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그걸 알려주면 식당에 손님 없어지면 어쩔려구…”
아무리 완벽한 레서피를 가졌어도 한 두번 실패를 해야 제 맛을 낼 수 있다며 노하우 공개를 ‘시간이 흘러야 쌓이는 내공’으로 여기는 강미옥씨. 아직 시어머니 되기에는 몹시 억울하지만 많이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는다.
‘이 집, 이 맛’취재를 하던 날, 기름 한 방울 쓰지 않고 조미료 한 톨 넣지 않은 칼칼한 ‘오삼불고기’를 만들어 내던 솜씨를 유심히 봐 두었다. 꼭 저 레서피를 얻어 독자들에게 알려주리라는 다부진 꿈을 꾸면서.
며칠 후 다시 찾아 간 ‘석기시대’. 이 집의 인기 메뉴인 ‘오삼 불고기’ 레서피 공개를 부탁하자, 앞뒤 잴 것 없이 첫 마디에 OK! 하는 쥔장 강미옥씨. 이를 지켜보던 도우미 아주머니가 더 펄쩍 뛴다.
“흐이~ 노하우가 공개 한다고 바로 따라 할 수 있남. 흉내야 내겠지. 집에서 먹는 맛이 다르고 사 먹는 맛이 다른 겨~ 이까징거 뭐든 말만 해 다 갈쳐 주께.”
그녀의 당당한 자세…흠…맘에 쏙 든다. 백 번 옳은 말이다. 웬만한 주부라면 맹물에 소금, 고춧가루만 던져줘도 간은 맞춰낼 터. 어떤 주부가 레서피 없어서 요리 못하는 사람 있을까. 레서피가 곧 솜씨가 아니란 건 세상주부들이 다 아는 사실이다.
진정한 노하우란‘방법’이 아니라‘시간’이란 걸 잘 아는 그녀, 진정 그녀는 프로다웠다. 밴쿠버 어디서나 손맛을 뽐내며 단단히 터를 잡고 있는 한식당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 아줌마가, 간판 내걸고 장사하려면 이 정도의 배짱은 음식점 성공 포인트.
평생 가정주부였다가 며느리 볼 나이에 팔 걷어 제치고‘삼겹살 고픈 중생’들 앞에 나선지 이제 겨우 3개월 남짓, 그러나 밴쿠버에 살고 있는 삼겹살 애호가라면‘석기시대’를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강미옥씨는 그 당당하고 정확한 성격 때문에 무엇을 해도 2등은 하지 않을 것만 같다. 곱게 보이는 인상만 믿고 대충대충 대하다가는 누구든 혼쭐 나기 십상. 얻어오기보다 퍼주는 재주가 더 많고 약간씩 손해보며 사는 걸 행복의 비결로 꼽는다.
흑백이 분명한 성격에 주방이든 반찬이든 비법이든 뭐든지‘오픈’이다. 한마디로‘툭’트였다. 사소한 작은 일에 목숨 거는 밴댕이 족, 지저분한 사람, 수족 멀쩡하면서 게으른 사람도 ‘꼴’을 못봐 준다.
매사 스스로에게 당당하게 살고 싶어하기에 남 앞에서 거칠 것도 없고 아쉬울 것도 없다. 식당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나가는 길손들까지 죄다 붙들어 앉혀 밥을 먹이고도 남았을 그녀.
당당함이 지나쳐 오만하지도 않고, 지나친 겸손함으로 오히려 자기를 높이려 들지도 않는 순수함이 곰삭은 된장처럼 솔직하고 콩비지처럼 구수하다.
이 레서피가 독자들에게 도착하는 토요일, 그녀는 서울에서 첫 며느리를 맞이하는 청홍 촛불에 점화하며 생애 가장 감동적인 순간을 맞이하고 있을 것이다. 다시한번 이 지면을 빌어 진심으로 축하를 전하며 부탁 한가지만 더!
“밴쿠버로 돌아오시거든, 생콩 갈아서 숙주나물 넣고 만든 고소한 밴대떡 레서피도 부탁드려요~”
필요한 재료
삼겹살 100g, 오징어 100g, 양배추50g, 고구마, 호박, 양파, 대파(각 1/2개씩), 콩나물 삶은 것, (재료는 취향에 따라 각각 조금씩 가감)
◇ 양념재료 : 생강, 고춧가루, 마늘, 황 설탕, 물엿 약간, 고추장, 정종 혹은 술
조리법
◇ 양념장 만들기 : 생강은 다져서 즙만 넣고 고춧가루 마늘, 황 설탕 아주 조금, 물엿 약간, 정종이나 술을 넣어 걸죽하게 양념장을 만들어 밀봉을 한 다음, 냉장고에 넣어 하루쯤 발효 시킨다. 넉넉히 만들어두고 사용해도 좋다.
① 삼겹살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야채도 5cm길이로 모두 같은 크기로 썰어 놓는다.
② 불을 중불 보다 약간 센 정도로 켜서, 삼겹살을 바닥이 두꺼운 오목한 프라이팬에 넣어 노릇노릇하게 굽는다.
③ 삼겹살이 노릇해지면 먼저 고구마를 넣어 삼겹살과 잠시 볶는다.
④ 불을 센 불로 화력을 높이고 오징어를 넣어, 삼겹살 고구마 오징어를 함께 볶는다.
⑤ 4에 양배추, 호박, 양파, 대파를 넣고 볶다가 양념장 2국자를 넣는다.
⑥ 양념을 골고루 재빨리 버무린 다음, 물을 1국자 정도 부어 센불에서 빠르게 볶는다.
Tip
◇ 기름을 사용하지 않고 물을 1국자정도 넣은 다음 타지 않도록 센불에서 빠르게 볶는게 요령.
◇ 양념장은 국자로 떠보아서 되직 한 농도가 적당하다.
◇ 양념장은 미리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두고 사용하면 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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