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키스, 키스, 키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6-12-18 00:00

지금껏 멈추지 못하는 내 애정행각의 연유를 굳이 말하자면 이렇다. 오래 전, 아주 작고 평화로운 인디언 마을이 있었다. 그 마을 추장에게는 예쁜 외동딸이 있어 추장에게는 물론 온 부족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날들이 지나면서 그 어리던 추장의 딸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소녀로 자라났다.

그러나 무슨 운명이 그다지도 허름한지, 어여쁜 추장의 딸은 몹쓸 병에 걸려 그만 시름시름 앓았다. 추장과 모든 사람들이 백방으로 애를 써서 병구완에 나섰지만, 딸의 병은 더욱 깊어만 가서 그저 죽는 날만 기다리는 지경이 되었다. 인디언 마을은 더 없는 슬픔에 잠기고, 웃음소리도 사라져 음울했다.

애통함에 심신을 가누지 못하는 추장이 제 딸에게 묻는다, 너의 마지막 소원이 무엇이더냐, 내가 무엇이든 들어주리라.

이미 핏기 없이 가녀린 추장의 딸은 파르스름한 입술을 겨우 떼며 말한다, 저는 이 세상의 모든 남자와 키스하고 싶어요…

제 딸의 처지가 아무리 원통, 애통해도, 그리고 자신이 아무리 대단한 추장이라 할지라도, 제 딸의 그 잔망스런 소원은 들어줄 길은 없었다. 그저 애태우며 다 큰 소녀로 자라난 제 고운 딸이 하루하루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수 밖에.

추장의 딸은 끝내 마지막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추장과 온 부족 사람들의 통곡 속에 눈을 감는다. 사람들은 마을 뒤 야트막하고 양지바른 언덕배기에 그 소녀를 눈물로 묻었다. 그리고 소녀를 보낸 애달픈 사람들 앞에 놓인 시간은 또 속절없이 흘러간다. 그렇게 얼마쯤 세월이 지난 후, 그 소녀의 무덤에서 풀이 돋아나기 시작했으니, 바로 담뱃잎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그 소녀의 소원을 잊지 않았다. 그 소녀가 말했던 남자들뿐만 아니라 많은 여자들도 소녀의 마지막 소원에 귀를 기울이며 키스하고 있다.

나도 오래 전부터 지금껏 그 예쁜 소녀의 애달픈 키스의 소원을 들어주고 있다. 어떤 날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소녀와의 키스로 하루를 시작하고, 또 하루에도 몇 번씩 인디언 소녀의 소원을 떠올린다. 심한 날에는 스무 번도 넘게 키스한다. 물론 그런 날의 키스는 의식적인 것보다 습관적인 게 많음을 나는 안다.

그런데 요즘은 날이 갈수록 어여쁜 소녀의 소원을 들어주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가는 곳마다 거의 키스금지구역으로 설정되어서 한데로 내몰리니 키스가 점점 번거로워진다. 또한 힘겨운 것은 따가운 눈총이다. 온갖 신문이며 방송에서는 당장 소녀와의 키스를 멈추라고 나날이 성화다. 게다가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여태 키스하며 사냐고, 혀를 차는 사람들이 늘어만 간다.

나는 한때 성실하게 슬픈 소녀의 소원을 들어주다가 이제는 그만 둔 사람들, 또는 애초부터 가녀린 소녀의 소원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사람들을 향해 매정한 사람들이라고 비난을 보내는 일이 없다. 오히려 매력적인 유혹을 박찬 그들의 강건한 결단력을 존경하다시피 한다. 진심으로 그러하다.

그러나 세상에는 존경 받을 만한 사람보다 나같이 박약한 의지를 지닌 사람들이 더욱 많은 게 사실이다. 더군다나 키스와 같이 달콤한 유혹이 그리 흔치 않은 것도 내 의지를 더욱 무력화시키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그러한 나는 달콤한 키스의 유혹에서 그만 벗어나야겠다고 마음먹어본 적이 아예 없다. 그래 봐야 턱도 없이 부실한 내 의지력을 다시 확인할 것 말고는 아무 것도 없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키스를 끊으면 물끄러미 하늘을 바라보는 것도 끊어야 할 것 같고, 보고 싶은 누군가를, 또는 아스라한 기억들을 떠올리는 것도 끊어야 할 것 같아서다. 그건 키스를 끊는 것보다 몇 곱절 자신이 없는 일 이다.

거기에 넘어가라고 있는 게 유혹인지, 아니면 극복하라고 있는 게 유혹인지 잘 모르겠지만, 또 앞으로 키스하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멈추라는 성화도 더하겠지만, 그래도 나의 키스행각은 지속될 것 같은 예감이다.

*필자 김기승은 1979년부터 극단76극장, 극단 실험극장, 환 퍼포먼스 그리고 캐나다로 이민오기 직전 PMC 프로덕션 등을 중심으로 공연계에서 활동했고 연극, 뮤지컬, 영화, 콘서트, 라디오 등 100여 편의 작품들에서 연기, 연출, 극작, 기획 등을 맡아왔습니다. 제목 '추조람경'(秋朝覽鏡)은 당(唐)나라 설직(薛稷)이 쓴 시의 제목으로, 제자(題字)는 필자가 직접 썼습니다. <편집자주>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나무 3000그루 쓰러져... 복구 1년 걸릴 듯 나무에 깔렸던 50대 남성 6일만에 구조
밴쿠버의 관광명소로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스탠리 공원의 폭풍 피해가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시민들이 주요 이용하는 시월(seawall)과 공원내 산책로는 출입이 통제되고 있으며, 공원 내부 이곳 저곳에는 강풍에 쓰러진 나무들로 위험한...
加 기업이민자 42.6% BC주 선택
지속적인 경제 성장 기조를 유지해 온 BC주로의 유입인구가 내년..
유권자 45% 지지...대표 지지율은 신민당 우세 환경 문제 관심 커지면서 녹색당 약진
BC자유당(Liberal)이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으나 지도자 지지율면에서는 BC신민당(NDP) 캐롤 제임스 대표가 고든 캠벨 주수상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녹색당(GP) 지지율이 약진했다. 입소스리드사가 BC주 유권자를 대상으로...
과학 영재 2006.12.21 (목)
경서(남 7세·초2·가명)는 과학에 관심이 많다. "명왕성은 사실 행성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어요. 행성이라기보다는 큰 얼음 덩어리인데..." 아는
주입식 교육이 아닌 어린이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독특한 교육방식과 캐나다 작가들과 함께 어린이 스스로 자신의 책을 출간하도록 돕는 비영리 교육기관 '어린이를 위한 창의적 글쓰기 사회'가 지난 2년을 돌아봅니다.  아이들의 글쓰기...
2006년 교육섹션 10대 뉴스-I
2006년을 보내며 다시 한번 짚어봐야 할 중요한 교육기사를 선정해 2주간에 걸쳐 소개한다
리더십과 협동심 기를 수 있어 북미 고등학교와 대학마다 팀 활동
◇ 3개의 스턴트 그룹이 피라미드를 만들고 있다. 3명의 탑과 각 스턴트마다 베이스 2명, 써드 1명, 프런트 1명을 볼 수 있다. 치어리더. 먼저‘치어리더’라는 말을 듣는 순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치어리더의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아이들의 한숨 2006.12.21 (목)
밴쿠버로 돌아오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갔을때 10살 남짓해 보이는 아이가 혼자 끌고 가기 힘겨워 보일 만큼 큰 트렁크 가방을 든 채, 면세점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는 모습을 봤었다. 조기유학 열풍에, 혹은 부모님들의 열성에 한창 어리광부리고 사랑 받을 나이에...
일본어교과과정 시범적으로 실시
지난 8월 31일 셜리 본드 BC주 교육부 장관은 BC주의 외국어교육의 커리큘럼을 기존의 읽기와 쓰기에 비중을 두는 것과는 달리 말하기와 듣기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교육부는 제2외국어가 점차 캐나다 사회에서 중요하게 쓰이고 있는 점을 감안해 틀에 박힌...
1. 회원 여러분 즐거운 성탄 맞이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사다난했던 한해가 저물어 갑니다.다가오는 새해에는 모든 회원제위의 가정과 사업장에 희망찬 한해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2.  "주의 요망"-그로서리가게에 중동계 집단 절도단 극성 연말...
육아 수당 2006.12.21 (목)
현재 일을 하고 있고 부모가 될 예정인 사람은 출산 및 육아 휴가를 근무처에 신청할 수 있다. 고용보험을 지불했던 부모인 경우 고용 보험법에 의거해서 출산 및 육아 수당을 받을 수 있다.
밴쿠버 아마추어 야구 동호회
얼마 전 밴쿠버 조선일보 홈페이지 '알림장'에 재미있는 글 하나가 올라왔다. 스스로도 밴쿠버의 비 오는 이 겨울에 야구를 한다는 것
꼭대기에 올라가면 거기에 마냥 머물 수 없는 것이...
시속 90km 강풍 밴쿠버 아일랜드 강타
20일 밤 강풍 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밴쿠버 아일랜드 동쪽 지역과 선샤인 코스트 지역에 최고 시속 90km 강풍이 불어 2만5000가구가 정전됐다. 태평양과 인접한 밴쿠버 아일랜드 서쪽 해안에는 최고 시속 120km 강풍이 불었다. 로버츠 베이에서는 낚시배가 강풍으로...
로워 메인랜드 지역 최고 시속 50-80km 예상
지난 주 15일 발생한 강풍 피해가 아직 완전히 복구되지 않은 가운데 오늘 저녁부터 BC 서부 연안에 또 한차례 강풍과 폭우가 몰려올 전망이다.  캐나다 기상청은 로워 메인랜드 지역에 오늘 저녁부터 밤사이 최고 시속 50-80km의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예보했다....
가정용 요금 2.2% 올라
내년 1월 1일부터 가정용 천연가스 요금이 인상된다. BC공익설비위원회는 BC 테라센이 제출한 가정용 천연가스 요금 2% 인상안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로워 메인랜드 지역 가정의 천연가스 요금 부담이 가구당 연 25달러 늘어난다. 또한 BC 내륙...
RCMP '경찰관이 되려면' 강좌
버나비, 코퀴틀람, 리지 미도우 관할 연방경찰(RCMP)은 장래 연방 경찰관을 지망하는 11, 12학년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진학 강좌(Introduction to Policing)를 개최한다. 진학강좌는 내년 1월부터 3월까지 매주 월요일 오후 5시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총 9회에 걸쳐 강의식으로...
대구시·퍼시픽 아카데미, 외국인학교 설립 협약
외국인 학교 유치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대구광역시 김범일 시장이 20일 오전 써리의 명문 사립 퍼시픽 아카데미(Pacific Academy)를 방문해 대구 외국인 학교 설립을 위한 공동 협약서에 서명했다. 왼편부터 최충주 총영사, 장경훈 대구광역시의회 의장, 김범일...
한국전 참전기념비 건립위원회 모임 한국전 참전기념비 건립위원회(위원장 채승기) 모임이 12월 23일(토) 낮 12시 베스트 웨스턴 호텔 'Pantry'에서 열린다. 대상 건립위원. 319 North Rd. Coquitlam (604) 931-6689 코퀴틀람 한국어학교 새 학기 개강 코퀴틀람 한국어학교는 2007년...
어떤 부자가 랍비에게 인생의 교훈이 될만한 가르침을 부탁하였다. 그러자 랍비는 그를 창가로 데리고 가서 무엇이 보이냐고 물었다.
 1491  1492  1493  1494  1495  1496  1497  1498  1499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