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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집 카수가(KASUGA), 밴쿠버 조선일보가 찾아 낸 또 하나의 명소!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1-29 00:00

귀를 기울이면 담장을 따라 곧게 자란 대나무 숲에서 겨울 비 부딪는 소리가 ‘후드득’ 들릴 것만 같은 일식집 ‘카수가(KASUGA)’. 목판에 화각으로 새긴 육중한 간판, 앙증맞고 아기자기한 것을 사랑하는 일본인 특유의 분위기를 담은 작은 분수대가 전형적인 일본 정원을 옮겨 놓은 듯 하다. 인위적인 소음장치를 하지 않았어도 빽빽하게 자란 대나무 숲은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를 삼켜, 바깥에서 바라 본 카수가와 안에서 느끼는 카수가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일식집 카수가(KASUGA)를 찾아내고 추천한 제보자

“저기요…… 우리 동네에 참 맛있는 일본식당이 하나 있는데요…….”
어느새 열 세 번째를 맞이한 밴쿠버 조선일보 ‘이 집, 이 맛’ 코너를 진행하다 보면, ‘절대 내가 추천했다고 말하지 말라’는 익명의 독자에서부터 ‘꼭 내가 추천했다’고 말 해 달라는 사람, ‘한국인이 오는 건 싫다’면서도 지면에 나가길 간절히 원하는 사람, 스스로 추천하는 ‘자천(自薦)’까지 온갖 다양한 제보와 맞닥뜨리게 된다.

그때마다 일일이 전화를 걸어 확인하고 걔중엔 먼 길을 달려가서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한 다음 사실과 다를 땐 정중히 거절 하게 되기도 한다. 그래도 제보는 기자에게 언제나 행복조건일 뿐이다. 독자들에게 정보와 기쁨이 된다면 발 품 한나절이 뭔 대수랴.

일식집 ‘카수가(KASUGA)’ 를 추천한 사람은 밴쿠버 조선일보를 편집하고 만드는 디자이너 김모씨. 출근하는 발자국소리를 끝으로 하루종일 있는 듯 없는 듯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사람이다.
아침 출근길에 ‘안녕하세요’ 인사하면 ‘예’, 그리고 퇴근하며 ‘수고하셨습니다.’ 말하면 ‘아 예’ 두 마디로 하루를 사는 사람. 그렇게 말을 아끼는 사람이 ‘맛있는 집’이 있다면서 먼저 말을 걸었다. 기대만발해서 3주를 기다리다 지쳐서 잊고 지낼 즈음 불쑥 명함 한 장을 내밀었다.

“회 덮밥이 아주 맛있고, 주인이 얼마 전에 한국 분으로 바뀌었어요.” 
“말해 봤어요?”물었더니 “아뇨. ‘어서 오세요’ 인사를 해서 바뀌었나 보다 생각했어요.”

더 이상 묻기보다 빨리 확인해 보는 것이 상책일 듯, 바로 위치 파악에 들어갔다. ‘카수가’는 뉴웨스트민스터 6번가에 있었다. 그 지역에서 다운타운에 속하는 곳이다.

주방장에서부터 분위기, 정통 일본식 카수가(KASUGA)

주차하기가 조금은 어정쩡했다. 길가 동전 주차장에 주차가 마땅치 않으면 약간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무료 주차장이 있다. 그곳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되돌아오기에도 그리 멀지 않은 위치지만, 비오는 날에는 우산을 받치고 와야 할 정도의 거리다.

차를 세워두고 담장을 대신한 푸른 대나무 숲을 따라 가면 약간의 위압감을 주는 대문위로 화각으로 새긴 ‘카수가(KASUGA)’ 목현판이 걸려 있다. 현판아래 철문을 밀면 대숲이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와 바깥세상의 소음을 삼킨 까닭에 실내는 다른 분위기로 손님을 맞이한다.

출입구에서 가게가 한눈에 쏙 들어올 아담한 2층 구조다. 실내에선 특별히 일본풍을 느낄 만한 전통 민화 한 점 없지만, 일본 식당임은 누구나 알 수 있다. 돋보기를 코에 걸치고 가게 중앙 바에서 초밥을 잡는 스시맨, 바로 이 사람 때문이다. 일본사람 특유의 동글동글한 얼굴에 코에 걸친 돋보기를 보는 순간 ‘큭’ 웃음이 날 뻔 했다.

그의 진가는 생선회를 뜨면서 시작되었다. 보기만 해도 섬득하고 긴 예리한 칼날을 압도하며 기계처럼 섬세한 손놀림으로 생선회를 빚는 모습, 이 작고 외진 일식당에 캐나다 보수당 간부들이 찾아 온다던 말이 꾸며낸 말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주인 고연규씨가 잘 숙성된 좋은 생선들로 큼직큼직하게 나오는 생선 초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주인 고연규씨에게 그의 이름을 물었더니 대답 대신 종이 몇 장을 내밀었다. 이 나라 월간지 ‘토론토 라이프’ 잡지 스크랩이다. 스시맨 ‘사카시다 카주아키(KAZUAKI)’씨의 ‘The best restaurants’의 주방장 선정 소식과 홍콩 텔레비전 음식 프로그램에 초대되어 초밥을 잡는 모습들이 사진과 함께 들어있다.

사카시다씨의 그 소문난 ‘칼 맛’을 내는 솜씨도 훔쳐도 볼 겸, 스시맨의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진정한 일식 회를 맛보는 기쁨도 누릴 겸 바에 앉았다.  

49번 ‘어솔티드(Assorted)’ & 스페셜, 혹은 회 덮밥 일품

‘어솔티드 스페셜’. 생새우와 최고급 생선만 잘 숙성시킨 다양한 생선회와 빵을 씹듯 부드럽고 달작지근한 생선 살맛에 레몬 삼킨 문어등 독특한 맛과 향이 구석구석 숨어있다.

아시다시피 일본 스시는 활어회가 아니라 생선을 냉장온도에서 일정 시간 잘 숙성시켜 손님상에 내 놓는다. 이 숙성하는 기술이 ‘칼 맛’에 버금가는 일본 정통 회 맛을 낸다. 그래서 싱싱함이 무기인 살아있는 회 맛과 다르고 조금 더 까다롭다. ‘카수가’에서는 이 정통 일본 회 맛을 볼 수 있는 메뉴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두 세가지로 압축된다.

정통 일식 메뉴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49번 ‘어솔티드(Assorted)’ 와 스페셜을 시키면 숙성된 고급 참치의 여러 부위와 연어·도미 등의 사시미와 롤 , 생선초밥을 맛 볼 수 있다.

스페셜은 생 새우와 참치 중에서도 최고급에 속하는 부위만 잘 숙성시켜 말랑 말랑한 빵을 씹듯 부드럽고 달작지근 한 맛이 나는 참치회에, 우리나라에서 새조개라고 불리는 스즈끼, 레몬을 얇게 조각내어 문어 사이사이에 끼워 단조로운 문어 맛을 한껏 되살린 것에서부터 하마찌 생선회 등이 나온다. 특히 하마찌는 솜처럼 부드러운 살맛에 생선을 감싸고 나오는 독특한 향의 잎이 있다. 깻잎인가 해서 생각 없이 귀퉁이를 찢어 씹었더니 코끝까지 찡하게 쏘아대는 향에 눈이 찡긋해 졌다. 강한 향에 생선 맛이 덮일까 하던 염려는 어느새 입안에서 생선과 어울리는 은은한 향만 남기고 사라지는 각별함에 묻힌다. 중국음식에 ‘향차이’가 있고, 월남국수에 ‘고수’를 곁들여야 제 맛이 나듯 이 잎사귀는 일본 고급 생선회에 곁들여 먹으면 비린내를 없애는 것은 물론 풍미를 더해주는 ‘빠지르’ 라는 식물이라고 ‘사카시다 카주아키(KAZUAKI)’씨가 친절히 설명을 해주었다. 

무늬만 ‘회 덮밥’ 물렀거라!
진짜 ‘회 덮밥’ 나가신다.

한국인을 위해 특별히 초 고추장까지 개발해서 내 놓는 회덮밥. 새콤달콤매콤이 황금비율로 맛을 내는 초고추장은 약사인 고연규씨 부인의 솜씨.

저렴한 가격에 잘 숙성된 신선한 회와 야채를 배부르게 먹고 싶다면, 뭐니 뭐니 해도 회 덮밥이다. 이 메뉴는 15년 된 이 식당을 두 달 전 인수한 고연규씨가 한국인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특식이다. 말하자면 이익과 상관없는 서비스 차원의 순수한 마음을 담은 메뉴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한국사람이 그립다”는 외로움 해소 차원에 마련한 것.

따라서 서빙을 하는 일본인 직원이나 스시맨에게 주문할 때, 한국말로 당당하게 ‘회 덮밥’ 해도 된다. 약간 힘 좀 주어도 좋다. 우리 한국인을 위해 만든 메뉴거든.

밥과 생선, 야채가 별도로 나오는 모양새부터 확 차별화를 이루고 있다. 밥 한 그릇 깔고 상추와 생선회 올려 한 그릇이 되는 회 덮밥이 아니다. 크고 널찍한 그릇에 야채와 갖가지 생선회가 ‘수북~~~’하게 나오고 밥은 별도로 나온다. 생선회와 야채 위에 새콤 달콤 황금비율로 만들어진 초장을 살짝 끼얹어 몇 개 먼저 거둬먹어야 밥이 얹어질 공간이 확보된다. 눈 대중만으로 얼추 헤아려도 열 둘? 세가지가 넘어 보인다. 채 썬 보드라운 미역, 새파란 무순이, 양상추, 아보카도, 오이, 시금치, 당근, 적채…… 여기에 도미, 참치, 문어 토막, 사코이 연어, 하마찌…… 사실 이름도 모르는 생선 몇 가지는 주방장에게 더듬거리며 물어봤지만 그도 주인도 기자도 본토발음으로 몽땅 옮겨 적기에 불가능. 분명한 건 한 수저 뜰 때마다 바닥이 보일 때까지 끊임없이 걸려 드는 생선의 푸짐함에 흐뭇해 진다는 것. 그리고 배부른 고통에 허덕이지 않으려면 밥은 한 그릇만 시킬 것.

*영업시간   11:00 AM ~ 2:30  PM / 4:30 PM ~ 11:00 PM
*주소   512-6th New Westminster
*전화   (604) 521-3919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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