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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식당은 왜 그렇게 시끄러울까?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1-25 00:00

여자들이 요리를 하지 않는 가정 많아 한인 학생들의 도시락 가장 부러워해

밴쿠버는 그야말로 세계 각국의 음식을 먹어볼 수 있는 도시이다. 양식은 물론이며, 일식과 동남 아시아의 음식들, 군침을 돌게 만드는 유럽 음식들, 또한 우리 한인들이 자랑하는 불고기와 김치를 파는 한인 음식점들도 많이 생겨났다. 많은 음식점들 가운데 가장 북적거리고 시끄럽게만 느껴지는 곳이 바로 중국 음식점이다. 도대체 무슨 연유로 밴쿠버에 있는 많은 중국 음식점들은 평일에도 북적거리며 시끄러운 걸까?

그들만의 발달된 외식 문화

중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외식문화가 발달된 나라이다. 가장 큰 이유는 문화 혁명 이후, 남녀평등 사상이 들어와 여자들에게 붙어있던“밥하는 사람”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중국계 여자들은 남자들과 대등하게 일을 하며, 일하는 남편과 같은 대우를 받기 원하고 있다. 아무리 캐나다로 이민을 왔다고 해도, 외식 문화가 습관화된 그들은 집에서 시간을 들이고 재료를 준비해 만들어 먹기보다는, 식당에서 값싸고 배불리 음식을 사먹는 것이 오히려 편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중국 이민자 가정들 중에는 가장인 남편이 음식 준비를 하는 집이 많다.

외식문화가 발달된 또 다른 이유로는 한 끼에 많은 종류의 음식을 먹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우리 한식과 달리 중국 음식에는 밑반찬이나 국이 따로 없고, 국 따로, 반찬 따로, 그리고 밥이나 면을 따로 먹는다. 밑 반찬이 없으니, 집에서 많은 음식을 만들기보다는 밖에 나가 사먹는 것이 중국 이민자들에게는 훨씬 더 유리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중국 요리는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고 기름에 튀기는 조리법이 많기 때문에 집에서 하기에는 번거롭고 불편하다는 이유도 있다.

정성 가득한 도시락 부러워해

이곳에 있는 많은 중국 아이들이 한인 학생을 부러워하는 것은“집에서는 엄마가 만들어준 따뜻한 음식을 먹고, 학교에는 정성이 들어간 도시락을 싸오는 것”이다. 이곳에 이민을 왔지만, 외식문화가 몸에 배어버린 많은 중국 어머니들은 자녀들에게 직접 도시락을 싸주기 힘들다. 오히려 점심 도시락을 싸주는 것보다는 자녀들에게 학교에서 먹고 싶은 것을 사먹으라고 돈을 주는 것에 더 익숙할 수밖에 없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곳이나 대륙에 있는 중국 사람들은 손님을 초청하면 대부분 남편이 음식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남편이 음식을 준비해야 하다 보니 손님접대도 식당에서 하는 경우가 더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다. 

서로 떠들기 좋은 원형 식탁

중국 음식점에 가면 대부분의 식탁들이 원형으로 되어있고, 그 중간에 돌릴 수 있는 원형 유리가 있다. 이것이 중국 식당이 시끄러운 이유이다. 일식당이나 한식당의 네모진 식탁과는 달리, 원형 식탁은 옆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건너편에 있는 사람과도 별 문제 없이 대화를 하게 만든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 건너편에 있는 사람과 대화를 할 때, 서로 잘 들을 수 있게 크게 말하기 때문에 중국 식당이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그들의 대화 내용을 잘 들어보면, 우리 한인들의 대화 내용과 별 다른 차이점이 없다. 서로에게 잘 지냈는지 안부를 묻고, 축하해줄 일들은 서로 축하해준다. 부모님을 따라 나온 어린 아이들은 새로 나온 게임이나 학교 선생님들이 얼마큼 점수를 짜게 주는지에 대해 얘기한다. 아마도 한인들의 귀에는 익숙하지 않은 언어이기에 더 시끄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일이다.

이처럼 중국 식당은 겉으로는 시끄럽고 소란스러워 보이지만, 중국인들에게는 가족들과의 가장 기본적인 식생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가족 및 친구들과 함께 대화하고 떠들며 즐거운 저녁 식사를 하는 그들의 모습은 장소만 바뀌었을 뿐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보원 인턴기자 (UBC 2년) bowon@interchange.ubc.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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