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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C-중국의 '홍빠오' 문화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3-01 00:00

지난 2월 18일은 우리나라의 가장 큰 명절 중 하나인 설날이었다. 밴쿠버 유학생들과 이민자들에게는 고국이 유난히도 그리운 날이었을 것이다.

가족들 모두 한자리에 모여 좋은 음식을 먹으며 세배와 덕담을 주고받는 우리 설날의 풍경은 중국의 그것과 많이 다르지 않다. 중국 각지에서는 음력 1월 1일 자정이 되면 다들 잠들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가 일제히 불꽃놀이를 한다. 오밤중임에도 불구하고 대낮을 방불케 할만큼 화려하게 펼쳐지는 불꽃놀이는 보는 이들에게 가슴 벅찬 감동을 주는 묘한 매력을 갖고 있다. 새벽 불꽃놀이가 끝난 후에는 아침부터 모두가 세배 다니느라 부산 떠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설빔을 곱게 차려 입고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이 집 저 집 인사 다니며 음식을 나눠먹고 나눠준다. 이렇게 다니는 세배 나들이는 대부분 8일-10일 정도 계속된다. 이때 어린 아이들과 학생들은 어른들에게 '홍빠오'(紅包)를 받게 되는 것이다. 붉은색 봉투에 넣어준다 해서 중국에서는 세뱃돈이나 각종 축의금, 부의금을 홍빠오라고 부른다.

 하지만 중국 아이들이 받는 홍빠오는 한국 아이들이 받는 세뱃돈 수준을 넘어선다. 우리나라에서는 세뱃돈으로 아이들은 보통 1만원-2만원 정도, 대학생들은 5만원-10만원 정도 받지만 중국 아이들은 기본이 800위엔(10만원-11만원 정도), 대부분은 1000위엔~1200위엔(12만원~15만원 정도)을 한 사람에게 받는다고 한다. 중국의 물가와 노동자들이 받는 평균 임금을 고려한다면 터무니 없이 많은 액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세뱃돈 뿐만 아니라 이웃이 새로 집을 지었거나 회사를 세웠을 때, 해산을 했을 때도 홍빠오 주고받기는 계속된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인맥이 우리나라 못지않게 중요시 여겨지는 중국에서 홍빠오는 단순히 사람과 사람간의 정리를 떠나 기존 인맥을 유지해주고 새로운 인맥을 연결시켜주는 다리인 셈이다. 그리고 그러한 어른들의 인맥 유지를 위해 아이들이 그 중간에서 또 하나의 매개체가 되는 것이다. 물론 중국인들도 이 같은 문화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받은 금액보다 더 많이 돌려줘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홍빠오 폐지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이다. 중국 사람들은 설날 휴가로 짧게는 보름, 길게는 한달 정도씩이나 쉴 정도로 설을 거하게 지낸다고는 하지만 나라의 대들보인 아이들이 사람간의 따스한 정(情)을 느껴야 할 명절에 사회적인 안면 치레부터 배우게 되는 건 아닌지 씁쓸하다.

이 점에 있어 우리나라 또한 예외가 아니다. 갈수록 늘어나는 각종 축의금 때문에 서로 부담스러워 하는 것이 현실이다. 받은 금액으로 상대의 마음을 측정하기에 앞서, 기쁜 일에는 서로 기뻐해주고 슬픈 일에는 진정한 마음으로 서로를 위로해주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인정이 아닐까 싶다.

염미 학생기자 UBC 심리학과 3년 nunga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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