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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이 만건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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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7-02-15 00:00

홀리번에서 백설이 만건곤한 장관에 넋을 잃다

登虎盤山觀皓雪滿乾坤而有懷
Hollyburn 정상에 올라 백설이 만건곤함을 보고 소회가 있어

閑居野興老彌淸 한가로운 신세라서 늙을수록 흥이 맑아
背向溫城虎盤向 밴쿠버를 등지고서 홀리번을 향하였네
煙波跌宕成雲海 안개파도 질탕하게 구름바다 이루었고
凝華萬樹擁道迎 눈꽃만발 수만 그루 도열하여 맞아주네
白玉瓊樹上帝琢 백옥같은 나무조각 상제님이 쪼아낸 듯
滿山化工巧無窮 온산 가득 신의조화 정교함이 끝이없네
此身得癒乾坤惠 이내 몸이 나은 것은 천지자연 은혜이니
壯觀題詩頌天公 이런 장관 시를 지어 하느님을 칭송하네
 
丙戌陽十二月二日於虎盤山頂梅軒得意
병술년 양12월 2일 Hollyburn 정상에서 매헌은 뜻을 얻다.

요즘처럼 은퇴 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적도 없지 싶다. 소위 2차대전후 60년대 초까지 태어난 베이비 부머(baby boomer) 세대들이 봇물이 터진 폭포수처럼 은퇴생활로 접어들기 때문이다. 이 연령층은 노동생산인구의 다수를 차지한데다, 그들이 그 동안 열심히 일해서 축적한 부와 자금이 모두 은퇴생활의 풍요를 지향하고 있어 실버산업(Silver industry)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밴쿠버 교민사회에도 '실버 스쿨', '실버 타운'과 같은 개념이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말하자면 노년을 풍요롭고 알차게 그리고 아름답게 보내려는 문화 현상임에 틀림이 없다.

필자도 베이비 부머 세대로서, 몇 년만 있으면 '국록'을 타먹는 원로시민(senior citizen)의 반열에 들게 된다. 세월이 유수같다는 말이 이제야 실감이 간다. 하지만 어떻게 노년을 보낼 지에 대한 마스터 플랜은 아직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 남들처럼 용의주도하지 못한 까닭에 모아놓은 재산도 없으니 멋진 은퇴 여행은 그림의 떡일 뿐이고, 근사한 골프장 근처에 콘도 하나 사서 매일 골프나 치며 여생을 즐기는 꿈도 물 건너 간지 오래다. 그러나 뭐니 해도 노년은 건강하게 사는 게 제일이지 싶다. 건강하지 못하면 그 동안 등골이 휘게 일해서 벌어 놓은 은퇴 자금이 수백만 달러라 한들, 의미 없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다. 노년이야말로 인생의 황금기일 테니 그 동안 허리띠 졸라매느라 절제해 왔던 삶을 최대로 즐길 권리가 있다. 하지만 어떻게 사는 것이 진짜 복된 노후 생활일까. 맨날 골프만 치다 보면 이것도 지겹게 느껴질 것이고 호화 요트를 타고 세계 일주 항해 여행을 하는 것도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이 작용하기 마련이다. 물질적인 풍요가 곧 행복한 노후를 보장할 수는 없다.

 팔자가 좋아 마음껏 부귀공명을 누리는 것을 홍복(洪福)이라고 한다. 원래는 이것이 세속을 의미하는 홍진(紅塵)에서 나온 복이라 해서 홍복(紅福)이라 했었다. 당나라의 서울 장안(지금의 서안)은 토양이 모두 빨간 진흙인데, 그 당시 100만 이상이 넘는 도시에 수없이 오가는 우마차때문에 온 시가지가 빨간 먼지가 황사처럼 일어날 정도로 북적거리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우리가 노후에 원하는 것은 맨날 먹고 놀며 돈을 물쓰듯 쓰는 홍복이 아니라 마음이 거울처럼 맑고 편안한 청정한 복락을 의미하는 청복(淸福)이다. 사람이 은퇴 후 청복을 누려야 아름다운 인생을 산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거의 대부분의 노인들이 마땅히 즐겨야 할 청복은 없고 적막강산인 고독과 무료함 속에 쓸쓸한 노년을 살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라 하겠다. 하지만 대안은 있다.

이를 타개하는 방법은 산행이 제일이다. 돈이 안 드는 운동이니 금상첨화가 아니고 무엇이랴. 필자는 산행을 50대부터 서서히 습관화한다면 은퇴 후 얼마든지 청복을 누릴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아들 딸들이 다 떠나 버린 후 홀로 노년을 버틸 수 있는 체력은 보약보다는 산행에서 찾아야 한다. 내가 잘 아는 C씨는 칠순의 나이에 사십대 체력을 뺨치는 분으로 정평이 나있어 밴쿠버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 비결이 50대부터 부지런히 산을 다녔다는 사실에 있음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문제는 용기의 부족과 나약함이다. 물론 체력이 받쳐주지 못하는 분이거나 신체적 결함이 있는 분은 예외겠지만 거의 다가 마음먹기 달렸다.

산은 모든 사람에게 자기를 찾아온 횟수만큼 정직한 보상을 해준다. 처음엔 힘들고 가파른 경사가 힘에 부쳐 쩔쩔매지만 2-3년 열심히 다녀 고비를 넘기면 펄펄 날 만치 체력이 자기도 모르게 나온다. 깊이 파면 팔수록 쏟아져 나오는 기력이 우리 몸 속에는 내장되어 있다. 이 단계를 넘어서면 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산의 숨소리까지 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산과의 대화가 시작된다고 보면 대차가 없다. 산과의 대화는 말로 하는 대화가 아니다. 산이 제공하는 모든 우주에너지를 느끼는 일이며, 풀 한 포기 나무 한그루가 신비하게 느껴지는 체험이다. 특히 겨울철 설경 산행에서 맑고 바삭바삭한 공기가 폐부 속을 스며 들어올 때 코를 자극하는 청량한 눈의 향기, 운해 속에 잠겨버린 밴쿠버 시가지 위로 구름을 타고 있는 듯한 방외인의 느낌....어찌 필설로 눈 시리게 아름다운 모든 광경을 묘사할 수 있겠는가.

겨울 설경 산행은 갈 때마다 혼자 보기 아깝다는 생각밖에 없다. 언필칭 밴쿠버가 999당이라고 한 것은 바로 이를 두고 한말이 아닐까. 그러나 999당을 즐기는 것은 이를 찾아 나서는 사람의 몫인 것이다. 은퇴 후, 사시사철 옷을 갈아입으며 지상 최대의 쇼를 제공하는 산을 오르며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유지하는 자기 모습을 지금부터라도 그려보라. 이것이 진정한 청복이지 않겠는가. 나는 이 시의 첫 연에서 말했다. "한가하게 살면 나이가 들수록 야성적인 감흥이 맑아야 한다"고. 바꿔 말하면 산에 가는 재미가 나이가 들수록 자꾸만 맑아져 한가할 틈이 없다는 말인 것이다.

문득 홍난파가 작사 작곡한 그 노래가 생각난다. "금강에 살으리랏다. 금강에 살으리랏다.
운무 데리고 금강에 살으리랏다. 홍진에 썩은 명리야 아는 체나 하리오"라는 노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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