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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유학생들 울린 '사기극'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6-11-14 00:00

50여명, 월세·등록금 맡긴돈 수억 떼여 30대 韓人 태국으로 도주... 지명 수배


50여명의 한국인 영국 유학생이 무더기로 주택 월세와 대학등록 대행, 비자발급 대행 관련 사기를 당해 총 10만 파운드(약 1억8000만원)가량의 피해를 입은 사건이 발생했다. 일부 유학생은 살던 집에서 쫓겨나고 불법체류자 신세로 전락하는 등 금전적·정신적 피해가 막대하다.

앞서 영국에서는 2004년 한국인 유학원에서 거액 등록금 사기사건이 발생해 영국 현지에서 재판이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에도 비슷한 유형의 유학원 사건이 발생하는 등 영국에 온 한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사기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영 한국 대사관은 12일 런던 북서쪽 골더스 그린, 스위스 코티지, 에지웨어 로드 등에 거주하던 40여명의 유학생이 한국인 이모(30)씨로부터 보증금과 월세를 떼였다고 최근 신고해 왔다고 밝혔다. 이모씨는 10채의 집을 빌려 유학생에게 다시 방을 빌려주는 소위 전대(轉貸·Sub-let)를 했는데 지난 10월 28일 유학생들이 낸 돈을 챙겨 달아났다. 영국에서는 혼자 또는 형제자매끼리 사는 유학생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집 한 채를 빌리지 않고 방 하나만 얻어 월세로 사는 경우가 많다.
피해 학생들은 집주인과 합의 없이 서류를 작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입자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상태다. 더욱이 일부는 임차료 체불을 이유로 한 집주인의 퇴거 요구로 살던 집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유학생 김 모(22)씨는 "이달 초 집 주인이 찾아와 월세를 내지 않았다며 집을 비워달라고 해서 확인해 보니 이씨가 나에게서 받은 한 달 분 월세 540파운드를 집주인에게 주지 않는 등 1040파운드를 갖고 도망한 사실을 알게 됐다"며 "억울했지만 동생과 함께 다른 집으로 이사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3~6개월분의 월세를 한꺼번에 건넸다가 피해를 입은 경우도 있어 주택임대 관련 피해 규모는 5만 파운드(약 9000만원)를 웃돌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씨는 또 대학등록을 대행해 주겠다며 유학생에게 접근한 뒤 3~4명으로부터 1인당 3000~6500파운드(약 540만~1200만원)를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피해자 중에는 10여 년간 알고 지내던 사람도 포함돼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피해자 A(26)씨는 "대학 등록금 5000파운드와 기숙사비 1500파운드 등 6500파운드을 떼였다"며 "한국에서 목돈을 보내주기 힘들기 때문에 대학에 분할납부 등 선처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자를 대신 연장해 주겠다는 이 씨의 말에 속아 돈과 함께 여권까지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도 6명이나 된다. 어학연수를 온 문모(26)씨는 "비자 연장을 위해 유학원 등록도 필요하다고 해서 비자발급 대행료 250파운드에 학원비 2500파운드까지 2750파운드(약 500만원)를 이씨에게 줬다가 피해를 당했다"며 "돈도 날렸지만 여권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두달 이상 불법체류자로 영국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대사관측은 피해사실을 알리지 않은 유학생을 포함하면 피해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10월 말 잠적해 현재 태국으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영 한국대사관 이상식 경찰주재관은 "이씨는 또 다른 사기 혐의로 이미 경기 고양경찰서에 고소된 상태여서 최근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지명 수배했으며 신병확보를 위해 영국경찰에 입국시 체포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고 말했다.

런던=김영진기자 helloj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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