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韓流 ‘성공 예감’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무대 위를 비추던 화려한 조명은 모두 꺼졌다. 관객들이 아쉬움에 자리를 털고 일어설 무렵 무대 뒤에선 9명의 출연진과 스탭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서로 부둥켜 안고 누가 먼저 랄 것도 없이 등을 두드렸다. 2개월여에 걸친 힘든 연습도 이제는 자신감 넘치는 추억이 됐다.

사진/ 뮤지컬 ‘러쉬’의 출연진들이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 이날 참석한 많은 관객들은 커튼 콜 뒤에도 뒤풀이까지 참석해 출연진들의 열연에 환호했다.
 

4월 1일 오후 7시, 포트 무디 예술축제 관계자의 “안뇽 하세요”로 시작된 인사말에 뒤이어 ‘러쉬(RUSH)’의 막이 올랐다. 200석 규모의 인렛 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오리지날 사운드의 마력에 빠져들면서 박수소리도 점차 커졌다. 1시간 30분가량의 뮤지컬이 모두 끝나고 무대 인사가 시작되자 열광적인 기립박수를 보냈다.
 
관객들은 한인문화협회가 마련한 뒤풀이에도 참석, 환호했다. 공연장을 떠나던 한 교민은 “뮤지컬 ‘러쉬’를 통해 밴쿠버에서도 자체적인 공연예술문화를 만들 수 있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가능성을 확인한 것은 무엇보다 큰 수확”이라고 했다.
 
이날 캐나다에서는 처음으로 무대에 올려진 '러쉬'는 한국 최초의 느와르 뮤지컬을 표방한 창작 뮤지컬이다. 극본과 연출은 세계적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 탄생의 핵심 주역이었던 김기승, 음악은 영화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등의 영화음악을 만든 이동준의 작품이다.
 
스탭은 에밀리 카 학생회 '끼마루'가 함께 참여했으며 출연진은 대부분 대학생으로 구성됐다.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준 임기섭(보스역, 언론 2), 우정(수지역, 경영 2), 임성구(데니역, 컴퓨터공학 2), 이승훈(제프리역, 컴퓨터공학 4)은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SFU) 4인방.
 
주인공 켄역의 박상호와 치니역의 장시원은 터질 것 같은 열정으로 무대를 뜨겁게 달궜다. 특히, 나레이터와 함께 스카이 역을 맡은 이용희와 열혈형사 재키역으로 분한 정희주는 상당한 노래솜씨와 연기력을 갖추었다는 평이다. 유일한 아역, 마이클 역으로 출연한 김덕선 군은 올해 11세.
 
‘어설픈 프로보다는 열정으로 뭉친 아마추어가 더 큰 감동을 주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준 이들은 5월초로 예정된 앙코르 공연에 대해 한 목소리로 답했다. “당연히 해야죠.”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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