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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타(Cheetah)는 치타이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3-01 00:00

샌디에이고의 동물원에 가면 가장 인기있는 쇼 중의 하나가 치타 쇼(Cheetah Show)이다. 따로 요금을 더 내야 관람할 수 있는 쇼인데, 치타가 좋아하는 고기를 멀리 매달아 놓고 빠르게 움직이면 우리가 열리면서 갇혀있던 배고픈 치타가 그 먹이를 쫓아 섬광과 같이 달리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이다. 시속 120km로 달리는 치타의 모습은 그야말로 놀랍기 그지 없다. 그런데 스테파니 톨런(Stephanie Tolan)이라는 학자는 영재아를 치타라는 동물에 비유해 다음과 같은 유명한 글을 썼다.

"치타는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동물이다. 우리가 치타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바로 그 어마어마한 속력이다. 섬광과 같은 속력. 어떤 다른 동물이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특징이 바로 시속 120km로 달리는 그 속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치타는 항상 뛰는 것은 아니다.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에만 그 속도를 보여준다. 치타가 뛰고 있지 않을 때는 다른 특징으로 치타인지 아닌지 알아보는 것은 쉽지 않다. 금색과 검은색의 반점들로 뒤덮여 있어 언뜻 보면 레오파드와 비슷하지만 눈 밑의 독특한 눈물모양의 반점이 있어야 치타이다. 머리는 작고 몸은 날렵하고 다리는 보통이상으로 긴 이런 특징을 지녀야 치타이다. 치타는 고양이과 중에서는 유일하게 발톱이 굽지 않은 동물이다. 치타의 먹이는 산양인데 치타에 비해 크지도 작지도 않고 오직 속도로만 능가해 잡을 수 있는 동물을 치타는 먹이로 선택한다. 치타가 시속 70마일로 달리기 위해서는 완전히 성숙해야 한다. 건강해야 하며 뛸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뛰고 싶은 동기가 있어야 하며, 배고파야 하며 쫓아갈 수 있는 산양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치타가 작은 우리에 갇혀 좌절하고 있다면 시속 70마일로 달릴 수 없다. 그러나 아직도 치타는 치타이다. 치타가 20마일로 달리는 토끼를 잡기 위해 70마일의 속도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토끼를 따라갈 때에는 20마일로 달린다. 그러나 그때도 치타는 치타이다. 치타가 다리가 부러져 부상을 당해 뛰지 못한다 하더라도 치타는 치타이다."

톨런은 이 글을 통해 영재아를 겉으로 나타나는 성취도만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학교시스템을 비난한다. 학교는 치타가 뛰고 있는 모습을 보여줄 때에만 영재라고 인정하지만 치타가 시속 70마일로 달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뛸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반 교실에서 커리큘럼대로 진행하는 공부는 영재를 우리에 가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우리에 가둔 치타는 사실 같은 고양이과 동물인 사자나 호랑이보다도 못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영재아들은 영재성을 표출하기는커녕 지루해 하고 산만한 모습으로 오히려 보통 아이들보다 더 못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많은 영재아들이 빛을 못보고 사라지는 이유는 이와 같다. 어릴 적 그토록 뛰어났던 아이가 우리에 갇히면서 더 이상 그러한 속도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다. 치타를 치타라고 구분하는 것은 부모와 교육자의 몫이다. 치타에게 너는 고양이라고 말하면 치타는 자기가 고양인지 알고 평생을 산다. 고양이처럼 사는 치타의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치타를 치타로 알아보는 것, 뛸 수 있는 공간과 뛰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 이 모든 것이 영재아들에게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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