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5일부터 9일까지 중국 하이난에서 열린 중국 주니어 골프대회(11~14세)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막판 역전극이 펼쳐졌다. 전반 9홀까지 5타차로 뒤져 있던 소년 골퍼가 마지막 4홀을 남겨두고 연속 세번의 버디를 잡으면서 연장전 끝에 우승의 기쁨을 누린 것이다.
중국주니어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이기택군이 역전에 성공한 뒤 환호하고 있다.
이 대회 최고의 기량을 뽐낸 주인공은 써리소재 해롤드 비숍(Harold Bishop) 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중인 이기택군(사진, 13. Kevin Lee)이다. 이군은 지난해 캐나다주니어골프협회(CJGA)가 주관하는 남자 13세이하 주요 대회의 우승을 휩쓴, 한인 골프 기대주의 한명이다.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재미 삼아 골프를 시작했다는 이군은 "타이거 우즈 선수를 제일 좋아한다"면서 "드라이브는 자신 있다"며 웃는다. 3월말 빅토리아에서 열리는 BC선수권대회를 한달 앞두고 매일 4시간씩 맹훈련하고 있다.
학업과 대회준비 때문에 잠잘 시간도 많지 않다는 이군은 현재 숀 리차드슨 코치로부터 집중적인 훈련을 받고 있다. 키 166센티미터의 이군이 사용하고 있는 클럽은 나이키(드라이브), 미즈노(아이언) 제품이다.
이군은 "골프는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무척 어렵지만 그만큼 중요하다"면서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을 강조했다. 또, "갈수록 힘들고 지루할 때도 있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유명대학에 진학한 뒤 PGA에 진출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이군을 뒷바라지 하고 있는 아버지 이의섭씨는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 즐기면서 운동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며 "대회성적 하나하나에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만능 스포츠맨이기도 한 그는 "기택이는 운동감각이 뛰어나고 특히 승부욕이 강하다"고 아들을 평가했다.
학부모로서 이의섭씨는 "한국과 캐나다의 골프환경이 틀리지만 자녀와 함께 부모도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부모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마음을 내려놓으면 성적도 좋아지고 골프는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운동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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