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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선택이 인류의 미래 결정한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3-02 00:00

환경운동의 아이콘 데이비드 스즈키 박사 30일간 캐나다 전국 투어...시민 각성 촉구

올 2월 파리에서 과학자들이 지구온난화의 암울한 미래를 선언한 이후 캐나다 정치권은 환경 정국을 유지하고 있다.

캐나다인 10명중 7명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해법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캐나다 환경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데이비드 스즈키 박사는 '당신이 연방 총리라면'이란 주제로 최근 30일간 캐나다 전국 투어 캠페인을 하면서 시민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지난 27일 밴쿠버를 방문한 스즈키 박사의 강연회와 인터뷰를 통해 21세기의 환경론에 대해 들어보았다.

"환경에 대한 경고 40년간
계속 나왔지만 무시해...
1명이 변하면 전체가 변해"

스즈키 박사는 "환경 아래 경제와 모든 것이 종속돼 있음을 알아야 한다"며 "지금 우리는 개발국가들이 GDP 1%를 환경에 투자해 생존하느냐 아니면 멸망에 다가서느냐 하는 기로에 서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가는 시민의 비전과 요구를 따라가는 사람들이지 지도자가 아니다"라며 '당신이 연방총리라면'이란 주제로 전국 투어 캠페인을 추진한 이유에 대해 정치권 각성 이전에 환경문제에 눈을 뜬 캐나다 시민들의 여론을 모아 정치가들에게 변화를 요구해야 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은 시민의 의식만큼 행동하고 시민의 요구만큼 반응하게 돼 있다"며 "정치인들은 무사 안일한 특성을 갖고 있는데 여기서 벗어나게 하려면 시민이 먼저 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즈키 박사는 지구온난화와 환경문제가 새로운 토픽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1962년 레이첼 칼슨이 '침묵의 봄'을 쓰기 전까지 인류는 환경문제에 대해 무지했지만 이후 40년 이상 환경에 대한 경고가 계속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해왔다"며 "20년 전에 이미 캐나다 정부에는 지구온난화가 인류멸망의 위기가 될 수 있다는 보고서가 전달됐으며 이 보고서는 크레티엥 전 총리가 교토의정서를 승인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즈키 박사는 위기에 대한 인식이 있었음에도 매번 경제 논리에 밀려 실질적인 행동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위기 상황이 가시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야 행동을 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인류는 현재의 행동이 어떻게 미래를 변화시킬지 두개골 속 깊은 곳에 있는 2kg 무게의 기관을 이용해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지구상에서 가장 숫자가 많은 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지만 40년간 우리 스스로 그 기관이 내린 경고들을 무시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부터 향후 몇 달간은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기간이 될 것"이라며 "올해 내려진 환경에 대한 정치적 결정들은 인류에게 마지막 결정과 선택의 기회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구온난화 해소를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실천 방안으로 스즈키 박사는 "과소비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는 "2차 대전 후 전세계적인 대량생산과 소비체제를 구축되면서 인류는 유한한 자원을 마치 무한한 것처럼 소비하기 시작했다"며 소비경제 관념을 환경경제 관념으로 바꿀 것을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소비의 증가가 발전이라고 생각하며 유한한 자원을 바탕으로 한 소비체제가 무한 지속될 수 있다고 잘못 믿고 있다"며 "또한 경제가 호경기면 그때 발생하는 재원으로 환경을 치유하겠다는 식의 잘못된 종속개념도 바로잡아야 한다. 환경이 없으면 경제도 없다. 경제는 환경의 일부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소비 편의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 결과까지 전체를 볼 것을 권했다. 그는 "대기오염 증가로 인한 호흡기질환 환자 증가는 과학적 팩트(fact)이다. 그럼에도 공해배기량이 높은 SUV를 타고 천식에 걸린 자녀를 응급실로 데려온 부모들이 '아이의 천식 치료를 위해서 라면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말하는 아이러니를 목격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스즈키 박사는 "우리 개개인은 수조 속의 한 방울의 물에 불과하지만 우리 중 1명이 변화하면 주변에 변화를 위한 암시(Inspiring change)를 주어 전체를 바꿔나갈 수 있다"며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이제 개인들이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민수기자 ms@vanchosun.com

데이비드 스즈키 박사는...

'위대한 캐나다인' 5위

올해 71세인 데이비드 스즈키 박사는 일본계 3세다. 그는 UBC 동물학과 교수로 1963년부터 2001년까지 활동한 후 은퇴했으나 교수보다는 자연보호를 대변하는 학자이자 환경운동가, 방송인으로 명성이 높다. 1970년대 캐나다판 '동물의 왕국'인 '만물의 본성(The Nature of Things)' 방송을 통해 유명해졌고 현재는 자신이 세운 환경단체 스즈키 재단을 통한 자연보호 활동으로 캐나다 환경주의의 상징적 인물이 됐다.

자연 보호 활동과 40여권에 달하는 저술 활동을 통해 그는 2004년 공영방송 CBC가 실시한 '가장 위대한 캐나다인' 투표에서 생존 인물로는 유일하게 5위에 선정된 바 있다.

스즈키 박사는 정치에 나설 뜻이 없다고 거듭 밝히고 있지만 환경문제 관련 여론을 주도하며 정치인을 움직이는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있다. 학계에서도 인정 받는 학자로 캐나다, 미국, 호주 대학들로부터 19차례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저술 분야는 지속 가능한 개발, 생태계, 환경친화 기업운영 등이며 관련 분야 강연도 계속하고 있다. 무엇보다 스즈키 박사가 자랑스러워 하는 것은 "가족 4명이 작은 집에 살면서 대부분을 재활용해 한 달에 한 자루 분량의 쓰레기만을 배출하며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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