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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외치는 퀘베커는 누구인가?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2-07 00:00

독립 외치는 퀘베커는 누구인가?(上) 식민지 쟁탈전에서 영국에 패배 1968년 퀘벡 분리주의 운동 시작

프랑스 첫 여성 대통령에 도전하는 세골렌 루아얄 사회당 후보의 '퀘벡 독립 옹호발언'으로 캐나다 연방정부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루아얄 후보는 지난 1월 말 퀘벡에서 "우리는 퀘벡의 주권과 자유에 같은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는 "외국 지도자가 다른 나라의 민주주의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아주 적절치 못한 행위"라고 공격했다. 캐나다의 고질(痼疾)인 퀘벡 문제는 2007년 벽두부터 또다시 표면화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11월 말 퀘벡주를 '연방 내 국가(a nation within a united Canada)'로 인정하는 법률안이 하원에서 통과됐다. 현재 퀘벡 주정부의 권력을 잡고 있는 블록 퀘벡당(BQ)은 분리 여부를 묻는 세 번째 주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퀘벡주에서는 이제까지 분리 여부를 묻는 두 번의 주민투표가 행해졌다. 1980년 5월 치러진 첫 번째 주민투표에서 '분리 반대'(60%)가 '분리 찬성'(40%)을 이겼다. 1995년 10월에 있은 주민투표에서도 '분리 반대'(50%)가 '분리 찬성'(49%)을 눌렀다.

하지만 1980년 이후 '분리 반대'표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세 번째 주민투표에서 분리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12년 만에 정권을 잡은 보수당이 퀘벡주를 '연방 내 국가'로 인정하는 법률안을 통과시킨 것은 예상되는 주민투표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선제공격 성격이 강하다.

왜 퀘벡주는 캐나다 연방에서 독립하려고 하나. 퀘벡주가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였고 여전히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이 살고 있다는 사실은 상식에 속한다. 이것만 가지고는 설명이 부족하다. 퀘벡주의 분리 움직임은 그 뿌리를 18세기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지 쟁탈전에 두고 있다.

눈으로 뒤덮인 캐나다 땅에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프랑스인이었다. 프랑스는 16세기 중엽부터 캐나다 개척을 시작해 숱한 희생을 치른 끝에 17세기 초 현재의 퀘벡시에 '뉴 프랑스'를 세웠다. 프랑스는 17세기 중엽 캐나다 동부지역을 포함해 루이지애나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을 확보하면서 '뉴 잉글랜드'를 위협했다.

퀘벡시의 랜드마크는 샤토 프롱트낙 호텔이다. 이 호텔 옆에는 시타델(요새)과 전장공원이 있다. 전장공원은 일명 아브라함 평원. 세인트로렌스강이 굽어 보이는 이 벌판에서 1759년 캐나다의 운명이 바뀌는 전쟁이 벌어졌다. 프랑스의 몽캄 장군은 지원군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영국의 제임스 울프 장군에게 패배한다.

프랑스인 중 일부는 본국으로 돌아가지만 대다수는 고향에 가지 못한 채 피지배계층으로 남게 된다. 특히 퀘벡주는 가톨릭의 힘이 막강해 사실상 주민 생활의 모든 것을 관장하고 있었다. 이후 많은 퀘벡인이 근대화와 교육에서 소외되었고 그 결과 150년 이상 하층 인생으로 머물며 차별과 설움을 당한다.

1950년대 들어 프랑스계 퀘벡인들은 캐나다연방과 세계 속에 놓여 있는 퀘벡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러한 의식각성 운동을 '조용한 혁명(Quiet Revolution)'이라고 부른다. 퀘벡 정부는 퀘벡의 현대화를 위해 교회가 관장하던 교육기관을 직접 운영해 현대적인 교육을 실시한다.

'조용한 혁명'이 퀘벡 전역을 휩쓸고 있을 즈음인 1967년 캐나다 독립 100주년 행사가 열렸다. 프랑스 대통령 샤를르 드골이 국가원수 자격으로 초대된다. 드골은 퀘벡시를 거쳐 1967년 만국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몬트리올에 도착한다. 몬트리올 시청(구 시청) 발코니에서 드골은 광장에 들어찬 1만여명의 군중을 내려다보았다. 일흔 여섯의 노(老)정치가는 이렇게 입을 뗐다.

"나는 지금 여러분께 발설해서는 안 될 한 가지 비밀을 말하겠습니다. 오늘 밤 여기서, 퀘벡시에서 여기로 오는 동안 줄곧 나는 어떤 자유의 분위기가 꿈틀대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드골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고, 군중은 그런 드골을 숨죽이며 쳐다보았다. 드골은 이렇게 외쳤다. "몬트리올 만세, 퀘벡 만세, 자유 퀘벡 만세, 프렌치 캐나다 만세, 프랑스 만세!" <계속>

조성관 주간조선 차장대우 mapl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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