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추석날 포드 마운틴에 올라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6-12-21 00:00

丙戌中秋與三人登報德山述懷
병술년 추석날 세사람과 함께 Ford Mt.에 올라

苔斑松逕堪携藜 이끼낀 송림 사잇길 지팡이 더져짚으니
却喜煩襟得快開 번뇌로운 이내흉금 화하게 열리누나
處處秋色白日高 곳곳마다 가을빛, 태양은 저리 높고
屛岳靈氣繞望臺병풍같이 두른 산의 영기 망대를 감싸네
極目四方靑黛闊  끝없이 짙푸른 수목의 바다 광활하니
勸君紅酒客愁解 복분자술 권하노라 시름일랑 날려보세
半生異鄕老病人 반평생 타향살이 병들어 늙은 이몸
笑看天末白雲來 하늘끝 흰구름을 웃으며 바라본다

丙戌陽十月五日於報德山頂梅軒鄭鳳錫苦吟
병술년 양10월5일 Mt. Ford 산정에서 매헌 정봉석은 읊다.

산행후기겸 시작노트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특히 우리 교민사회 안의 젊은 층은 산에 가기를 싫어한다. 그보다는 훨씬 재미있는 골프나 스키 테니스 등에 탐닉하다 보니, 등산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 오히려 당연할지도 모른다. 나도 젊은 시절 한때, 산이라면 강한 거부감을 느꼈던 시절이 있었다.
내 고향 안의(安義)는 서부 경남의 지리산과 호남의 덕유산이 만나는 첩첩 산골이다. 나는 거창과 함양사이에 위치한 안의읍에서도 10리나 더 들어간 산골에서 잔뼈가 굵었다. 안의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전기도 없는 산골 방에서 호롱불 켜놓고 공부했던 촌무지렁이었으니 허구한 날 등산만 하고 살았던 것이다. 소 먹이기, 꼴 베기, 나무하기 등 산은 등산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터전이자 일부분, 일부러 여가선용차원의 등산이란 단어마저 생소했던 것이다. 게다가 군생활 중 전방 예비사단 소총 소대장을 하면서 1년 이상을 중부전선의 산이라는 산은 죄다 무조건 올라가 탈취하는 기동훈련을 했으니 산이라면 신물이 나고 치가 떨렸던 사람이었다.

75년 이민 후 25년 가까이 등산은 죽기보다 싫었고, 겨우 50이 넘어서야 '이 문제의 알레르기 반응'을 치료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어디 나 같은 사람이 한둘이리요 만은, 대개 산을 즐기기 시작하는 연령층은 40대 후반 이후의 중년층이라고 보면 대차가 없을 것이다. 벌써 이 나이가 되면 인생의 절정기에 있거나 하향곡선을 타기 시작하는 세대들이다. 지금까지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려오다가 자기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보고 싶은 사색기나 갱년기인 것이다. 등산으로 말한다면 정상에 올라 갔다가 하산하기 시작하는 바로 그 시점이다. 등산이 정상을 향해 올라갈 때는 옆도 뒤도 돌아 볼 겨를도 없이 앞만 보고 가야 하는 것과 돈, 명예,권력, 출세라는 목표 정상을 향해 청장년층이 걸어야 할 인생길과는 너무나 흡사한 평행선이다. 하지만 꼭대기에 올라가면 거기에 마냥 머물 수 없는 것이 등산이나 인생이나 마찬가지이다. 등산객은 정상에서 자기가 올라온 길을 되돌아보고 싶어한다. 사람은 자기가 걸어온 인생길이 과연 옳은 길이었나를 되돌아보고 싶은 마음이 어느 시점에서든 들게 되어 있는 것이다.

중장년층이 등산을 시작하는 이유는 바로 이 같은 궤적의 커브에 자연스럽게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상에서 자기가 올라온 길이 완벽하게 다 조감되는 것이 제일 좋은 산행 코스이다. 정상에서 바라보면 평탄했던 길, 가파른 길, 내리막길. 바위투성이의 위험한 외길, 늪지대, 가시밭길, 급류가 흐르는 계곡 등이 한눈에 들어 오는 것이다. 이러한 코스라야 다음에 다시 오고싶은 마음이 생긴다. 인생이 연극에 비유되지만 재연이 불가능한 연극이 아니던가. 한번 플레이하면 두 번 다시 리플레이를 할 수 없는 일회성 카세트 테이프에 다름 아니다. 누구 하나 자기가 걸어온 인생길에 만족할 사람은 하나도 없는 것이다. 기회가 주어지면 다시 한번 인생을 시작하여 리플레이해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이 지구상에 단 한 사람도 없는 것이다.

그렇다. 바로 이것이다. 등산은 바로 이러한 인생 드라마의 대리 재연을 가능케 해 주는 최고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그래서 자기가 올랐던 산이라도 힘들고 따분하지만 다시 한번 속는 셈치고 또 올라가고 싶은 것이다. 등산은 단순한 운동에너지의 발산이 전부는 아니다. 인생을 좀더 생각하는 인생으로 만드는 위대한 스승이다. 그 누가 이 사실을 부인하겠는가.

나는 10월 5일 추석날을 택해 아무도 없는 칠리왁 계곡의 포드 마운틴 정상에서 끝없는 사색에 잠길 수 있었다. 초추의 양광이 따사로운 정상의 전망대는 수억 만평에 달하는 칠리왁 계곡을 조감할 수 있는 천혜의 전망대라 70년대까지 산불 감시 초소가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 주춧돌만 남아 있었다. 우리 일행은 이날 초행인데도 바로 올라온 길이 죄다 조망되는 최상의 산행을 한 셈이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지나온 32년간의 이민생활을 되돌아 보니 하도 허무해, 저 멀리 하늘아래 흰 구름 한 조각을 바라보며 헤픈 웃음을 날려 보냈다. 두고 온 고향 산하를 생각하면서...

필자 프로필
경남 함양군 안의 출생. 조부로부터 4살부터 17살까지 한학 배움. 1975년 토론토로 이민, 항공기 제조사 디하빌랜드 근무. 1987년 밴쿠버로 이주해 자영업을 운영하며 랑가라 칼리지 법정통역강사, 본지 편집위원으로 활동. 1994년 조부의 유지를 받들어 '송산서당' 설립. '송산'은 조부 정재혁옹의 아호. 2004년 대장암 3기 판명을 받고 수술, 투병 완치 후 현재에 이름.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캐나다 공공안전부 발표
캐나다 연방 공공안전부 스톡웰 데이 장관은 러시아 스파이 용의자를 지난달 14일 몬트리올에서 체포한 후 12월 4일 연방법원 판사에게 정식 추방 명령을 받아 26일 러시아로 추방했다고 발표했다. 데이 장관은 폴 윌리암 햄펠이란 가명을 사용한 스파이가 가짜...
새해부터
내년부터 2001년형 이후 모델 차량은 에어케어(AirCare·차량배기검사)가 면제될 예정이다. 트랜스링크 켄 하디 대변인에 따르면 2001년형 이후 출고 차량은 에어케어가 면제되나 1992년형부터 2000년형은 2년에 한번, 1991년형과 이전 모델 차량은 매년 에어케어 검사를...
교육청 "예산 적자 우려"
BC주 교육부는 내년도 교육예산을 5억달러 가량 늘려 배정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으나 각 교육청에서는 예산이 줄었다는 호소가 나오고 있다. 앞서 19일 BC교육부는 "올해 BC주 공립학교 학생수가 약 1만2300명 줄어든 가운데 학생 1인당 평균 7596달러 예산을 배정해...
미술 영재 2006.12.28 (목)
다섯 살 배기 윤성이(가명·남)는 그림 그리기를 매우 좋아한다. 하루종일 앉아서 그리고 또 그린다. 상당히 사실적인 그림을 그리는데 세계지도도 잘 그리고 인체 해부 모습도 그린다.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로켓과 우주 왕복선인데 아주 사실적이어서 NASA 로고와...
2002년 미국에서 대학원 공부를 마치고 노스 밴쿠버 카필라노 대학 근처로 이민왔다. 정착의 한 과정으로 대학에서 여러 과목을 수강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우선 고등학교 영어와 역사 과목부터 시작했다. 고등학교 과목을 마치자 이번에는 대학 과목으로 격상해...
밴쿠버 주택비용부담지수 전국 최고 단독주택 연소득 12만달러 넘어야
캐나다 로얄뱅크(RBC)가 2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에서 주택비용부담율이 가장 높은 곳은 역시 밴쿠버 지역이었다. 2층 구조의 단독주택을 기준으로 한 밴쿠버의 주택비용부담지수(Housing Affordability Index)는 75.0%, 캐나다 평균(45.8%)을 크게 웃돌았다....
3년 전에 녹슨 하수관 파이프를 50cm나 절단하고 용접 봉합한 부위에 다시 문제가 생기지 않았는지 미니 카메라를 맨홀 속으로 쑤셔넣어 뒤지는 대장내시경(Colonscopy) 검사를 받았다.
집 잃은 주민 100여명 임시 거처 찾는 중
써리시 72애비뉴와 킹 조지 하이웨이 교차 지점에 위치한 3층 아파트 건물에서 28일 화재가 발생해 6명이 부상을 입고 100여명이 집을 잃어 지낼 곳을 찾고 있다. 이 건물에는 65세대가 입주해 있었다. 소방 당국은 화재 진압과 현장 정리에 나선 소방관 2명과 경찰관...
박싱 데이(Boxing Day)의 기원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설(說)이 있지만 널리 알려진 하나는 영국 왕조시대의 풍습이다. 일년동안 수고하고 성탄절에도 일해야 하는 하인을 위해 주인은 선물을 따로 준비했다. 성탄절 다음 날인 26일, 하인은 선물이 든 상자(Box)를 열고...
아이가 자라면서 부모가 내줘야 할 것들은 점점 많아진다. 내줘야 할 것들에는 부모가 살면서 구축해왔던 무형의 가치관도 포함된다.
사랑스러운 아내를 괴롭히는 고질적인 질환 중의 하나인 '주부습진'은 그렇게 간단하게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치료하면 잠시 호전됐다가 다시 나빠지는 끈질긴 질환이다. '젖은 손이 애처로워 살며시...'라는 유행가처럼 남편이 사랑으로 감싸 안거나 걱정만으로...
오카나간 지역 차량 통행 어려워
27일 새벽 BC주 내륙에 폭설이 내려 오카나간-슈스왑과 쿠트니 지역 차량 통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BC주 교통부는 오카나간-슈스왑에 계속 눈이 내려 통행이 어렵다고 발표한 가운데 펜틱튼 공항으로 향하는 에어 캐나다 소속 국내선 항공편이 취소됐다. 27일 오전...
Little Miss Sunshine- 2006.12.27 (수)
이번 주 DVD로 나온 '리틀 미스 선샤인'은  어린이 미인 대회에 출전 꿈꾸는 어린 딸을 위해 길을 떠나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로드 무비다. 좋은 시나리오와 연출, 출연진들의 연기가 돋보이는 이 독립영화는 개봉 후 입 소문을 통해 관객들을 불러모으며...
Night at the Museum 2006.12.27 (수)
'박물관이 살아있다'(Night at the Museum)는 20세기폭스사가 총 제작비 1억5000만달러(미화)를 들여 제작한 초특급 대작. 기발한 상상력이 고정 관념을 초월해 동화 속을 걷게 한다. 특히 할리우드가 아니면 이런 소재의 영화를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 날 정도로 스케일이...
송년기획 / 되돌아 보는 2006년
올해도 굵직한 사건 사고가 밴쿠버 조선일보 1면을 장식했다. 2006년 BC주 최대뉴스는 단연 기상 이변이었다. 1월은 장장 29일 동안 비가 왔고 춘삼월에 폭설이 내렸다. 7~8월에는 최고 기온 40도를
12월의 화두는 크리스마스다. 밴쿠버에서도 크리스마스와 연말이면 누구나 한 번쯤 파티에 초대받게 되는 요즘, 파티라고 해서 거창할 것은 없다.
한식, 중식, 일식 써리 최초의 한식당 -‘일억조(一億鳥)’
살아 움직이는 꽃게와 생선을 넣고 끓인 해물탕, 잔인하게 맛있다주인과 어부가 직접 거래한 싱싱한 활어회로 제공, 미식가들 ‘넘버원’ 외국이라고 하지만 많고 많은 한식당들 가운데 내 입에 딱 맞으며 가격도 마음에 드는 메뉴를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장롱 속에 잠든 양식 조리사자격증이 빛을 발한 크리스마스!
그동안 번거롭고 복잡해서 망설인 주부가 있다면 이 레서피가
25일 단축, 26일은 운행 횟수 늘려
23일부터 26일까지 이어지는 성탄연휴기간 동안 일부 대중교통 운행일정이 변경된다. 광역밴쿠버 대중교통망을 관장하고 있는 트랜스 링크는 "크리스마스, 박싱 데이 기간 중 운행일정을 일부 조정했다"고 밝혔다. 24일(일요일) 일반 버스는 평상시 수준으로...
밴쿠버 올림픽위원회... "위슬러 인력 확보도 과제"
밴쿠버올림픽위원회(VANOC)는 22일 "위슬러 인근 숙박 시설이 부족하다"며 "내년도 올림픽위원회의 중점 사업은 숙박시설 마련"이라고 발표했다. 위원회는 2010년 동계올림픽이 개최되면 위슬러 지역에 숙박객이 최대 1만2000명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존 펄롱...
 1491  1492  1493  1494  1495  1496  1497  1498  1499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