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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사진가들(5)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6-04-24 00:00

어빙 펜
1917년 미국 뉴저지주에서 태어난 어빙 펜(Irving Penn)의 사진은 알게 모르게 눈에 익은 것들이 많지만, 아마도 가장 널리 알려진 사진은 재즈 뮤지션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 그의 Tutu 앨범과 마일스 공식 홈페이지 첫 화면사진)이거나 혹은 옷깃으로 얼굴을 반쯤 가린 화가 피카소('Pablo Picasso at La Californie'라는 제목의 사진)의 포트레이트이기 쉽습니다. 그가 1953년 스튜디오를 오픈하면서 '케이크를 사진 찍는 것도 예술이 될 수 있다(Photographing a cake can be art)'라는 말을 남기기도 하고, 5년 후인 1958년에는 '나에게는 처자식을 먹여 살리는데 필요한 돈을 버는 가장 좋은 방법이 사진이기 때문에, 나는 직업 사진가이다(I am a professional photographer because it is the best way I know to earn the money I require to take care of my wife and children.)'라는 말을 남기기도 합니다. '케이크...'는 이제 웬만한 quotation에는 인용되는 유명한 문구가 되었고, '처자식..'이라는 문구 때문엔지 서구에서 프로페셔널 사진가하면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사진을 통해 밥벌이를 하는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원래 필라델피아 공예대학에서 아트디렉팅 공부를 했던 어빙 펜의 이력을 살펴보면 훌륭한 스승을 만나는 것이 한 사람의, 특히 예술가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학교를 졸업한 직후 한 매거진과 삭스(Saks) 백화점의 아트디렉터로서 4년 정도 일하면서 모은 돈으로 멕시코로 가서 그 곳에서 1년 동안 그림만 그립니다. 그림에 재능이 없음을 깨달은 후 다시 뉴욕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그때 보그(Vogue) 매거진의 아트디렉터인 알렉산더 리버만과의 운명적인 조우를 하게 됩니다. 그때까지 사진을 정식으로 배운 적도, 사진가로 일할 생각도 없던 어빙 펜에게 리버만은 보그지의 표지사진 일을 해 보라고 강하게 권유합니다. 빌린 카메라를 가지고 그의 예술적인 감각으로 스카프, 레몬, 오렌지 등으로 구성된 정물사진을 찍었는데 이 사진이 1943년 보그지 표지에 실림으로써 그의 사진가로서의 경력이 시작됩니다. 그는 스튜디오 라이팅의 대가였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포트레이트는 자연광 윈도우 라이팅을 사용하여 촬영되었는데, 그의 사진 스타일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화가다운 완벽한 구도와 빛의 조화를 바탕으로 한 깔끔함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의 예전 날리던 시절 사진을 보면 놀랍게도 오늘날 애니 라이보비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데 역시 예술적 영향이라는 것이 이렇게 나타나는 것으로구나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올해 90세에 가까운 고령에도 불구하고 뉴욕에 거주하면서 아직까지 보그지에 정기적으로 사진을 투고하고 있는 어빙 펜의 사진집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플래티넘 프린트'와 '스틸-라이프' 2권일 텐데, 이 사진집 모두 웬만한 도서관 사진서가에 구비되어 있으니 꼭 한번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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