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끊었지만 상처는 남았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한국에서 '바다이야기' 문제가 연일 제기되는 가운데 BC주에서도 도박 중독으로 인한 문제가 커지고 있다.

BC주의 도박은 주정부 산하 BC복권공사(BC Lottery)에서 관리한다. 카지노는 2000년대 들어 확산되기 시작했으며 복권, 빙고홀과 함께 주정부 재정의 주요한 수입원 중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지난해 도박사업과 관리를 통해 복권공사가 벌어들인 수익은 9억2270만달러에 달한다. 주정부 통계에 따르면 10명중 1명(11.1%)은 잠재적인 도박중독 위험성이 있으며 전체 성인인구 5% 가량, 약 18만명 가량이 중증의 도박중독상태다.

BC주정부는 도박중독 문제가 심각해지자 올해 3월부터 도박상담에 관한 안내 캠페인을 늘리고 있다. 사진은 캠페인 포스터. 그러나 도박중독자나 잠재적인 중독자가 많은데 비해 도움을 받는 사람은 많지 않은 상태다.

BC주 법무부 산하 도박정책 및 단속청에 따르면 도박중독 상담프로그램을 주정부가 2000년에 도입한 이래 도박중독자를 위한 상담전화 '헬프라인'에 전화를 걸어온 사람 숫자는 첫해 1200명에서 올해 3월까지 1만3000명으로 10배나 늘어났다.

법무부 분석에 따르면 도박 중독자의 절반(50.1%) 가량은 도박장에 가는 중독자들이 아니고 복권상품 구입에 중독된 경우다. 슬롯머신 중독은 28%, 카지노 테이블 게임 중독은 11.8%, 즉석복권 중독은 2.1%, 경마 중독은 1% 가량이다. 도박중독 치료를 요청한 사람 중 90%는 만족을 표시했지만 BC주를 통틀어 전문 카운슬러는 33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인 A씨는 저녁에 "심심풀이 삼아 몇 십 달러를 잃어버린 셈 치고" 카지노를 자주 갔다가 스스로 도박중독이라고 판단해 어렵게 발길을 끊은 사례에 속한다. A씨는 "처음에 몇 번 돈을 따니까 그 느낌이 좋고, 그거 가지고 가끔 (주위에) 생색도 내고 그러다 보니 계속 출입하게 됐다"며 "잃은 셈 치자는 돈 액수가 점점 커지면서 크게 한 번 따자는 욕심이 생겼고 잃은 후에는 본전 챙기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A씨는 3년 가까이 카지노에 거의 매일밤 출입했으며 그가 잃은 돈은 약 25만달러에 달한다. 그 사이 가정이 흔들렸다. 부부싸움 끝에 부인은 이혼을 요구했으며, 자녀들은 A씨를 무시했다.

A씨는 복권공사에서 운영하는 자진 출입금지프로그램(Voluntary self-exclusion program)을 통해 카지노에 발길을 끊을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복권공사에 일정양식과 신분증을 제시하면서 스스로 출입금지 기간을 6개월, 1년, 2년, 3년 단위로 정하면 도박장 수위들에게 이 사실이 통보되며 출입을 금지 당한다. 다만 이 프로그램은 계약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신청 후 도박장을 출입하면 도박법 위반에 따라 5000달러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신청은 당사자만이 가능하며 가족이 신청할 수는 없다.

일단 카지노에 발을 끊기는 했지만 A씨는 "그간 부부싸움하며 아이들에게 잘못하면서 나와 가족들에게 생긴 상처가 어떤 손실보다 뼈아프다"며 "재미로라도 시작하지 말아야 할 것이 도박이다"라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도박에 수많은 돈을 소비하지만 도박 승률은 매우 낮다. BC복권공사에 따르면 매주 1장씩 649복권을 구입하는 사람이 6개 번호를 모두 맞춰 1등에 당첨되려면 확률상 26만9820년 동안 매주 구입해야 한다. 수퍼7 복권 당첨확률은 6289만1499분의 1이다. BC주 카지노에 배치된 슬롯머신 승률은 '풀 배팅'일 경우 4096분의 1에서 3355만4000분의 1 사이, 약 2%에서 20%사이 승률로 조작된다. '블랙 잭'같은 테이블 게임도 같은 승률이 적용된다. 복권으로 돈을 딸 수 있는 확률은 벼락 맞을 확률(24만분의 1)이나 계단에서 넘어져 사망할 확률(6330분의 1)보다 낮다.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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