앞에 서기를 원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언젠가 챕터스 사진서적 코너에서, 이름은 잊었는데 독일의 한 사진가가 뉴욕에서 발간한 포트레이트 사진집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이 사람이 책의 서두에서 자기가 라이보비츠의 어시스턴트를 할 때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을 유심히 읽게 되었습니다. 자기가 독일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라이보비츠의 어시스턴트로 한 일 중에 조명 앞에 실크라고 해서 빛을 확산시키는 천 조각을 한 겹 대고 몇 롤, 두 겹 대고 다시 몇 롤, 이런 식으로 매번 수십 롤의 필름을 만들어서 보여주었다고 하더군요. 그 글을 읽으면서 명성은 정말로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사소하게 보이는 것까지 실험하고 데이터를 축적하고 자신의 감으로 익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을까 생각했었습니다.

그냥 쉽게 사진찍는 것 같아 보여도 사실은 그 뒤에 수 백번의 실험과 시행착오와 수많은 생각과 아이디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라이보비츠의 다른 놀라운 점은 잡지 등에 실리는 에디토리얼 사진이나 광고사진뿐만 아니라 1985년에는 미국 정부에서 멕시코 월드컵 공식 사진가로 활동하기도 했고 미국 올림픽 선수들의 사진집을 내기도 하는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활약한다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1991년에는 백악관에서 미 대통령의 가족사진을 찍기도 합니다. 의외로 라이보비츠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굉장히 부끄러움을 잘 타고 말이 없는 성격이라고 본인을 소개하기도 하고,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렌즈는 35미리 화각이라고 밝히기도 합니다. 이렇게 주변의 환경까지 자연스럽게 담은 포트레이트를 'environmental portrait'라고 하는데, 35미리 화각이야말로 'more environmental'하다고 하네요.

밴쿠버 도서관 어디에 가도 라이보비츠의 사진집은 꼭 있습니다. 특별히 'American Music'이나 수잔 손택(Susan Sontag)과 같이 지은 'Women'을 권해드립니다. 올해 10월에 랜덤하우스 출판사에서 라이보비츠의 새로운 사진집이 'A Photographer's Life'라는 제목으로 발간된다고 하니 꼭 한번 구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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