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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한 고기맛, 정육점을 동반한 밴쿠버 최초의 한식당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6-11-14 00:00

써리 '금강산'

밴쿠버 조선일보 추천 '이 집, 이 맛'에 소개되려면 돈을 내야 되나요? 대답은 NO!.
독자들이 추천한 집을 우선 하며 매주 직접 취재를 한다. 반드시 '맛'뿐 아니라 이색적인 메뉴와 분위기, 저렴한 가격 등 이슈가 될 만한 이유가 있는 음식점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맛있는 집을 발굴해 소개를 하는 기존의 '맛있는 집' 컨셉에 국한 되지 않고, 그 집마다의 맛있는 메뉴를 찾아 독자들에게 정보를 주기위한 것이 기획 목적이다.

울에서 해장국으로 유명한 청진동 '청진옥' 주인 고(故) 최동선 옹은'원조 해장국'간판이 걸렸다는 소문이 들리면, 열일 제쳐두고 불같이 화를 내며 달려갔다고 한다. 그날은 '원조'를 두고 대판 싸움이 일어났고, 고인이 될 때까지 누구에게도 원조란 말을 쉽게 내어 주지 않았다.

밴쿠버에서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말보다 강한 메시지를 던지며 직영 정육점을 동반하고 오픈 한 한식당 '금강산'. 한국에서 십 수년 도살장을 직접 경영한 이력 하나만으로도 설사 '최고'를 내건다 해도 시비 걸 사람은 없을 듯 하다.

밴쿠버에서 거주하는 직장인 다섯 사람이 최근 가장 가보고 싶은 음식점으로 강력히 꼽은 곳도 '금강산'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말만 믿고 덜렁 소개 할 순 없는 일. 당장 달려가 맛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설령 고기맛이 소문의 기대치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한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기대를 준 죄(이유)라도 있을 터였다.

저녁을 먹기엔 이르고 점심으로 하기엔 다소 늦은 오후4시, 식당 뒤편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후문을 열고 들어 갔다. 추천한 이들의 기대에 힘을 실어주듯 홀 안은 벌써 손님들의 흥겨운 소란으로 북적댄다. 적어도 터무니없는 선택은 아니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2인분만 더~ 양념빼고 생갈비!!" 하는 얼큰한 외침이 들린다. 그 살가운 육성이 서울 어느 음식점에 온 착각이 들어 배시시 웃음이 난다.

아직 가죽냄새 폴폴 나는 메뉴판을 열었다. 생갈비, 양념갈비, 불고기, 삼겹살, 통갈비,차돌박이, LA갈비 ….

밴쿠버 최초의 정육점 한식당이라는 명성에 걸 맞는 고기 메뉴가 그득하다. 고기만 시켜볼까? 했더니 설렁탕, 순대 , 해장국, 돈까스, 고등어조림… 온갖 단품 메뉴들이 '진정 고기만 먹고 가시렵니까' 항의하며 눈길을 잡아 끈다. 그래도 고깃집에선 고기맛이 우선, 특선 '금강산 특갈비'를 시켰다. 가게중앙으로 유리출입문이 이어진 정육점에서 빨간색 비닐 작업복 앞치마 차림의 한 남자가 가게 안을 들여다보는 게 보였다. 사장 유창근씨가 분명했다. 급히 달려가 옷자락을 잡았다.

"맛의 비법을 물으신다면 '좋은 뼈를 많이 넣고 푹 고아낸 쇠뼈 국물에~' 하는 식으로 한참을 이야기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알고 보면 특별한 재료는 없어요. '내 식구가 먹는다'는 생각으로 비싸더라도 좋은 고기, 신선한 고기 구해서 만드는 거예요."

이런 싱거운 한마디를 믿을 사람이 있을까.

"손 맛도 집안 내력이라 생각해요. 한국에서 도살장을 오래 했으니 손으로 만져만 봐도 고기 맛을 알고 육수 뽑는 건 뉴욕에서 다 전수를 받았지요."

동문서답이다. 집안 내력은 뭐고, 한식을 뉴욕에서 배우고 익혔다는 말은 또 무슨 말일까?

"동생은 한우로 유명한 강원도 횡성에서 순대전문점 '순대나라'를 하고 있구요. 큰동서가 서울에서 '논현 삼계탕' 집을 하고, 여동생은 오산에서 '갈비마을'을 운영하고 있지요. 그리고 손아래 동서가 뉴욕에서 직원 3백명을 거느린 기업형 한식당 '뉴욕 금강산'을 운영하고 있죠."

아하! 한식을 뉴욕에서 전수받았다는 건 그래서 였고, '논현 삼계탕'이라면 서울에서도 삼계탕 단일메뉴로는 최고로 손꼽히는 집이다. 이것은 집안 내력에 대한 답이었다.

드디어 시킨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먼저 메인 메뉴 '금강산 특갈비살'이 나왔다. 고기구이용 부위중에서 소 한 마리를 잡아도 3인분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안창살 만큼이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갈비살을 깍뚝썰기 해서 사선으로 칼집을 넣은 특갈비살은, 한국에서도 드문 이 집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메뉴라고 한다. 불판 위에 고기를 올리자 하얀 그물망 마블링이 칼집 사이사이로 녹아 들며 금새 고기는 해바라기 모양으로 활짝 피어난다. 육즙의 단맛이 강해서 '자고로 음식의 단맛은 본질을 흐린다'는 명제에는 맞지 않지만 그래도 맛 하나는 확실하다. 입안에서 살살 녹아내리는 그 맛과 곁들여 나온 자연 송이의 향이 수저를 멈추지 못하게 한다.

이미 배가 부를 부를대로 부를 즈음, 시킨 음식들이 차례대로 나오기 시작했다. 먼저 설렁탕이다. 뽀얀 설렁탕 국물을 한 수저 떠서 후후 불어 맛을 보았다. 고소하다? 아니 "꼬소하다". 마치 진한 우유 한잔을 넣고 끓여낸 듯, 그 고소한 맛이 단번에 입안을 휘감는다. 한국에서도 이런 맛 만나기 쉽지 않다.

"이 나라에서는 싸고 좋은 쇠고기뼈가 널려있는데, 뭐 넣고 뭐 넣고 할 거 있나요. 설렁탕은 진하고 솔직한 뼈국물 맛 그 이상 보여줄게 없어요."

그래도 비결을 물었더니 좋은 뼈를 많이 넣고 푹 고아서, 그 국물을 다시 절반으로 달여 만든다고 했다. 절대 미각이 아니라해도 웬만하면 음식점에서 한 두가지 먹어보면 일일이 메뉴전부를 혀로 탐색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대충 감이 온다. 그러나 맛보지 않고 가기엔 몹시 억울 것 같은 메뉴가 있었다. 유씨가 직접 만든 순대와 해장국, 감자탕이다.

따끈하게 김이 오른 순대 한 점을 소금에 살짝 찍어 입안에서 살살 굴리며 씹었다. 잘게 다진 양파, 당근, 생강, 당면 온갖 야채가 잘근잘근 씹히는 감이 좋고 씹을수록 달콤한 맛이 더해진다. 한국처럼 인조비닐을 사용하지 않고 돼지내장을 쓰기 때문인지 껍질이 약간 겉도는 느낌이 있지만 그 또한 즐길 부분이다. 감자탕은 국물을 살짝 식혀 후룩 맛을 보았다.  듬뿍 갈아 넣은 들깨향이 돼지 특유의 냄새를 없애 구수하고 진하다.

화학조미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고, 육수만으로 우거지와 콩나물을 넣어 끓여 낸 해장국은, 해장국이면서 또 술을 불렀다. 술을 먹으면 또 이 해장국이 떠오를 맛이다. 좋은 고기와 양념을 썼을 게 틀림없어 보인다. 국물을 여러 번 부었다 따랐다 하면서 밥을 데우는 방식인 토렴에 의해 만든 해장국이 이 밴쿠버에 있다는 게 신지 할 지경이다.

부인, 아들, 대학생인 딸까지 동원되어 직접 일을 하고 있는 이 집은, 아직은(?) 제대로 된 서비스와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려는 의무와 책임감으로 불타고 있었다. ‘아직’이라고 함은 오픈 3개월 따끈따끈한 지금 서비스와 맛을, 어떤 유혹 앞에서도 고스란히 간직해 달라는 고객의 한 사람으로 하고픈 부탁 혹은 강요라고 보아도 좋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영업시간: AM 11:30~ PM 10:30.
주소: 13922-104Ave,Surry,BC
예약전화:604-582-6911(저녁시간은 예약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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