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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병섭 단편소설 연재(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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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6-11-16 00:00

쌕쌕이와 사진

그런데 지금 준호는 공산 치하에서 살아남기 위해 성경책은 홍산에서부터 가지지 않고 다녔다. 머리를 짜내 신분을 완전히 바꾸었다. 준호는 자기가 하나님을 배신하고 있는 것 아닌가? 반성도 해보았다. 그러나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게 하지는 않겠다고 다짐했으나 아직까지는 다행하게도 “예수를 믿느냐?" 그런 질문을 당한 일은 없었다.

어느 곳에서는 준호의 짐을 뒤지다가 어느 구석에 숨겨져 있던 준호의 명함 한 장이 나왔다. 그 명함에는 '조선신학원대학 사회사업과 한준호'라고 박혀 있었다.

   "이것이 동무의 명함이요?"
   준호는 자기의 이름만은 바꾸지 않았다.  
   "네, 그렇습니다."

준호는 신학교에서 1년 동안 사회사업에 관한 공부를 하다가 신과로 전과했다. 그런고로 사회사업을 공부한다는 것은 가난한 사람, 불우한 사람을 돕기 위해 공부를 했다는 것에 호감을 느꼈는지 그곳에서도 무난히 통과했다. "신학"이라는 신자도 신(新)으로 이해하는 것 같았다. 명함 때문에 어쩌면 모든 신분이 들통 나고 반동분자로 몰려 죽을 수도 있었다. 그 때의 지방 치안대는 그 지방의 우익 지도자들 그리고 간부들을 잘 알고 있어 그들을 잡아들이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을 뿐 낯설은 피난민을 신문하고 수색하는 일은 서툴고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준호는 더 대담해졌다. 치안대 앞을 지나갈 때면 피해 가지 않고 오히려 찾아 들어가 "동무들 수고 하시오"라는 인사를 먼저 건넸다.  "해방 사업을 위해 돌아가는 길이요" 그러면 어떤 때는 점심도 얻어먹고 "동무 잘 가시오" 인사도 받으며 통과했다.

준호는 남쪽으로 가다가 방향을 북쪽으로 바꾸었지만 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가 부여 땅으로 다시 들어간 것은 그래도 그 곳에는 아는 분이 더러 있었기 때문이다. 준호는 신학교 2학년 겨울 방학을 이용해 부여 일대를 돌며 전도 집회를 가졌었다. 이 전도 집회는 부여출신 동창생 임기철 송학원 이일구 등이 주선했는데 준호는 신성호과 함께 정열을 다 하여 전도 집회를 인도했다. 성호는 주로 아동집회를 인도했고 준호는 장년을 상대로 했다. 그 때의 인기는 대단하여 사람들이 꾸역꾸역 모여들었고 가는 곳곳마다 새 신자들이 많아 전도 집회는 대단한 성과를 거둔바 있다. 그 일이 있은 후 준호에게 있어 잊을 수 없는 부여가 되었고 그래서 부여로 다시 되돌아 오는 인연도 된 것이다.

그러나 이리에서 다시 돌아온 준호의 부여는 참으로 막막했다. 준호가 알만한 교회 사람들은 숨어 버렸거나 종적을 감추었다. 그때의 지방 형편은 숨어 있던 좌익 사람들이 기세를 부리기 시작해 곳곳에서 우익 인사들을 투옥, 고문, 살해하는 일이 점점 심해졌다. 더욱이나 남한 경찰들이 철수하면서 좌익 사람들을 집단으로 죽였다는 소문이 퍼지자 보복하기 시작했다. 준호는 찾아갈 곳도 없고 도움을 줄 사람은 더욱 없었다.

8. 

생각 끝에 부여에 있는 오덕교회 이두손 신도를 찾아갔다. 시골 외딴집에서 농사를 짓고 있었다. 이두손은 그 때 준호의 전도 집회에서 "예수 믿기로 결심 한 사람 손을 드시오" 하니 두 손을 번쩍 들었던 청년이다. 그 때 준호는 그 사람의 별명을 "두손"이라고 하며 특별히 기억을 했었다. 이두손이 준호를 맞아 있는 정성을 다해 보살폈다. 준호는 오래간만에 식사도 잘 하고 두 다리 쭉 펴고 잠도 잤다. 이두손의 집은 마을에서 떨어진 데 있어 숨어서 지내기에는 다소 안심이 됐다.

그런데 준호가 병들었다. 하루 한번 두어 시간을 전신이 사시나무 같이 떠는 병이다. 그 시간이 지나면 멀쩡해진다. 학질이었다. 학질에는 삼(대마)즙이 특효라고 해서 이두손 내외는 그 삼즙을 정성껏 짜서 준호를 먹였다.

준호는 병을 앓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도 뉘우치는 것이 많았다. 성경책을 버리고 다니니 매일 읽던 성경을 읽지 못하는 가책, 예수를 안 믿는 사람같이 행동한 데 대한 죄책, 공산주의자 같은 언동 그리고 살기 위해 꾸며댄 거짓말, 이런 것들이 준호의 양심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하나님이 자기를 버리시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준호는 주님께 물었다.
  "예수님! 피난길의 나의 언동이 죄가 됩니까?"
   "......"
  "예수님! 이렇게 거짓말을 해서라도 살아야 합니까?"
  "......"
  "예수님! 나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비겁자입니까?"
   "......" 
  주님은 대답을 주시지 않는다.
  또 하루 학질을 앓고 나면, 이렇게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되묻곤 했다.

다행이 두손의 집에 성경책이 있었다. 준호는 학질의 발작이 없는 동안은 성경만을 읽었다. 성경을 읽고 기도를 하면 주님이 자기의 모든 잘못을 다 이해해 주시고 가까이 계신다는 신앙이 생기곤 했다. 준호는 거기 머무는 2주 동안 신약 한 권을 거반 다 읽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준호는 꿈을 꾸었다. 주님을 보았다. 주님이 찾아오시어 말씀을 하시는 것이다.

"준호야! 너는 살아야 한다. 네가 살기 위해서는 어떤 행동, 어떤 말을 꾸며 대도 좋다 살기만 하여라! "

너무나도 뚜렷한 주님의 음성이었다. 다음날 항상 정오에 시작되던 학질 발작도 멈추었다. 이를 신기 하게 생각하고 있는 준호에게 조심스레 찾아온 소년이 있었다. 그는 임대호 목사의 장남인 임기원이었다.  기원이 누구인가? 이 소년은 군산중학 3학년생인데 나의 전도 집회 때 큰 감동을 받고 "나도 한준호 선생 같이" 되겠다고 따르던 학생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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