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번슨 레이크...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1-11 00:00

번슨 레이크 슈가 마운틴 우중산행

雨中山行芬鎭湖舒伽山有懷
Buntzen Lake Sugar Mountain을 빗속에 오르면서 느낌이 있어
 
陰風末秋腥雨淋가을끝 음산한 바람 비릿한 비 나리는데
海天亂山同暗淡 하늘바다 잇닿은 산 하나같이 어둡구나
千丈岡頭石逕橫 천길절벽 언덕위엔 돌길이 비껴있고
落葉無聲鋪地滿 낙엽은 소리없이 온땅을 덮었구나
身老今年五十八 이몸늙어 금년이면 오십여덟 되어선지
因思往歲意茫然 지난세월 생각하니 이내마음 아득하네
請君休問生涯事 그대에게 청하노니 인생사를 묻지말게
冒雨歸路詩情蟠 비를맞는 하산길에  고운詩情 서렸나니
 
丙戌陽十月二十六日與二人登舒伽山梅軒鄭鳳錫痛吟
병술년 양10월26일 두사람과 함께 Sugar Mt.에 올라 매헌 정봉석은 통쾌히 읊다.

좁은 지면에 한시의 구성, 음운, 작법을 제대로 설명하기란 난감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독자들에게 선을 보인 산행한시들이 어떤 규칙에 의해 지어지고 또 어떤 리드미컬한 운을 밟고 있는지를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시의 감칠 맛을 느낄 수 있다. 좀 쑥스럽긴 하지만, 필자 자신의 자작시를 가지고 내용까지 해설하는 것은 본 칼럼의 내용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쓴 이 시는 이태백과 두보가 활약하던 성당(盛唐)시기에 정형화된 근체시의 형식을 빌린 것이다. 7자 여덟 줄로 된 것을 칠언율시(줄여서 七律이라고도 함)라 하는데 반드시 1·2·4·6·8행의 끝글자가 같은 계통의 성모(발음)로 끝나야 한다. 한자는 단음절 어소로서 글자마다의 성조(tone)가 의미의 변별력이다. 즉 평성 상성 거성 입성인데 평성은 높고 평평한 소리, 상성은 끌어 올림, 거성은 위에서 아래고 갑자기 떨어짐, 입성은 현대중국어엔 없고 고대중국어상 즉 받침이 들어 있어 막히는 소리이다. 한시에서는 평성과 상성을 높은 소리(平聲)라 하고 거성과 입성을 낮은 소리(仄聲)로 분류, 고저장단을 맞추는 기준을 삼는다. 우리가 한시를 우리말 한자음으로 읽으면 고저장단의 리듬이 없이 그냥 무미건조한 읽기가 되지만 중국어 성조를 적용하여 읽으면 판소리처럼 고저장단이 척척 맞아 들어간다. 그러니 각행은 이 장단에 들어맞는 성조를 가진 한자가 배열되어야 하는 엄격한 룰을 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첫 행의 성조배열은 平平仄仄仄平平인데 두 번째 글자가 平이나 仄으로 시작하느냐에 따라 평기식(平起式), 측기식(仄起式)으로 나눠지며 반드시 1·2·4·6·8행의 끝글자가 평성이 되어야 한다. 쉽게 설명하면, 평을 '딴'측을 '따'로 한다면 첫행의 가락이 딴딴따따, 따딴딴 또는 따따딴딴, 따따딴 등의 가락의 변화를 줄 수 있는 것이란 말이며 이것이 8행 전체를 통해 리듬을 구성지게 하는 배열의 변화를 줄 수 있다는 말이다. 완전한 이해를 돕기 위해 필자의 시를 가지고 설명하겠다. 위 시의 1·2·4·6·8행의 끝글자인 淋 淡 滿 然 蟠이 평성운인데 우리말 읽기론 림, 담, 만, 연, 반으로 같은 계통의 성모로 끝나지 않은 것 같지만 중국어 발음은 린, 탄, 만, 란, 빤 등으로 운미가 모두 "n" 즉 니은 발음으로 끝난다. 그러면 시를 일단 중국어 발음과 병기해 보자.

1陰風末秋腥雨淋(윈펑모치우 썽위린)
2海天亂山同暗淡(하이티엔롼싼통얀탄)
3千丈岡頭石逕橫(치엔장깡터우시징헝)
4落葉無聲鋪地滿(루어예우썽푸띠만)
5身老今年五十八(선라오진니앤우스빠)
6因思往歲意茫然(인쓰왕쉐이이망란)
7請君休問生涯事(칭쥔시우웬썽야쓰)
8冒雨歸路詩情蟠(마오위궤이루시칭빤)

위의 8행7자 총 56자의 글자가 마음대로 배열될 수 있는 것이 아닌, 엄격한 규율을 가지고 성조가 들어맞는 글자를 배열하니 칠언율시라는 것이다. 우리 나라 옛 선비들은 글자의 음, 뜻, 모양과 함께 성조를 일일이 외워야 했으니, 그 고생은 말도 못했을 것이다. 중국 사람들은 지들 말이니 자연스럽게 썼을 터인데...그래서 필자는 이 한시의 맛을 알기 위해 중국어를 한 4년 밴쿠버에서 배웠다. 중국어는 부산물로 얻게 되었다. 다음은 시 내용의 구성과 해설 및 작법을 설명하겠다.

필자가 쓴 시는 어떤 사물에 접하여 감정을 일으키는 것, 즉 대물과의 교감을 적는 시를 흥체(興體)라 하는데 1·2행이 기(起), 3·4행이 승(承), 5·6행이 전(轉), 7·8행이 결(結)로 풀어간다. 한시는 정형화된 특성상 비약과 함축, 상징성이 표면적으로 드러나기보다는 행간에 있게 마련이다.

제 1 행은 그날의 산행 분위기를 극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음산한 글자들만 골랐다. 음산한 바람, 끝까지 간 가을, 모든 낙엽을 지게 하는 원인 제공을 하는 비는 곧 피비린내가 물씬 풍기는 것이라 느껴져 '비릴 성'자에 온 산을 젖게 한다는 '뿌릴 림'자가 동원되니 참 어둡고 을씨년스러운 비가 오는 컴컴한 산길에 들어선 분위기를 잡는다. 그리하여 2행은 밴쿠버의 아름다운 산들이 비구름에 가리고 젖어 보이는 건 바다와 우중충한 하늘이 맞닿아 모두 암담한 모습으로 시야에 들어온다.

제3행은 천길절벽 위에 돌길이 비껴있다고 했는데 이는 등산로의 험준함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수백 미터 절벽길을 계단식이 아닌 돌길이 가로 막아 비오는 데 올라가지 말라는 뜻까지 함축....게다가 제4행은 낙엽은 소리없이 온 땅에 발이 빠질 정도로 쌓여 조락의 분위기를 극대화 시킨다. 5·6행이 전구(轉句)인데 조락의 침울한 현장에 선 작자는 자연히 자기를 돌아보게 된다. 몸은 늙고 병들어 이제 58세나 되었으니 내가 저 낙엽의 신세가 아닌가를 떠올리며...6행에서 지난 세월을 돌아보니 모두가 부질없는 세월이었다는 회한과 자책감으로 망연자실함으로 이어져 절정을 이룬다.

이제 7·8행이 결론이다. 하지만 비오는 산행이라고 마냥 우울할 수만은 없다. 인생이 어차피 그러하거늘 감상에 빠져있을 수는 없다. 이를 극복하고 일상으로 되돌아 와야 한다. 그래서 7행이 사람들이여 인생이 허무하다 어쩌다 말하지 말라는 의지로 전환되면서 비를 무릅쓰며 하산하는 만추의 정경에 오히려 삶을 관조하는 시흥이 절로 이니 살만한 세상이 아니겠느냐고 자신에게 타이른다. 그래서 필자는 이런 쓸쓸하고 우울하고 조락하여 죽어가는 생명체들의 시체를 밟고 오는 기로에서 의지를 찾은 것이니 시 지은 날자를 적은 비망기에 "통쾌하게 읊다"를 썼다.

그렇다. 산행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항상 기분 좋게 돌아 오게 된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밴쿠버 보건청 발표...수술 연기 등 우려
밴쿠버 코스탈 지역 보건청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관할 지역 병원..
앨빈 토플러 박사가 한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현 교육제도는 "일종의 감옥에 돈을 쏟아 붓는 격"이라고 말한 '사랑의 충고'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한국인이자 교육자로서 한번쯤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실제로, 지난 해 주요 일간지와 방송...
파인트리 고교 윤관호군
코퀴틀람 관할 연방경찰은 지난 주 12일 실종됐던 윤관호군(14세, 코퀴틀람 파인트리 세컨더리)이 16일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윤군은 집에서 300m 정도 떨어진 장소에서 캠핑을 하며 지냈다. 윤군은 자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어머니가...
모글 스키 선수 최재우군, 위슬러에서 열린 BC청소년 모글 대회 '금메달'
2014년 동계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위슬러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최재우군(오른쪽)과 마크 맥도넬 코치.  한국 선수 불모지인 모글 스키 종목에서 한 유망주가 두각을 보이고 있다. 올해 12세인 최재우군(초등학교 6학년)이 12일 위슬러에서 열린 BC청소년...
밴쿠버 아일랜드 등에는 또 강풍
오늘 저녁부터 내일 아침까지 또 한차례 많은 눈이 내릴 전망이다.  기상청은 빅토리아, 광역 밴쿠버, 프레이저 밸리 지역에 오늘 저녁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해 내일 오전까지 곳에 따라 최고 10cm의 눈이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현재 이 지역에는...
일본 정통 돈가스 전문점 ‘요쇼쿠야 (yoshoku-ya)’
돈가스라면 절대 잊혀지지 않는 어린 날의 잔머리 수법의 추억 한 자락이 있다. 병원 앞에서 “절대 주사 맞기 싫어!!” 앙앙 울면서 한 3분만 버티면, “너 주사 한대만 맞고 나가서 맛있는 돈가스 먹자~” 엄마가 회유하시던 메뉴. 표준어가 돈가스로 통일되었지만...
잔치가 끝난 자리 2007.01.15 (월)
우리나라의 상가(喪家) 풍경을 가만히 떠올리면 세계 여느 곳에서도 보기 어려운 것들이 참 많다.
입덧의 고비를 슬기롭게 넘기려면 다음과 같은 적절한 생활 지혜를 터득해 스스로 대처해보자. *입덧은 정신적인 요소가 원인인 경우가 많아 신경질적인 사람일수록 그 증세가 심하게 나타난다. 입덧에 대해 걱정하면 오히려 입덧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The Illusionist- 2007.01.15 (월)
에드워드 노튼 주연의 '일루저니스트(The Illusionist)'는 왕자의 약혼녀를 사랑하게 된 한 마법사의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로맨스 드라마다. 영화의 배경은 세기가 바뀌는 시점인 1900년의 비엔나. 뛰어난 마술 공연으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마술사...
Alpha Dog 2007.01.15 (월)
에밀 허쉬, 저스틴 팀버레이크 주연의 '알파 도그(Alpha Dog)'는 FBI 역사상 최연소 마약 거래자로 수배된 실존 인물 제시 제임스 할리우드의 삶을 영화화로 만든 것이다. 제시 제임스 할리우드는 지난 2000년 10대 소년 니콜라스 마코비츠를 납치 살해한 혐의로 2005년...
신년기획 / 은퇴자들이 사는 법(2) 은퇴 이후의 행복한 삶은 경제적인 설계와 더불어 '준비된 취미생활'
산과 바다 강을 지척에 두고 새소리만 간간이 들리는 조용한 동네. 양쪽으로 나누어지는 타운하우스 출입문 전면에 자리잡은 1층 거실창가에서 이젤 을 앞에 놓고 서양화를 그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 98년 밴쿠버로 이민을 와서 젊은 날 생업 때문에 포기한 그림과...
신년기획/캐나다 주식시장 탐험(1) 에너지 산업
새해 들어 국제유가를 비롯해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작년 말 61.05달러에 거래되던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 가격은 지난 11일 배럴당 51.88달러로 떨어졌다
4년간 400만달러 지원
BC주정부가 스탠리 공원 복구를 위해 앞으로 4년간 400만달러를 지원한다. 지난 주 12일 스탠리 공원을 방문해 폭풍우 피해 상황을 직접 확인한 고든 캠벨 주수상은 피해 규모가 "믿을 수 없을 정도"라며 복구 지원을 약속했다. 또한 주정부 지원과 더불어 일반...
이름 올라 있으면 탑승권 발급 안돼
캐나다내 국내선 항공편에 비행금지 명단(No-Fly List)이 곧 도입된다. 비행금지 명단에는 항공기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의 이름이 오르게 되며 RCMP와 캐나다 정보국(CSIS)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캐나다 교통국(Transport Canada)이 작성하게 된다. 이...
캐나다주택금융공사 분석
캐나다주택금융공사(CMHC)는 광역 밴쿠버 지역 아파트 공실률이 낮아지면서 렌트비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캐나다 다른 도시들에 비해서는 여전히 저렴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CMHC 브라이언 유 분석관은 밴쿠버 지역 집값이 캐나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이번 주중 원상 복구 예정
오는 2010년 동계올림픽의 개폐회식 장소로 사용될 예정인 BC 플레이스의 지붕이 찢겨진 것은 강풍과 관리상의 실수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주 12일 발표된 사고 원인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BC 플레이스의 지붕 일부가 찢어진 것은 강풍으로 낮아진 천장을...
디즈니랜드, 加 관광객 여권 취득 권장
디즈니랜드가 캐나다인 관광객들의 여권 취득을 돕기 위해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적극적인 홍보를 벌이고 있다. 디즈니랜드의 가장 큰 해외 고객인 캐나다 관광객들이 여권소지 의무화 규정으로 줄어들 것을 염려한 캠페인이다. 새롭게 바뀐 규정에 의해 오는...
비거주용 신규 건축 지난해 10.8% 증가
서부 지역 신규 건축 물량 총액이 6년 연속 신기록을 세우는 호황..
다음 주 마무리...23일, 24일 행사 예정대로 진행
강풍으로 지붕 일부가 찢겨지면서 테플론 천장이 내려앉았던 BC 플레이스 보수공사가 12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BC 플레이스 측은 미국의 제조사로부터 거대한 지붕 패널을 입수해 스타디움의 서쪽 끝 부근에 설치하게 된다. BC플레이스 측은 대규모로 손실된...
권정수 주부 (써리 거주)
평소 쉬고 싶다는 소릴 입에 달고 살면서도...
 1491  1492  1493  1494  1495  1496  1497  1498  1499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