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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餘滴] 밴조선 보고 전화했는데요?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6-05-10 00:00

이사를 앞둔 K씨는 깜짝 놀랐다. 물건을 정리하며 버리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에 어린이용품 하나를 팔겠다고 인터넷에 올린 직후였다. 거짓말 조금 보태 작성완료 엔터키를 두드리자 말자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자 “밴조선 보고 전화했는데요?”라며 물건을 보고 상태가 좋으면 사고 싶다고 전해왔다. 설명을 대충하고 주소와 약속시간을 정한 뒤 전화를 끊자 또 전화벨이 울렸다. “이미 팔렸다”는 말에 실망한 목소리가 역력했다. 단 10분만에 고민을 해결한 K씨는 이후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해 사진도 함께 올리기로 했다.

5월 8일부터 사진첨부 기능을 추가한 본지 인터넷(www.vanchosun.com) 홈페이지의 조선장터 매매 코너는 대표적인 인터넷 벼룩시장(Flea Market) 이다.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 쓰고 다시쓰는 나눔 터이자 물물교환의 현장이다. 알뜰살뜰파 밴쿠버 조선일보 독자들이 올리는 매매관련 정보는 하루평균 100여건에 이른다. 살림살이 일체를 무빙 세일로 내놓는가 하면 자동차에서 애완동물 분양까지 사고파는 내용물도 다양하다.

물론 역기능도 없지 않다. 6월말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인 유학생 어머니 L씨의 경우는 더욱 황당하다. 전화를 걸어 온 한 남성은 물건에 대한 관심보다 이것저것 캐물으며 자신에게 치근덕거리는 같아 불쾌했다고 했다. 그녀는 연락처를 이메일 주소로만 남기기로 했다. 골프용품을 내놓았던 P씨는 핸드폰 번호로 대신하고 아예 약속 장소를 집 부근의 한 가게 앞으로 정했다. 혹시 모를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친구도 데리고 나갔다.

또, 이곳에는 매매를 가장해 자신의 회사를 홍보하거나 버젓이 끼어 든 전문 업소들도 있다. 월평균 히트수가 6000만회에 달하는 밴조선 홈페이지에 둥지를 튼 ‘버꾸기형 얌체’들은 게시판 개설의 근본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선으로 악을 이기는’ 독자들의 자정능력은 훨씬 높다. 게시물 자체가 엉터리거나 문제가 있는 경우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 심지어 게시물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해 오기도 한다. 밴쿠버 조선일보 독자 스스로 조선장터를 알차게 꾸며나가려는 노력이다. 비록 사이버 공간이지만 올망졸망 살아가는 동포사회의 모습이 너무도 정겹고 흐뭇하다.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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