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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따라 온천 따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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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6-09-09 00:00

산길의 끝은 어디나 온천

김해영씨의 쿠트니 록키 지역 온천 여행기를 이번 주부터 4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김해영/ 시인, 밴쿠버문인협회 회원

여럿 속에 묻혀 있는 것, 익숙치 않아 서성대던 맘을 접을 수 있는 좋은 기회. 쿠트니 록키핫 스프링스 서클 투어(Kootney Rockies hot springs circle tour) 권유에 귀가 솔깃해졌다. 게다가 일 떨치고 훌훌히 나서는 그이 덕분에 마음에 걸친 맷돌 걷어낸 듯 개운하게 망설임 없이 뜨거운 여름에 뛰어들었다.

새벽부터 서둘렀는데도 집 나설 즈음엔 온 하늘이 다 열려있다. 8시 20분에 써리 도착. 하늘에 구름이 둥게 둥게 떠있다. 눈부신 아침과 반기는 길벗의 마음새가 그의 모처럼 일상탈출에 대한 불안감을 걷어주고 있다. 여행은 어디에 가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가는가가 더 중요하다던가.

1번 고속도로를 따라 Kamloops와 Sicamous, 585km를 달려 Revelstoke에 이르면 대빙하가 눈을 시리게 한다. Mt. Selkirk와 Mt. Glacier, Mt. Revelstocke National Park 사이에 있는 Albert Canyon hot springs에 접어든다. 20세기 초 C.P.R.작업하던 인부들이 발견한 광물성 온천수란다. 철로작업을 마치고 철수할 때까지 그저 목재로 둘레를 쳐두고 열린 Hot Tub으로 이용하다가 타운이 폐쇄되면서 옛 자취는 다 사라졌다. 지금은 골짜기에서 2마일 정도 파이프로 물을 끌어내어 온탕에 15000 갤런, 수영풀에 60000 갤런을 공급한다. 여독 해소와 알러지 치료, 통증 완화에 효험이 있다 한다.

200여 개의 캠핑 랏과 RV 파크가 있고 ATV 및 헬기 투어가 가능하다. 뾰족지붕의 녹색 랏지는 캘거리와 밴쿠버 등지에서 모여든 대가족 모임장소로 유용하게 쓰인다고. 쉴 새 없이 일손을 놀렸을 한국인 주인장은 잔주름이 평화로운 중년신사. 통통 튀는 그의 아내는 한국말 한 번 나눌 수 없는 외로움을 하소연한다. 어디를 가도 한국인을 만나는 밴쿠버에서도 외롭기는 마찬가진데 말의 궁핍이 외로움을 부채질하나 보다. 정 많은 한국사람이 외국인과 야생동물 사이에서 살기란 퍽 어려운 모양.

온천을 기웃거려 본다. 삼림에서 멈칫거리던 여름이 어느 새 온천수에 오도마니 들어앉아 있다. 40도의 온탕과 26도의 수영장이 있다. 온탕에 몸을 담그니 물의 뜨거움만 느껴질 뿐 작열하던 햇볕은 간데없다. 물에서 나오니 시장기가 느껴진다. 옛날 물 맞으러 가려면 닭백숙을 준비하던 어머니가 생각난다. 준비해온 양념갈비에 새우를 넣어 구워 먹는데 사람보다 모기가 더 먼저 달겨든다 눈 속에 파묻혀 있을 뾰족지붕과 김 모락모락 나는 온천을 상상해 본다. 5월부터 9월까지 영업을 하고 겨울에는 동면을 한다. (www.canyonhotsprings.com)

왔던 길을 35km 되돌아가 Coast Hillcrest Resort Hotel로 향했다. 아무것도 없을 성싶은 길모퉁이를 두어 번 돌면 Selkirk 산을 마주하고 있는 잘 생긴 호텔을 만난다. 단정한 세모 바위산이 위용을 자랑하고 그 옆에 또 다른 바위가 보좌하고 있는데 그 둘 중 어느 것이 더 나은지 가늠할 수 없다. 하얗게 서리 인 이들을 만나러 620km를 허위허위 달려왔나 보다. 별이 드문드문 솟는 밤하늘 아래 기울이는 한 잔 맥주가 긴 여정의 노고를 씻어준다. 널찍하고 안락한 방에 들어가니 산봉우리가 창 가득 들어찬다.

아침은 연분홍 그네를 타고 다가왔다. 설컹거리는 푸른빛을 뚫고 또렷이 솟은 암산에 둘러쳐진 붉은 천 가닥은 너울이 되어 하늘거린다. 산이 연출하는 황홀한 변신에 연신 감탄하며 둘째 날을 맞는다. 레벨스톡은 여러 가지 볼거리와 아웃도어를 자랑하는 레저 타운이다.

먼저 철도 박물관, 긴 굉음을 끌며 빙벽을 달리는 기관차가 살아 꿈틀거리는 듯하다. 로저스 패스(Rogers Pass)에 철로를 놓기 위해 목숨을 내어놓은 이들의 희생을 감추고 사랑과 낭만의 증기를 뿜으며 기관차는 달린다. 항상 보이는 건 화려함이고 기쁨이다. 슬픔은 늘 감추어져 있다. 호화판 객차를 끌기 위해 검정 석탄에 찌들어있는 화부의 실루엣이 어린다. 누가 그 슬픈 영상을 보았을까.

다음은 타운에서 4km 떨어진 BC 하이드로 레벨스톡 댐, 175 m 높이의 콘크리트가 강을 가로지른 품새가 웅장하다. 콜럼비아강을 끼고 상류에 Mica Dam이 하나 더 있고 이후 미국에까지 수십 여 개의 댐과 수력발전소가 설치되어 있다 하니 부국은 하늘이 내는 거라 싶다. 이곳에서 발전하는 전력량이 캐나다 소모 전력의 80%를 충당한 적도 있었다 하니 놀라울 뿐이다.

또한 계획단계부터 현재까지의 공정과 전기를 일으키는 갖가지 시설들을 볼 수 있고 직접 실험도 할 수 있어 훌륭한 학습자료가 되고 있다. 지진에 대비해서 각종 시설물들을 고정시키지 않고 흔들리게 설계를 했다는 대목에선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들어설 때에는 넓은 국토와 풍부한 자원이 부러웠으나 둘러보고 나올 때에는 캐나다인의 철저함과 치밀함에 감탄을 한다.

20여 분을 달려 Shelter Bay에 이르렀다. 한산한 포구엔 여름이 조을고 있다. 마침 제비가 뱃전에 둥지를 틀어 새끼 세 마리가 짹짹거리며 어미를 기다리고 있다. 하필이면 시끄럽고 어수선한 페리일까 의아스러웠으나 정작 새들은 위험을 못 느끼는지 한가롭다. 성에 낀 산들이 휘익 다가온다. 아득해진 부두는 눈물 어린 이별 대신 설레는 만남을 예고하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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