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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자부심 담기엔 밴쿠버가 좁았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2-06-20 00:00

캐나다 언론이 본 '한국의 월드컵 열기'
한국은 지금 월드컵 축제 중이다. 파죽지세로 승전보를 전하는 태극전사 못지 않게 12번째 선수로 불리는 전국민 응원단에 대한 세계의 관심 또한 뜨겁다. 이곳 캐나다 유력 일간지 내셔널 포스트, 글로브 앤드 메일, 밴쿠버 선, 프로빈스 지 등이 19일 수요일 아침 일제히 한국 축구 경기 내용과 한국민들의 열정적인 응원을 소개하는 기사를 1면 톱 기사로 실었다. 캐나다인들의 시각으로 전하는 한국 월드컵 대표팀에 대한 소식을 발췌해 실어본다. <편집자 주>



<밴쿠버 선>



“감격한 한국인들 거리로 거리로---

밴쿠버, 토론토 거리 환호하는 한인들의 물결로 가득 차”



한국이 이탈리아를 상대로 2-1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는 순간 캐나다 전역의 한국계 캐네디언들은 동시에 환호했다. 한국의 극적인 역전 드라마가 펼쳐졌던 화요일 이른 아침 밴쿠버 다운타운 랍슨 스트리트는 온통 붉은 색의 물결이었다. 한국인들이 한 목소리로 우렁차고도 또렷하게 외치는 ‘대-한민국!’이라는 구호는 웨스트 엔드까지 메아리쳤다. 축제는 행진하는 군중들만의 것이 아니었다. 랍슨 거리를 차로 오가는 한국인들도 태극기를 흔들며 동참했다. 이들의 승전 파티는 이번 동계 올림픽 하키 결승전에서 캐나다가 미국을 이기고 난 후 랍슨 스트리트에서 벌어졌던 군중들의 축제를 연상케했다. 온통 웃음 띤 얼굴로 연신 군중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던 남은경 씨(27세)는 “기분이 이렇게 좋을 수 없다”며 “한국인인 것이 너무나도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버나비 사우스 학생인 비비안 리 양(18세)은 “이번 한국의 우승은 캐나다에 거주하는 모든 한국인들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것”이라면서 “한국을 과소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월드컵은 우리가 예전처럼 약소국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좋은 기회”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축제는 평화롭게 진행됐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이 배치됐지만 한국 소녀들의 사진 요청에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는 경찰관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축제는 밴쿠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승리의 기쁨에 도취한 한국인들은 토론토의 거리를 꽉 메운 채 월드컵 3회 우승에 빛나는 이탈리아를 물리친 환희를 만끽했다. 100만 명 이상의 인파가 거리로 뛰쳐나간 서울의 축제에 비하면 비록 규모는 작았지만 토론토에서 열린 한국인들의 축제는 다른 나라 사람들도 어울린 국제적인 축제였다. 한국인 축구팬들은 장구를 치며 흥을 돋궜고 태극기를 흔들며 응원 구호를 외치고 애국가를 불렀다. 축제에 참가한 로널드 박 씨(34세)는 “한국인들에게 이렇게 기쁜 날은 일찍이 없었던 것 같다”면서 “축구만큼 국민을 단결시키는 스포츠가 또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경찰이 이날 안전을 위해 토론토의 블로어 스트릿 일대를 봉쇄해 한인들은 마음껏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눈부신 한국의 상승세에 일부 이탈이아인들마저 호감을 가질 정도다. 이탈리아 국기를 자랑스럽게 흔들던 토미 필레기 씨(32세)는 “나는 한국의 문화와 사람들을 좋아한다. 그들은 승리를 얻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탈리아 팬들은 고국팀의 패배에 분노했다. 밴쿠버의 커머셜 드라이브는 초상집 분위기였다. 음식점, 술집 등에 모여 TV로 축구 중계를 지켜보던 이탈리아인들은 한국이 동점골을 넣는 순간 “오, 마이 갓!”을 연발하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바로 이 때, 이 곳에서 몇 블록 떨어지지 않은 이스트 헤스팅즈 한인회관에 모인 500여명의 한국인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이탈리아 팬들은 심판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고 한 젊은 팬은 “한국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월드컵 개최국이였기 때문”이라면서 심판들이 개최국인 한국과 일본이 있는 아시아에 축구붐을 일으키려는 목적으로 편파 판정을 해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나타냈다. 한 열광팬은 이탈리아의 패배를 주심의 잘못된 판정 때문이라고 분노를 터뜨리면서도 “한국의 승리는 놀라운 것이 아니다. 한국팀은 지금 상승세를 타고 있고 거대한 응원단이 받혀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팬들은 경기가 끝나자 각자 집으로 돌아가거나 일터로 향했다. 몇 분 전 만해도 열광적으로 “이탈리아!”를 외치던 팬들은 간 곳 없고 텅빈 거리에는 무거운 적막감만 감돌 뿐이었다.



한편 이 신문은 스포츠 섹션 기사에서 에콰도르 주심 바이런 모레노 씨의 판정에 대해서는 혹평을 했으나 한 골을 넣은 후에도 둘째 골, 셋째 골을 넣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브라질팀과는 달리 이탈리아는 한국전에서도 선취골을 넣은 뒤 평소의 악명대로 ‘뒷짐지고 수비만 하려는’ 자세를 취하다가 경기가 길어질수록 압박해오는 한국의 공격을 감당해내지 못했음을 지적하고, 한국 선수들의 빠른 다리와 상대의 골을 막아내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정신력이 이탈리아의 패인이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특히 월드컵 단신란에 한국대표팀 선수들의 병역면제 소식과 일본팀의 8강 탈락으로 실망한 일본팬들이 한국팀의 선전에 희망을 걸고 있다는 이야기, 이탈리아 기자들이 자국팀의 패배에 실망한 나머지 기자실에서 마구 고함을 치다가 싸움 직전까지 간 소식을 전했다. 이날 한 이탈리아 기자는 자국이 한국에 2대 1로 패배한 것은 미리 짠 극본이라고 주장하며 한 영국 기자와 싸움 직전까지 갔고 이탈리아 기자들은 경기 후 라커룸에서 나오는 한국 선수들을 보고 인사는 커녕 냉소적으로 “잘했다”고만 할 뿐이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기자들의 분노는 이전에도 표출됐었다. 이탈리아가 크로티아와의 경기에서 2골을 무효로 판정받고 2대1로 패하자 이탈리아 기자들은 분노를 이기지 못해 고함을 질러댔고 가벼운 주먹 싸움까지 했다는 것.





<프로빈스>



프로빈스는 한국 축구팬들의 거리 환호 스케치는 물론 월드컵 특집 4면 중 3면을 한국-이탈리아 경기 중 설기현과 안정환의 득점 장면 및 이탈리아 선수 코코가 부상입고 누워있는 사진과 내용에 할애했다. 또, 랍슨 스트리트가 태극기의 물결에 가득 찼다면서, 자동차에서도, 사람들의 손에도 태극기가 펄럭였고 태극기를 망토처럼 몸에 두른 팬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또 한국에서는 100만 명 이상이 길거리 축제를 벌였다고 전하면서 세계 축구 랭킹 40위인 한국이 6위인 이탈리아를 상대로 훌륭한 경기를 펼쳐 승리했다는 한국인들의 자부심을 담기에는 밴쿠버가 너무 비좁아 보였다고 표현하며 “이렇게 기쁠 수가 있을까”라고 연발하는 한국인들의 모습을 인터뷰했다.



<글로브 앤드 메일>



글로브 앤드 메일은 19일 스포츠 섹션 1면에 안정환의 역전 헤딩골 장면을 담은 대형 사진과 3면에 이천수와 차두리가 파안대소하는 사진을 게재한 후 이변으로 가득찬 월드컵 8강 결과를 언급했다.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남북 아메리카 대륙을 대표하는 국가들이 각각 8강에 오른 전례 없는 결과와 세네갈, 터키, 한국, 미국의 8강 진출을 과연 누가 예측이나 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기자는 자신이 본 축구 경기 중 이번 한국과 이탈이아전처럼 감명깊은 것은 없었다면서 관중석은 온통 열광의 도가니였고 길거리에 모여 응원하는 군중들도 더할 나위 없는 열정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특히 한국 인구의 1/4이나 되는 1천만 국민이 거리에서 승리를 자축했다는 소식에 무척 놀라면서 다윗이 한방 멋지게 날려 골리앗을 꺾는 모습에 누가 감탄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내셔널 포스트>



내셔널 포스트는 19일자 1면의 반을 시청 앞을 온통 붉은 바다의 물결로 만든 한국 축구팬들의 사진으로 장식했다. 보는 순간 한국인들의 열기로 후끈해질 정도로 현지의 열띤 분위기를 그대로 전했다. 서울에는 무려 100만 명 이상의 팬들이 대형 전광판 앞에 ‘대한민국!’ 구호를 외치며 열렬한 응원전을 펼쳤고 불꽃놀이가 밤하늘을 수놓았다. 축제의 열기는 캐나다에서도 뜨거워, 밴쿠버에서는 3천여 팬들이 랍슨 거리로 뛰쳐나와 기쁨을 함께 누렸고 토론토도 흥겨운 한국의 전통 리듬으로 들썩거렸다고 보도했다. 또한 지금까지 이번 월드컵 최대 이변으로 꼽힌 이탈리아의 한국전 패배에 대해 이탈리아 전역에서는 축구팬들은 물론 해설자와 정치인들까지 실망과 분노를 동시에 나타내고 있으며 음모론까지 제기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행정부 장관은 주심을 격한 어조로 비난하고 “마치 처음부터 이탈리아를 패배시키려는 의도로 게임을 진행시키는 것 같았다”고 분개했다. 이날 이탈리아에서는 전국을 휩쓴 폭염에도 불구하고 많은 팬들이 대형 전광판에 모여 경기를 시청했는데 모두들 이탈리아의 패배에 경악했으며 심지어 주저앉아 우는 팬들도 많았다면서 이탈리아의 탈락은 강호 프랑스, 포르투갈, 아르헨티나의 16강 진출 좌절에 이은 또 하나의 대이변이라고 보도했다. 이탈리아인들은 자국팀의 패인을 에콰도르 주심 때문이라고 보고 있으며 전광판에 주심의 모습이 나타나자 물병을 던지기도 했다. 그 후 음모론이 대두됐는데 월드컵 이탈리아 축구 대표단장인 라파엘 라누치씨가 이탈리아의 RAI 국영 TV에서 “한국은 강국이다. 그들이 뭔가를 했을 것”이라면서 “내 생애 이토록 형편없는 주심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한 유명 해설자도 이날 경기는 “완전히 도둑 맞은 것”이라고 흥분했다. 경기 진행 문제에 대해 즉시 항의하지 않은 이탈리아 축구 협회장의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캐나다의 이탈리아계 주민들도 침울한 분위기였다. 한 자리에 모여 시청하던 팬들은 한국의 안정환이 결승골을 넣는 순간 낙담한 나머지 이탈리아 국기를 던진 채 TV앞을 떠났다. 그러나 신랄한 비판 속에서도 팬들 사이에서는 체념을 엿볼 수 있었다. 한 이탈리아 축구팬은 “무언가를 너무나 사랑한다면, 그것 때문에 고통받을 것도 각오해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는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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