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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반 폭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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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7-02-08 00:00

노르반 폭포를 바라보며 술잔을 높이 들고

望雪中魯磐瀑布而擧杯
눈 내리는 Norvan 폭포를 바라보며 술잔을 높이 들고
 
紛塵君莫道 골치아픈 세속일랑 그대여 말하지 마라
仙興我方濃 신선의 기분  바야흐로 난 무르익네
宇宙瀑聲裏 우주라는 시간, 폭포 소리 가운데 있고
乾坤一杯中 천지라는 공간,  이 한 잔의 술에 있네
身爲今世人 이내 몸은 21세기를 사는 사람이라도
志存古人風 이내 마음 옛 사람들의 풍류를 간직하려네
素雪滿天華 하이얀 눈 온 하늘에 꽃을 피우고
 貞松詩思淸  굳굳한 소나무들 시흥을 맑게 하잖아
 
丙戌陽十一月二十三日與四人痛飮看魯磐瀑布在暴雪之中有懷梅軒賦
병술년 양11월23일 네 사람과 함께 통쾌히 술 마시며 폭설이 내리는 Norvan 폭포를 바
라보며 소회가 있어 매헌은 시를 짓다.

등산이라고 하면 호연지기(浩然之氣)라는 단어가 쉽게 떠오른다. 등산=호연지기라는 항등식이 꽤 오랫동안 우리들의 의식 속에 이미 들어와 있어 산에 가면 호연지기가 있다거나 호연지기를 길러야 한다는 말을 자주한다. 한데 호연지기란 말은 간단치가 않다. 매우 난해한 철학적 개념이다. 맹자라는 걸출난 전국시대의 논객이 처음으로 사용한 말이다. 그는 어지러운 전국시대를 바로 잡아야겠다는 자신의 거대한 포부를 실천하는 전제 조건으로서 온 천지에 가득 차 흐르는 광대무비한 감성인 기를 길러야 한다고 설파했다. 말하자면 뜻(志)을 받쳐주는 진정한 기(氣)를 제대로 길러주지 않으면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자신의 강한 의지를 드러낸 말이다.

"지는 기의 통수자이며 기는 몸을 채우는 것이다. 지가 한결같으면 기를 움직이고 기가 한결같으면 지를 움직인다. 나는 호연지기를 잘 기른다. 이를 설명하기가 참 어렵다. 내가 말한 호연지기의 기는 지극히 크고 지극히 굳센 것인데 이를 제대로 길러준다면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차게 된다. 이것은 곧 정의의 짝이 되고, 정도와 함께하는 것으로서 이것이 없으면 허탈이 온다"(志氣之帥也 氣體之充也... 志壹則動氣 氣壹則動志也... 我善養吾浩然之氣...難言也 其爲氣也至大至剛以直養而無害則塞於天地之間 其爲氣也配義與道 無是飢也).

위에서 맹자 자신의 입으로도 호연지기의 정의를 내리기가 '참 어렵다'고 했으니 우리 같은 중생들이야 말해서 무엇하리. 속된 말로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지 싶다. 그도 그럴 것이 도대체 이 '기'라는 말을 선뜻 개념화 할 수 없으니 그렇다. 오죽하면 번역이 안 되는 단어로 분류되어 서양은 번역을 미뤄둔 채 'qi'로 쓰고 있다. 두 번째로 쉽게 설명될 수 없는 것이 바로 지기일원론이다. 위에서 '지가 한결같으면 기를 움직이고 기가 한결같으면 지를 움직인다'는 말을 쉽게 설명하면 심신일원론에 다름 아니다. 즉 몸과 마음이 따로가 아니라는 말이다. 왜냐하면 우리 몸은 기의 덩어리라고 할 수 있다. 마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몸기'나 '몸각'도 똑같이 중요하다는 것을 맹자가 좀 어렵고 고상하게 표현한 것일 뿐이다.

그렇다. 몸이란 물질인 고깃덩어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기가 달라붙어 있는 그 무엇이다.내가 이렇게 아리송한 호연지기라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게 된 것도 다름아닌 등산을 통해서였다. 나는 정말 호연지기에 대해서 간증하라면 간증도 할 수도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맹자라는 사람도 등산을 좋아했던 호방한 친구였다고 추론해보면 호연지기라는 말도 그가 살았던 산동성의 태산에 올라가 이 말을 개념화하지 않았겠느냐는 논리도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호연지기를 우리말로 쉽게 옮겨보면 "크고 넓은 몸기"이다. 산에 올라가면 크고 넓은 마음이 생길 수 있는 몸의 느낌이 있게 마련이다. 산정상에 올라 발아래 놓인 밴쿠버 시가지를 한번 굽어보라. 산 정상에 선 자기는 성인이나 신선이 된 기분이고, 저 아래 사는 세상이 속세로 보여지며, 거기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다람쥐 쳇바퀴를 도는 나보다 한 수 아래 중생으로 보이는 느낌은 비단 필자 자신만의 건방지고 교만한 생각이 아니라 산행을 해본 사람들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공유했던 비밀 아닌 비밀이다. 비록 얼마 후 하산하면 다시 별 볼일 없는 중생으로 되돌아오긴 하지만... 역으로, 일하고 돈 벌고 마시고 노는 데만 정신이 쏠려 평지 도시에만 있는 사람들은 잠시나마 이러한 정신적 사치를 누릴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평지에 살면서 고민하고, 결론짓고, 정죄하고, 갈등하며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었다 해도 산 정상에 올라가면 그 모든 문제들이 부질없는 생각이었다는 대오성찰이 나올 수도 있다.이렇게 천지 자연이 오묘하고 아름다운데...저 아래서 내가 부질없이 번뇌에 빠져 헤어나지 못했구나 하는 깨달음, 아무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뜬금없는 고뇌를 하고 있었다는 때늦은 후회, 그리고 인생의 모든 문제들을 멀리서 관조하는 통찰력까지 가능한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생사를 초월하는 경지까지 승화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날의 산행도 예외는 아니었다. 산정상이 아닌 린 밸리 계곡의 끝자락에서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노르반 폭포를 바라볼 때...거기에 금상첨화격으로 여름에 담궈 가져온 복분자 술을 친구들과 함께 기울일 때...어찌 시가 나오지 않을 수 있겠으며, 마치 신선이라도 된 듯한 호방한 기개가 도도히 흐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정말 그 순간의 느낌은 이 세상을 다준다 해도 바꿀 수 없는 나만의 호연지기였던 것이다.

"그대들이여 골치 아픈 속세의 일일랑 입에 담지 마시게들. 난 지금 신선이 된 듯한 흥이 바야흐로 일고 있다네. 우주라는 시간은 저 폭포와 같이 흘러 흘러 가지 아니한가. 우리가 몸을 담고 있는 이 천지라는 공간은 지금 마시는 이 술잔 속에서 의식할 따름이지"라는 대목에서 나의 호연지기는 절정을 이루고 있었고....한없이 내리는 함박눈 속에 하늘을 찌르는 송백나무들조차 나의 포효 속에 눈꽃을 피워가며 푸른 빛을 한층 더하고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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