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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병섭 단편소설 연재(1)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6-10-19 00:00

쌕쌕이와 사진

1.

며칠 째, 안개가 세상을 닫아 버렸다. 가시거리는 50미터도 되지 않아 보였다. 가끔씩 안개 속에서 삼나무가 가시 같은 손을 내밀었다.

"안개가 언제 걷힐까요? 낮이 되면 금방이라도 걷힐 것 같았는데,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네요."
  준호의 아내 희정이 발코니에 잠시 옮겨 둔 화분에 물을 주면서 말했다. 준호는 커피 잔을 손에 든 채로 흔들의자에 앉아 안개의 두께를 가늠해 보고 있었다. 한 곳에 집중해서 뚫어지게 바라보면, 삼나무의 모습이 다 보이는 것만 같았다.

"이렇게 일주일씩이나 안개가 깔린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준호가 커피 잔을 두 손으로 감싸면서 말했다. 안개 때문인지 며칠 동안 기온이 별로 변하지 않았지만 이미 늦가을에 접어든지 오래였다. 세상은 바람 한 점 없이 잔잔해 오히려 포근한 느낌도 드는 날씨였다.

"이렇게 짙은 안개를 보면, 해방 후 38선을 넘어 오던 때가 생각나요. 하늘이 도우려고 했는지 사방에 온통 안개였지요. 안개가 얼마나 고맙던지......"

희정은 60년 전의 기억을 희미하게 떠올렸다.

"기억이라는 게 신기하지? 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또렷해진단 말이요. 마치 안개 속에서 저기 씨다나무를 보듯이......"

준호가 말했다.

"예?"

희정이 물뿌리개를 손에 든 채로 준호를 쳐다봤다. 희정은 준호 또한 안개를 보면서 추억을 떠올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세월 때문인가 희정은 준호가 생각에 잠기는 것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희정이 돌아서는 순간, 갑자기 창 앞을 큰 새 한 마리가 쏜살같이 날아갔다.

"어머나!"

희정은 깜짝 놀라 물뿌리개를 손에서 떨어뜨렸다.

"놀라긴, 갈매기일 뿐인데. 갑자기 나타나 휙, 지나가는 거 보니 마치 쌕쌕이 같군."

준호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쌕쌕이가 뭐예요?"

희정도 바닥에 떨어진 물뿌리개를 다시 들면서 같이 웃었다.

준호는 1950년 한국 전쟁 당시의 기억을 안개처럼 아련하게 떠올리기 시작했다.  

2.

"한 선생님, 38선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대요."

김 순경이 급하게 달려오느라 숨을 헐떡이며 준호에게 말했다. 준호는 '강억덕교회'에서 오전 주일 예배를 마치고 쉬고 있던 참이었다.

"뭐, 요즘 들어 자주 그런 일이 있곤 했지 않나요?"

준호는 별로 놀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다른 것 같아요."

"그럼, 그 소식을 전해주려 여기까지 달려오셨단 말입니까?"

"예, 한 선생님한테 먼저 알려드리고 싶어서요."

준호는 김 순경의 말에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김 순경에게 준호가 고맙다는 말이라도 해야지 생각하고 있을 때, "그럼, 이만"하고는 총총히 지서로 갔다. 멍하니 열려진 교회 문을 바라보면서 준호는 제 자리에 서 있었다.

교인들과 주변 사람들은 전도사라는 호칭 대신에 '한 선생'이라고 불렀다. 준호는 신학교를 졸업한 후 목사보다는 정치가가 되고 싶었었다. 530에 출마한 것도 그의 꿈 때문이었고 낙선을 했어도 좌절하지 않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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