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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정놀이 하느냐고 오해 많이 받았죠”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6-05-11 00:00

축소모형 세계대회 잇달아 석권한 이대영씨

드라마틱한 전쟁 장면 선택 0.1㎜ 굵기 구두끈까지 묘사…
작품 제대로 해보려 加로 이민

▲ 35분의 1로 축소된 정밀모형의 세계를 만들고 그 세계에 사는 이대영씨. 이명원기자

플라스틱 덩어리를 주물러 독일군 병사를 신장 5㎝의 인형으로 빚고, 그 인형이 신고 있는 구두에 0.1mm 굵기의 구두끈까지 표현하는 남자. 캐나다에 6년째 거주하는 한국인 모형 제작가 이대영(49)씨는 ‘소인국(小人國)의 왕’이다. 그가 자신의 ‘전공’분야인 밀리터리 디오라마(Military Diorama·전쟁사의 한 장면을 모형으로 재현한 것)로 세계 무대까지 주름잡고 있다.

우리나라엔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지만, 2004·2005년 미국 시카고 미니어처 쇼에서 수백 명의 서구전문가들을 제치고 아시아인으론 첫 대상(大賞)을 거머쥔 코리언 ‘더글러스 리’(Douglas Lee)가 바로 이대영씨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MFCA(Military Figure Collectors of America) 2004년 대상, 2003년도 영국 유로 밀리테어(Euro Militaire) 대상 등 최근 3년 사이에 그가 받은 국제대회 최고상이 5개쯤 된다. 지금까지 받은 상은 모두 50여 개.

그가 최근 일시 귀국했다. 국제대회 수상작들의 제작 과정을 마니아용 책으로 출간하자는 해외 출판사들 요청에 따라 준비 작업을 하기 위해서다. 벌써 영어 이탈리아어 일어 불어 한국어 등 5개 국어 판 계약을 마쳤다.

모형 제작의 본고장인 서구의 대회에서 ‘이걸로 밥 먹고사는 프로들’을 제치고 한국인이 최고상을 받았다는 건 뜻밖이다. 무엇에서 이겼을까. 수많은 전쟁 장면 중에서 가장 드라마틱하고 새로운 충격을 안기는 단 하나의 장면을 뽑아내는 감각, 영화처럼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에서 앞섰기 때문이다. 그가 첫손 꼽는 대표작 ‘The End of an Era’(한 시대의 종말)가 그렇다. 2차 대전 초기, 세계 최강 기병(騎兵)의 자부심으로 충만한 폴란드 기병대가 독일군 전차부대의 침공 앞에 ‘탱크 무서운 줄도 모르고’ 돌진하다가 처참하게 고꾸라지는 모습. ‘한 시대의 종말’이라는 의미심장한 제목까지 포개놓고 들여다 보면 전쟁을 넘어 인간 이야기가 된다. 이씨가 디오라마 제작에 빠진 이유이기도 하다.

▲ 이대영씨가 첫손에 꼽는 대표작‘The End of an Era’(한 시대의 종말). 2차 대전 초기, 폴란드 기병대가 독일 전차부대에 무모하게 맞서다 참패하는 모습이다. 2003년 영국 유로 밀리테어(Euro Militaire)에서 1만여 경쟁자를 물리치고 대상을 차지했다.


이씨는 전쟁과 군대, 무기에 관해 지식을 축적해 온 ‘고참’ 밀리터리 마니아이기도 하다. 물론 늘 오해의 시선이 따라다녔다. 어린 시절 비행기나 탱크 모형 만드는 그를 보고, 부모는 “쓸데없는 짓 말고 공부나 해라”했다. 좀 더 큰 뒤엔 그를 보고 “다 큰 녀석이 장난감 병정이나 주무른다”고 눈을 흘기는 사람도 있었다.

결국 그는 대학을 나온 뒤 제약회사 사원이 됐다. 그러나 고비마다 그는 일상을 박차는 탈출을 감행했다. 첫 번째 탈출은 80년대 중반. 이씨는 회사에 단 2년 만에 사표를 던졌다. 몇 년간의 모색을 거쳐 그는 90년, 그토록 꿈꾸던 군사·모형 분야 잡지를 한국 최초로 창간했다. 지금도 국내 밀리터리 마니아들의 필독 잡지가 된 ‘플래툰’과 모형잡지 ‘네오’가 그의 손에서 태어났다. 2000년 그는 두 번째로 탈출을 했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갑자기 캐나다로 이민을 간 것. “제가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모형을 하면서 인정받기엔, 한국은 너무 불리하고 좁은 땅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캐나다에 가 보니 거기선 공항 경찰들도 디오라마 운반하는 저를 보고 ‘아티스트시군요’라는 거예요. 정말 잘 왔다 싶었죠.”

캐나다에서 이씨는 전업(專業) 모델러가 되어 꿈꾸던 모형작품들을 ‘원 없이’ 만들었다. 하나에 거의 1년을 쏟는다.

“지금은 돈도 안 되는 언더그라운드 아트죠. 그러나 난 이걸 종합예술이라고 봐요. 3차원 캔버스에 그리는 그림 아닙니까. 조만간 아트 장르로 인정받는 날이 올 겁니다.”

김명환기자 wine8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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