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스타와머스 치프 산행 중 시를 읊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1-18 00:00

入冬之際探須陀山中記遊
입동날 Stawamus 산행중 읊다

海上玉芙蓉 바다위로 솟아오른 옥부용이여
雄姿倚太空 늠늠한 그 웅자가 태공중에 기대었네
巖隙白雲生 흰구름은 바위틈에 쉴새없이 생겨나고
萬階神仙踪 수도많은 계단길은 신선들의 발자취라
淸泉漱石根 맑은 샘물 바위부리 시쳐씻어 흐르는데
楓葉燈暗徑 단풍잎도 고웁나니 어둔길을 밝혔구나
詩興漫相因 이내시흥 부질없이 꼬리물고 피어나니
此地眞仙境 이곳은 정말이지 신선의 땅이로세

丙戌陽十一月二日登須陀山途中梅軒鄭鳳錫暢吟
병술년 11월2일 Stawamus Chief를 오르는 도중에 매헌 정봉석은 화창한 마음으로 읊다

그를 처음 대하는 순간, "으악!" 하는 비명소리가 나도 모르게 새어 나왔다. 거대한 '햄릿의 유령'처럼 나의 시야를 갑자기 바로 막고 선 그 모습은 어마 어마한 경외심, 그 자체였고 절대(absoluteness)라는 명제였다. 동학의 창시자 최제우나 해월 최시형이 말한 한울님이 바로 이런 데서 영감을 얻어 개념화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전광석화처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때는 1987년 2월, 이민 후 12년간 토론토에 살고 있던 나는 무미건조한 도시, 토론토 생활의 권태감을 탈출하고 싶은 충동에서 나홀로 무작정 밴쿠버로 날아갔다. 콘크리트 숲 위로 솟아오른 CN타워가 무정한 문명의 바벨탑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던 그 무렵이었다.

공항에서 차를 렌트하여 지도만 가지고 밴쿠버 일원의 바람을 실컷 쐬고 싶었다. 랍슨가에 있는 B호텔에서 1박한 후 나는 소문으로만 들었던 위슬러로 향했다. 벌써 다운타운 여기 저기에는 때이른 벚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어 토론토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진풍경으로 느껴졌었다. 안개가 자욱한 위슬러까지의 구절양장(九折羊腸) 드라이브 코스가 환상적이긴 해도, 미니 록키 산맥으로 비유되는 좌우의 빙하산들이 뵈질 않아 찜찜한 가운데 해질 무렵 차를 되돌려 스콰미시 읍을 통과하던 때로 기억된다. 어느 순간인지 안개가 서서히 걷히면서 눈앞을 가로막는 거대한 은백색 바위산이 석양에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조금 후 바위산이 엷은 명주 황금빛으로 물들면서 나의 시야로 빨려 들어오듯 전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안개 속에 갑자기 클로즈업된 어마어마한 높이의 통바위가 나를 위압하는 듯한 신성한 느낌은 아무리 생각해도 20년 전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지 싶다. 서울에서 본 인왕산 통바위나 우이동 계곡의 인수봉은 정말이지 어린애들 장난감에 불과했다. 이제 밴쿠버에 만 20년 이상을 살아서 그런지 몰라도 이 거대한 통바위산 스타와머스 치프(Stawamus Chief)가 주는 거대한 질량감이 살아온 세월만치 체감되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스콰미시 바위산은 볼 때마다 여전히 종교적 차원의 흠숭이나 경외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는 비단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빙하기 이후 여기에 살아온 원주민들의 이 바위에 대한 경외와 존경은 여전히 건재하다. 바위는 그들의 한울님이다. 해발 700m의 이 바위산은 하우 사운드 해협 건너편 스콰미시 리버 어귀에 거주하는 부족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아마도 그들은 위대한 거암을 매일 바라보며 경배할 수 있는 곳을 부족마을의 위치로 선정했을 것이다. 나다니엘 호손이 쓴 '큰 바위 얼굴'이 연상되는 이곳은 그들의 길흉화복을 주관하는 신령바위이자 소박한 치성을 드리는 진산(鎭山)에 다름아닌 것이다. 그러니 산으로 부르지 않고 그냥 '큰 추장님'(The Chief)으로 불렀었고 'Stawamus Chief'라는 이름이 생긴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디언 원주민들의 토템 신앙과 우리 한국 고유의 무속신앙은 그 원초적 문화를 공유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인디언들이나 우리 민족은 눈에 보이는 모든 생명체나 바위 같은 무기물에도 정신이나 혼이 들어 있다고 믿는 물활론(Animism)의 신봉자였으니 말이다.

소위 세계적인 통바위(monolith)산의 족보에 나타난 이 추장 바위산의 랭킹은 누가 뭐래도 세계 제 2 위라는 것이다. 이 산과 호형호제하는 바위산을 보면, 미국 요세미티 공원의 하프 돔(Half Dome), 브라질 리오 데자네이로 항만에 우뚝 선 쌍봉 바위산 코코바도(Corcovado) 등이 화강암 돔(Granite dome)의 얼굴마담으로 통한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으론 우리의 호프 '추장바위'가 단연 으뜸이다. 크기로 따진다면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Stone Mt.이나 호주의 Augustus Mt.이 훨씬 킹사이즈지만, 통바위의 랭킹은 잘생긴 인물이나 위치가 채점 기준이 되어야 한다. 문제는 다른 모든 통바위산들이 산으로 한참 올라가 다시 봉우리를 이룬 까닭에 접근이 힘들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의 추장바위산은 바로 바닷가나 도로변에 인접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은 세계의 내로라 하는 바위타기 명수들이 성지 순례하듯 수만 명씩 몰려드는 메카로 통한다. 그리고 후면으로 우리 같은 중생들이 자일에 의지하지 않고 두 다리만 가지고 오를 수 있는 등산로를 만들어 놓았으니 더더욱 값진 것이다.

어디 그뿐이랴, 이 거대한 화강암의 창조과정을 아는가?
지금부터 9300만년 전 백악기에 지표면 깊숙이 자리잡은 용암이 서서히 냉각되면서 결정된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가 위로부터 엄청난 압력을 받으며 내공수련에 힘쓰다 빙하기 직전의 지각변동에 의해 위로 솟아오른 것이다. 이것이 다시 탈엽(exfoliation) 과정을 거친 후 빙하기를 맞아 수 천년 동안 쪼아지고, 다듬어지며, 연마의 과정을 거쳤다. 이러한 절차탁마의 생성과정을 상상하며 등산한 적이 있는가. 전면은 물론 세컨드 피크 근처의 중간 중간이 마치 대리석 마냥 빙하로 연마되어 있다. 그 바위표면을 만져 보면 이건 옥부용의 꽃잎처럼 매끈하다. 그렇다! 이것은 바다위로 함초롬히 농익은 이슬을 머금고 방금 솟아오른 거대한 옥부용에 다름 아니다. 하나님, 하느님, 조물주, 그리고 한울님이 밤낮으로 혼신의 정성으로 빚어낸 위대한 예술 작품이다.
이러한 신의 조각품을 속살까지 매만지며 오를 수 있는 우리 산행인들은 응당 '스타와머스 큰추장님'에게 갈 때마다 숙배를 드리며 오를 일이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사이언스 월드(Science World)에 갔다가 유태인 복장을 한 가족을 만나게 되었다. 아홉 살 난 남자 아이와 다섯 살 난 여자 아이를 데리고 와서 전시물을 관람하면서 아버지는 계속 질문을 던졌다. "왜 이렇게 작동한다고 생각하니? 그 이유가 뭘까? 다르게 만들 방법은...
단어장을 찢어라! 2007.01.18 (목)
"가장 좋은 단어 공부는 '단어 책'에 있지 않고 '그냥 책'에 있다. 책을 통해 단어를 상상하게 하는 것이 가장 참된 교육법이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던 조나단은 영어권인 캐나다에 이민와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조나단의 부모는 그에게 정규 학교 교육 외에 별다른 과외수업을 시키지 않았다. 맞벌이를 하는 조나단의 부모는 방과 후 조나단을 돌볼 수 없어 그의 형이...
대도시 뉴욕을 대표하는 명문 디자인 학교 다양한 인턴십 기회, 졸업생 네트워크 막강
마크 제이콥스, 안나수이, 도나 카란, 톰 포드, 마이클 코어스. 현대 패션계를 좌지우지하는 아이콘이라는 것 이외에 잘 나가는 이들 디자이너들의 공통점은? 바로 파슨스 디자인 스쿨 출신이라
집중력·순발력 키워주는 전신운동 땀 흘리며 모든 스트레스 날려
추운 겨울에도 추위를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땀방울을 흘리며 운동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은 바로 리치몬드에 있는 스티브스톤 검도 클럽. 이곳에 가면 매주 세 번, 푸른 도복을 입고 죽도를 휘두르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스티브스톤 검도 클럽에는 어린 꼬마부터...
얼마 전 집행된 사담 후세인의 사형과 그에 따른 논란들을 접하며 이문열의 소설‘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 책을 처음 접했던 것은 중학교에 막 입학했을 때였는데, 그 당시에는 책 속에 내포되어있는 작가의 메시지를 완전히...
중국커뮤니티 엿보기
아침 7시 반 기상, 오후 3시 하교 후 잇달아 있는 과외 수업. 저녁을 먹은 후에는 학교와 학원에서 내준 숙제와 공부를 해야 한다. 북경에서 이민 온지 6년이 되어가는 클레어 찬(Claire Chan·14세)양의 하루 일과다. 10학년에 재학중인 클레어양은 올 A학점을 받고...
병가 고용 보험 2007.01.18 (목)
근로자가 만약 병, 중상, 또는 격리 등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최고 15주까지 병가 고용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를 처음 대하는 순간, "으악!" 하는 비명소리가 나도 모르게 새어 나왔다. 거대한 '햄릿의 유령'처럼 나의 시야를 갑자기 바로
검도 동호회 정의(正義)·염치(廉恥)·무용(武勇)·예절(禮節)·겸양(謙讓)
한국이 태권도의 종주국이듯 검도는 일본의 스포츠다. 밴쿠버에 있는 일본인들의 도장을 가면 그들이 '검도'를 '겐도'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그 동안 세계검도대회는 일본의 잔치판이었다. 그런 검도계에서 한국은 지난해 경사가 났다. 일본이 독주를...
캘리포니아주 냉해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강타한 혹한으로 인해 이곳에서 캐나다로 수입되는 오렌지 등 각종 청과물 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밴쿠버 지역 과일 도매업체들은 농작물 냉해(冷害)를 입은 캘리포니아 지역 수입선을 다른 지역으로 대체하는 기간 동안 이...
밴쿠버 소재 클리닉 "30달러 부과"
밴쿠버의 한 클리닉이 특별한 검진을 받으려는 환자들에게 예약 비용(appointment fee)을 징수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메인랜드 메디컬 & 레이저 클리닉'은 오는 3월부터 환자들에게 예약비 명목으로 30달러를 징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BC주...
캐나다인 해외 원정 수술 증가 추세
수술 대기 상태를 피해 해외에서 원정수술을 받으려는 캐나다인이 늘어나고 있다. 해외 수술을 알선하고 있는 밴쿠버 소재 서지컬 투어리즘 캐나다사는 수술 대기자 명단에 오른 사람들로부터 하루 10~15통의 문의 전화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 야스민...
설리반 시장, 5대 시정 목표 발표 "시민 권리 침해·현실성 부족" 지적도
샘 설리반 밴쿠버 시장이 올해 첫 시의원 회의에서 '더 나은 밴쿠버를 위한 5가지 목표'를 17일 발표했다. 시 야당과 일부 시민들은 설리반 시장이 제시한 목표에는 이견이 없으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내용에는 일부 지나친 점이 있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밴쿠버 보건청 발표...수술 연기 등 우려
밴쿠버 코스탈 지역 보건청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관할 지역 병원..
앨빈 토플러 박사가 한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현 교육제도는 "일종의 감옥에 돈을 쏟아 붓는 격"이라고 말한 '사랑의 충고'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한국인이자 교육자로서 한번쯤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실제로, 지난 해 주요 일간지와 방송...
파인트리 고교 윤관호군
코퀴틀람 관할 연방경찰은 지난 주 12일 실종됐던 윤관호군(14세, 코퀴틀람 파인트리 세컨더리)이 16일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윤군은 집에서 300m 정도 떨어진 장소에서 캠핑을 하며 지냈다. 윤군은 자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어머니가...
모글 스키 선수 최재우군, 위슬러에서 열린 BC청소년 모글 대회 '금메달'
2014년 동계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위슬러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최재우군(오른쪽)과 마크 맥도넬 코치.  한국 선수 불모지인 모글 스키 종목에서 한 유망주가 두각을 보이고 있다. 올해 12세인 최재우군(초등학교 6학년)이 12일 위슬러에서 열린 BC청소년...
밴쿠버 아일랜드 등에는 또 강풍
오늘 저녁부터 내일 아침까지 또 한차례 많은 눈이 내릴 전망이다.  기상청은 빅토리아, 광역 밴쿠버, 프레이저 밸리 지역에 오늘 저녁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해 내일 오전까지 곳에 따라 최고 10cm의 눈이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현재 이 지역에는...
일본 정통 돈가스 전문점 ‘요쇼쿠야 (yoshoku-ya)’
돈가스라면 절대 잊혀지지 않는 어린 날의 잔머리 수법의 추억 한 자락이 있다. 병원 앞에서 “절대 주사 맞기 싫어!!” 앙앙 울면서 한 3분만 버티면, “너 주사 한대만 맞고 나가서 맛있는 돈가스 먹자~” 엄마가 회유하시던 메뉴. 표준어가 돈가스로 통일되었지만...
잔치가 끝난 자리 2007.01.15 (월)
우리나라의 상가(喪家) 풍경을 가만히 떠올리면 세계 여느 곳에서도 보기 어려운 것들이 참 많다.
 1491  1492  1493  1494  1495  1496  1497  1498  1499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