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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보다 만들기 쉬운 쫄깃한 '찹쌀 부꾸미'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2-17 00:00

떡에서는 겨울냄새가, 새해 냄새가 느껴진다 창의적이다 못해 도발적인 요리사 이현자 주부(노스밴쿠버 거주)

한끼로도 충분한 대표적인 국민간식 떡. 베이커리 못지않게 쫄깃하고 맛있는 ‘찹쌀 부꾸미’를 만들어 새해 아침 아이들과 둘러앉아 쫄깃한 아침을 맞이하자. 어렵게만 생각했던 떡, 기본만 알면 천연과일과 야채로 다양한 향과 색깔 고운 모양으로 쉽게 만들 수 있다.  창의적이다 못해 도발적인 요리사 이현자씨를 다시 초대했다.  

찹쌀을 불려서 찐 밥을 말린 다음, 밥풀 하나하나를 떼어내어 기름에 튀겨 만드는 ‘오꼬시’ 강정은 웬만한 정성으로 남에게 선물하기 어려운 아이템. 특히 비가 많이 내리는 밴쿠버에서 찐 밥을 잘 말리기가 쉽지 않아 더욱 까다로운 이 찹쌀 강정을 ‘심심하면’ 자루로 만들어 남에게 선물하기를 즐기는 이현자씨. 그녀의 두 번째 재주를 펼치기로 약속한 아침, 전화를 걸었더니 ‘린 밸리’ 산이란 말을 끝으로 전화가 끊겼다.

음력 새해 첫날, 큰 준비 없이 간단히 만들어 먹기에 안성맞춤인 찹쌀 부꾸미 레서피가 눈앞에 아른거려 속이 상했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오고 있어요?”
“네??? 조금 전에 산이라고 해서….”
얼마후 다시 걸려온 전화. “산은 산이고, 요리는 요리”라는 소리에 한달음에 달려갔다.

노스밴쿠버 그녀의 집 현관문을 여는 순간, 기가 ‘탁’ 막힌다. 불과 두 시간 전 산이라더니, 수 백 개의 밤 과자가 수북이 쌓인 너머로 환하게 웃는 그녀가 ‘떡 주무르던 손’을 들어 흔들며 반갑게 맞이한다.

그 곁으로 찹쌀, 비트, 딸기, 블루베리, 키위, 당근… 지난 여름 과일 향들이 겨울햇살에 녹아 향긋하게 코끝에 와 닿는다.

그녀가 만들 요리는 일곱 가지 색, 열 가지 맛의 찹쌀 부꾸미.
그녀가 만들고 있던 밤 과자와 찹쌀강정은 일요일 300명의 교회 사람들을 대접할 간식.

그때 재료 더미 속에 묻힌 무선전화기가 요란하게 울렸다. "네, 걱정마세요" 간단히 한마디로 끝이 나는 걸로 미루어, 진행상황을 알지 못하는 교회 담당자의 전화였던 듯. 도우미 한 사람 없이 혼자 300인분의 먹거리를 만든다는 게 일반인들에겐 쉽게 납득될 일은 아니다.

전화를 끊고 완성된 빵과 음식을 냉장고로 옮기던 그녀가 피식 웃었다. “이 정도쯤이야 식은 죽 먹기”라는 자신만만한 웃음이다.

그녀는 요리를 할 때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 예술가 인 듯 하다가, 재료의 농도와 색깔을 탐색하며 눈빛을 반짝일 땐 실험에 열중하고 있는 화학도처럼 보이기도 했다. 또 여러 가지 음식을 동시다발로 만들어내고 재료를 주무르며 주방을 날아다닐 땐 댄서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다음엔 어디로 튈지 종잡을 수 없는 농구공 같은 느낌이다.  

밤과자를 만드는데 새까만 빛깔의 묵은 간장 종지는 또 왜 있을까.
“카라멜은 몸에 나쁘잖아. 대신 20년 묵은 간장을 위에 살짝 바르면 카라멜 색이 나면서 건강에도 좋고 간이 딱 맞아서 정말 좋지.”

전혀 어울 릴 것 같지 않은 재료의 결합. 이런 어색한 시도의 요리가 바로 ‘이현자식’ 스타일. 카라멜 대신 20년 된 간장으로 색을 낸 밤과자는 살짝 간이 배어들어 몇 개를 먹어도 느끼하거나 신물이 넘어 오지 않는 것이 특별하다. 

한 시간만 그녀의 ‘액션’을 지켜보기만 해도 지친다 싶은데, 정작 본인은 전혀 고갈되지 않는 에너지를 발산하며 요리를 해냈다. 오븐에서 밤과자를 구워내면서 비트를 갈아 짙은 분홍빛 고운 찹쌀부꾸미와 블루베리 향 짙은 보랏빛 부꾸미까지 여덟 가지 색깔, 열 두 가지 맛을 단숨에 만들어 냈다.

요리를 끝낸 그녀가 휴식하며 쇼팽의 소나타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20년간 피아노학원을 운영한 경력으로 가볍게 밴쿠버 입성을 할 만큼 뛰어난 피아노 연주실력을 가진 그녀. 빠른 손 끝, 풍부한 상상력으로 끊임없이 도전하는 요리의 비밀은 이런 그녀의 예술적인 감각하고도 무관하지 않을 듯.


■ 재료
찹쌀(떡 1개 분량은 불린 상태에서 200ml 커피잔 두 컵), 콩과 좋아하는 과일(팥, 파란 콩, 하얀 콩, 블루베리, 딸기, 비트, 쥐눈이 콩, 치자, 키위)

■ 조리법

① 찹쌀은 하룻밤 불려 건져 놓는다.
② 콩은 불려서 껍질을 벗기고 찜 솥에 찐 다음 소금과 단맛(기호에 따라 꿀, 설탕)을 가미하고 절구에 ‘콩콩’ 찧어 가루로 만든다.
③ 비트와 같은 부 재료를 먼저 믹서에 갈아서 찹쌀 2컵, 물 2/3 컵을 넣고 소금간을 살짝 해서 갈아준다. (1개 분량)
④ 프라이팬에 기름을 부어 닦아내고, 기름기만 남은 상태에서 찹쌀 간 것을 붓는다.
⑤ 익은 듯하면 뒤집어서 냉동해 두거나 미리 만들어 둔 소를 넣는다.
⑥ 계란 말이하듯 돌돌 말아 끝을 꼭 눌러 지져 준다.
⑦ 준비된 콩가루, 코코넛 가루에 굴린다.
⑧ 예쁘게 잘라서 담아 낸다.

◇ 조리 point
① 색소는 오직 자연 과일과 야채만 이용한다.
② 떡 소는 불려서 껍질을 벗겨 찜통에 쪄서 절구에 찧는다. 
③ 찹쌀 부꾸미 속은 여러 가지 콩으로 쪄서 만든다.

■ Tip
◇ 찹쌀부꾸미 속은 미리 랩으로 모양을 만들어 냉동해 두면, 간편하면서 떡 모양이 예쁘게 된다.  ◇ 찹쌀가루를 갈기 전 비트, 딸기, 블루베리, 키위 등 좋아하는 과일이나 야채를 갈아서 사용한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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