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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혹적인 비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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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6-12-07 00:00

고혹적인 비경에 탄성이 절로...

丙戌陽九月二十一日探淸溪溫泉而迷路深山幽谷之中有懷
병술년양력구월이십일일clear creek 자연온천을 찾다 깊은 산중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느낀바 있어

遠岫瑞雲瓏 저멀리 산 봉우리 서운은 영롱하고

林靑霜葉紅 숲이 짙푸름에 단풍잎이 더욱 붉다

風來一陣雨 바람이 한 바탕 소나기를 몰고 오니

新秋霽景澄 햇 가을 비갠 경치 더더욱 맑았어라

烟擁香爐峰 안개 구름 향로봉을 에워싸고

白布掛石屛 옥양목 폭포수는 돌병풍에  걸렸구나

倚杖望歸路 지팡이 더져짚고 돌아갈길 바라보니

落日西山中 해는 떨어져 서산에 걸렸구나

於湖裏山谷梅軒苦吟
Harrison 모계곡에서 매헌은 억지로 읊다

<산행후기 겸 시작노트>

누구나 산행길에 좋은 경치를 만나거나,  힘들게 산 정상에 올라 일망무제로 끝없이 펼쳐진 파노라마가 시야에 들어올 때, 그 첫 느낌은 이루 말 할 수 없는 감동으로 다가오게 마련이다. 나 같이 감정이 무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 느낌을 두글자에 담으라면  그저 " 좋다"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지 싶다. 그 이상의 표현은 불가능하다. 물론 사람마다 비경을 느끼는 감정의 폭은 천차 만별이지만..이 세상 그 누구도 처음으로 대하는 경치의 황홀함을 백퍼센트 글이나 말로서 표현할 사람은 없는 것이다. 그것은 언어를 초월하는 경지이니 불가에서 말하는 불립문자(不立文字)라는 선(禪)의 경지에 가깝다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노자도 이러한 언어의 한계를 질타하여 " 글은 하고 싶은 말을 다할 수 없고, 말은 속내를 다 표현하지 못한다(書不盡言 言不盡意)"고 하였다. 그래서 이러한 언어의 한계에  직면해서도  가만 있자니 미칠 것 같으니까 생겨난 것이 소위 시(詩)라는 것인데.....아무리 잘 표현 해도 좀 봐 줄만한 시인이 있었다면 동양문화권에선 이태백과 두보 정도지만 엄격히 말해서 그 둘도 '도토리 키재기'요 '그나물에 그밥'에 다름아니다. 그래서 한시를 쓰는 수 천명의 묵객들이 시께나 쓰는 자기들을 비하하여 소객(騷客)이라고 했다. 소객이란 "시끄럽게 구는 사람"이란 뜻이니 알만 하지 않은가. 말로서 표현할 수 없어 끙끙앓다가 끌적그리며 소란을 피우는 사람이라는 자조적인 표현임이 분명한 것이다.

필자도 이날 만큼은 바로 이러한 경지를 체험한 것이다. 더군다나 낯익은 산이 아닌 생면부지의 심산유곡...그것도 착시현상이거나 아니면...투병기간중 어떻게 뇌세포의 기억장치가 망가졌는지.. 일행 두명을 인솔하여 Harrison 계곡의 Clear Creek  자연온천을 찾아간다는 것이 전혀 엉뚱한 방향의 골짜기로 접어들었으니 귀신씌우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로 여겨졌다. 이날 따라 셋밖에 안되는 산행길을 출발하면서 오늘 무언가 보여주겠다고  큰소리치고 목에 힘까지 주면서 인솔한 산행대장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해리슨 레이크의 동쪽 벌목 비포장도로를 24키로 들어가 벌목캠프를 지나면 계곡이 나오는 데 필자는 이것을 자연온천 가는  Big Silver Creek으로 오인하고 전혀 번지수가 틀린 Cogburn Creek으로  27키로를 더 들어갔으니 그날의 산행은 볼장 다본셈이었다...우왕좌왕하는 사이 시간은 흘러 오후 1시  벌써 하산할 시각이지만 우린 무작정 산으로 향했다. 마치 산귀신이 씌어 끌려 가기라도 하는 것처럼....묵은 벌목길을 따라 한참 오르니 설상가상으로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무방비 상태로 맞는 소나기에 몸은 흠뻑 젖어들고...어딘가 보일 것 같은 온천은 보이질 않고, 시간은 초조하게 흘러가고 , 그러나 비가 개이면서 풀이죽은 우리들에게   하산하기 싫을만치 고혹적인 비경이 눈앞에 전개되고 있었다. 좌우의 침엽수림을 배경으로 단풍나무가 한창 농익은 가을 빛을 발하는 사이  산허리의 침옆수림 솔가지 끝에서 하얀 연무가 질펀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밴쿠버 주변에선 제대로 단풍을 구경하기란 쉽지 않다. 이민후 87년도까지 12년간 살았던 온타리오 토론토 북쪽 Algonquin의 단풍이나 설악산 단풍에 비해 이곳 단풍은 색상이나  때깔이 별 볼일 없다. 침엽수가 설치는 지역이니 활엽수가 맥을 못추는 탓이지 싶다. 어두운 숲 그늘에 가리워진 진홍색 단풍은 정말이지 70년대초 설악산 대청봉에서 본 바로 그 단풍의 색갈이었으니..모두들 탄성이 절로 터져나왔고...잘 못 인솔한 산행대장의 구겨진 체면도 다림질 되고 있었다. 하산길에 저만치 우뚝솟은 봉우리 가슴둘레를 서기로운 구름이 포옹하듯 끌어 안고 있었다. 이태백이가 읊은 과장법의 대명사 "삼천척이나 되는 높이를 물이 나르듯 떨어지네"(飛流直下三千尺) 라는 구절이 나오는 려산(廬山)지역의 향로봉이 생각났다. 생긴모양이 구름이 피어오르면 영판 향로같이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했다. 중국의 향로봉을 가보진 못했지만 소대장으로 최전방 근무시 향로봉을 본 기억이 있는 필자에겐 진짜 향로봉은 이것이 진짜 명품 향로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즉석에서 향로봉으로 명명했다(집에 돌아와 해리슨지역 위성지도를 찾아보니 이 산은 해발2100미터의 Mt Urquhart). 어디 그뿐이라 이 계곡을 타고 흐르는 Hornet Creek는 사람의 눈길이 닿지 않은 폭포가 부지기수로 널부러져 있었다. 수십길 낭떠러지를 타고 흐르는 폭포수는 옥양목을 절벽위에서 펼쳐 드리운듯 공중에 넘실거리고 있었으니....자연온천을 찾다가 길을 잃고 우왕좌왕하다  숨이 멎을 것 같은 비경들을 덤으로 선물받았으니 불행중 다행이었다....장장 두시간에 걸친 하산길에 또다시 두시간의 비포장 도로를 달려 Harrison Hot Spring에 도착하니 밤 8시...우린 곧장 공중온천으로 향하여 온천을 못 찾은 찜찜함과 이날의 피로를 온천탕에 몸을 담궈 말끔히 씻은후 밴쿠버에 도착하니 자정이 가까워 오고 있었다....하지만 오늘 본 경치로 가슴이 뿌듯해지고 있었다.

필자 프로필
경남 함양군 안의 출생. 조부로부터 4살부터 17살까지 한학 배움. 1975년 토론토로 이민, 항공기 제조사 디하빌랜드 근무. 1987년 밴쿠버로 이주해 자영업을 운영하며 랑가라 칼리지 법정통역강사, 본지 편집위원으로 활동. 1994년 조부의 유지를 받들어 '송산서당' 설립. '송산'은 조부 정재혁옹의 아호. 2004년 대장암 3기 판명을 받고 수술, 투병 완치 후 현재에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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