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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병섭 단편소설 연재(마지막회)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6-11-30 00:00

쌕쌕이와 사진
준호는 모든 것 다 버리고 피난한 경험이 두 번 있다. 8·15와 6·25 두 번이다. 8·15 때는 만주에서 다 버리고 왔는데 늘 아쉬웠던 것이 “사진”이다. 그 사진은 중학교 때와 그 후의 기록들이니 되찾아 볼 수 없는 준호의 흔적들이다. 늘 아쉬워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건 못 가지고 떠나도 사진만은 챙겼다. 그 중에는 준호가 양평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하고 "국회의원 입후보 한준호" 대형 현수막 앞에서 찍은 사진 몇 장이 있었다. 준호를 검색하는 사람들이 유독 사진을 꼼꼼히 보며 따지는데 그 속에 있는 "국회의원 입후보" 사진이 나오면 이제까지 했던 말이 모두 거짓말로 탄로가 날 형편이었다. 그 사진! 그런데 바로 그 때 폭격기가, 그 쌕쌕이가 폭음을 내며 저공으로 쌕쌕! 돌았다. 조사하던 사람들 모두 "공습!" 외마디를 외치며 흩어져 숲 속에 숨어 버렸다. 준호는 이때를 놓칠세라 짐 보따리를 들고 변소로 가서 그 문제의 사진을 찾아내 찢어 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미심쩍은 사진들이 남아 있었다. 얼마 후에 그 쌕쌕이는 또 왔다. 조사하던 사람들은 "공습!" 흩어져 숨는다. 준호는 또 변소로 가서 문제되는 사진들을 모조리 없애버렸다. 그리고 준호는 구룡(九龍) 치안대, 충남의 모스코바라는 호구(虎口)를 벗어났지만 준호의 앞길에는 무수한 사굴(蛇窟)들의 함정이 깔려 있었다. 10 안개 자욱한 숲속 같은 꽃방 의자에 앉아 추억을 더듬는 준호에게 희정은 새로 커피 한잔을 뽑아 왔다. 준호는 희정에게 손에 들고 있던 시집에서 헷세의 시 한수를 읽으라고 청 했다. 희정은 준호에게 가끔 글을 읽어주기를 좋아했다. "안개 속"이라는 시다. 안개 속을 거니는 이상함이여 덩굴과 돌들 모두 외롭고 이 나무는 저 나무를 보지 않으니 모두는 혼자이다. (중략) 안개 속을 거니는 이상함이여 산다는 것은 외로운 것 누구도 다른 사람 알지 못하고 모두는 다 혼자이다. "이 시를 읽고 보니 좀 이상한 느낌이 드네요." "이상하긴..." "그럼 당신도 외롭다는 말이요?" "늙어지면 사람은 멀어진다고들 하더군." "그렇지만 당신이야 말로 외롭지 않을 사람이지요." "그러오! 당신이 옆에 있고, 자녀들이 가까이 살고, 아직도 친구들이 있고, 소설을 쓰고 있으니 외롭다고 할 수가 없지, 그러나 정말로 외로울 때가..." "당신은 당신답지않게 그런 날을 미리 외로워 하는 거예요?" "..." 희정은 컴퓨터에 매달려 있는 준호의 건강을 늘 걱정하고 있었다. 그렇게 즐기던 골프도 치러 나가지 않은 지가 한참 된다. "여보, 우리 30분만 걷고 와요." 준호는 아내의 손을 잡고 다정히 걸었다. 일주일째 밴쿠버의 안개는 개이지 않고 있다. 이상 기온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는 또 갈매기 한 쌍이 후원 연못으로 날라 왔다. 준호의 머리 속에서는 내내 쌕쌕이에 대한 회상이 안개 속에서 맴돌고 있다. 한준호는 구룡을 빠져 나와 충북의 모스코바라는 고향 음성까지 갔다. 거기서도 있을 수 없어 다시 양평으로 돌아와 강언덕교회로 가서 숨어 있다가 9·28 수복을 맞았다. 해병대간부 3기생으로 입대, 정훈관이 되었다가 후에 군목으로 전과했다. 5년 반 군복무를 마치고 해외유학을 했다. 유학을 마치고 계속 해서 이민목회자가 되어 여생을 캐나다에서 살고 있다. 임대호 목사는 뼈가 부러지는 고초를 겪었으나 풀려나 장수했으며 충남에 그의 송덕비가 세워졌고, 그의 아들 기원은 그 후 신학을 공부했으나 한국 보험계의 거성이 됐다. 권순철 집사는 장로가 되고 고향에 중고등학교를 설립한 교육가가 되었다. 부여의 임의사 송장로 최장로 박교장 등은 옥사했다. 이두손은 계속해서 교회를 잘 섬기는 집사가 됐다. 준호는 "갑자생" 그러니 망구(望九)의 문턱에 서 있다. "묻지 마라 갑자생" 얼마나 고생이 많았으면 그런 말이 나왔을까!" "여보! 홍삼 차 한잔 더 다려 올 터이니 드시고 힘내요." "......" "9·28에서 군복무를 마칠 때까지를 쓰려면 힘을 내셔야 해요." "......" "그래야 우리의 신혼 이야기며, 중학교를 세웠던 일.....그 뿐이요? 일본 미국 유학한 것 그리고 대륙에서 태어나 대륙에서 여생을 보내는 인생의 장강을 써야 하지 않겠어요." 작가의 말 나는 집을 짓는 목수처럼 소설을 쓴다. 내 형편에 맞는 집을 설계한다. 집을 새로 짓기도 하고 헌집을 개조하기도 한다. 크기와 양식을 내 마음대로 구상한다. 살기 편하고 모양이 좋아 누구나 들어와 보고 싶은 집을 짓는다. 성취 못한 꿈, 못 다한 사랑을 소설에서 끝내본다. 잃었던 시간들을 되찾는다. 그래서 집을 짓는 사람은 시간가는 것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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