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공영방송 CBC가 미국의 리얼리티쇼를 방송하기 위해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내셔널(The National)’의 방송 일정을 변경하기로 해 논란을 빚고 있다.
CBC는 미국 ABC에서 제작한 리얼리티쇼 ‘원(The One: Making A Music Star)’을 방송하기위해 올 여름 동안 매주 화요일 온타리오과 퀘벡, 아틀란틱 지역의 ‘내셔널’ 뉴스 방송 시간을 1시간 늦추거나 앞당기기로 했다고 이번 주초 발표했다. ‘원’은 ‘아메리칸 아이돌’과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향후 캐나다판으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CBC의 이 발표가 나오자 공익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공영방송이 시청률 지상주의에 휘둘리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더구나 캐나다의 정체성을 지키고 캐나다 문화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할 CBC가 간판 뉴스 프로그램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미국의 오락성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이 말이 되냐는 지적이 높다.
상원은 21일 캐나다 언론 매체에 대해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CBC는 민영 방송과의 시청률 경쟁을 지양하고 공영 방송으로서의 본연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CBC가 광고와 NHL 하키 등 프로 스포츠 경기나 올림픽 중계를 중단하고 민영방송에서는 손댈 수 없는 공익성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에 대해 CBC는 정부의 예산 지원이 없는 한 광고 유치와 시청률 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CBC 캐서린 히스-이브스 대변인은 “CBC는 전세계에서 가장 정부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공영방송 중 하나”라며 “광고를 하지 않으면 방송사를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또 스포츠 중계와 관련해 CBC측은 “스포츠도 문화의 한 영역”이며 “하키와 올림픽 등은 국가 차원의 행사이기 때문에 공영방송인 CBC가 마땅히 다루어야 할 영역”이라고 밝혔다.
히스-이브스 대변인은 “CBC의 광고 수익이 줄면 그 부족한 만큼을 정부에서 지원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정부가 예산 지원을 대폭 삭감한 현 상황에서는 광고 중단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연방정부는 1990년대 이후 CBC 지원 예산을 20% 삭감해왔다.
상원도 이 점에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상원은 CBC가 공영방송으로서의 기능에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게 하려면 연방 정부가 장기적인 예산 지원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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