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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낮술 한잔 정도야...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1-15 00:00

2006년 재외동포 유공자 포상 전수식이 열린 밴쿠버 총영사관. 약속 시간 보다 10여분 늦게 식장으로 들어 오는 최충추 총영사의 얼굴이 벌겋다. "선약이 있어서 불가피하게..."라며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 앉자 술 냄새가 진동한다. "저래도 되나" 꽃다발을 들고 참석한 동포들이 더 안절부절 못한다.
 
우리 문화에는 점심을 하면서 술을 반주로 곁들이는 경우가 가끔 있다. 어색한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지고 위액 분비를 촉진시켜 소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최충주 총영사가 "낮술한잔 정도야"라고 가볍게 생각한 것도 그래서 일까?
 
그러나 이 경우는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린 일이다. 말 그대로 포상 전수식은 대통령을 대신하고 국무총리, 외교부 장관을 대신해 표창을 전달하는 자리 아닌가. 굳이 비유하자면 노무현 대통령이 "낮술이 뭐 어때"라며 한잔 걸친 얼굴로 시상했다. 상상할 수 있을까?
 
2004년 9월 부임한 최충주 총영사(외시 10회)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밴쿠버 동포사회에서 무난하게 업무를 수행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력도 있고 소리없이 변화를 이끌어 외교부에서 더욱 큰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아끼는 사람이 많다.
 
그런 그가 이 시점에서 실수 아닌 실수를 하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공교롭게도 하루 전날 일본 등 주요 국가의 대사가 내정됐다는 소식이 흘러 나왔다. 관심을 모았던 캐나다 대사에는 김수동(외시 11회) 외교부 前기획관리실장이 기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충주 총영사는 "(임기까지) 밴쿠버에 그냥 남아 있는 것도 축복"이라고 했지만 조직 전체의 어수선하고 뒤숭숭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송민순 장관(외시 9회)의 선배기수 외교관 상당수가 물러나게 된다는 구조조정의 '칼 바람'을 그가 비켜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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