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돈타령, 돈 타령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3-05 00:00

나이를 더해가면서 나는 문득 극복하기 힘든 열등감에 빠져드는 때가 있는데, 바로 돈을 떠올릴 때다.

다 그게 그거다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도통 입맛 없는 책이 바로 아이들에게 주로 읽히는 위인(偉人)들의 전기(傳記)일 텐데, 그런 위인전에서, 누구는 언제 어디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는 출생의 배경을 종종 본다.

이처럼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굳이 서술하는 이유는, 그러한 출생 배경에도 불구하고 가난을 극복하여 큰 업적을 남기는 위인이 되었다는, 그 위인의 위대성을 더욱 강조하려는 때문일 것이다. 이와 반대로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는 서술은 좀처럼 발견하기 어려운 것이 위인전이다. 그것은 아마도 그 위인의 위대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데에 있어 기여하는 바가 적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치고, 나는 자라면서 또는 얼마 전까지도, 단호하게 말하긴 힘들지만 내가 궁핍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적이 없었다. 물론 잘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왕왕 부럽다는 생각이야 했지만, 그에 견주어 내가 가난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 듯하다. 어려서야 어려서 몰랐고, 조금 철이 들고서는 내 아버지를 봐서라도 난 가난하지 않았다. 부유한 집안은 아니지만 자식들 벌어 먹이고 가르치려 애쓰는 아버지를 보며 차마 나는 가난을 입에 올릴 수 없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내가 돈을 참 못 버는, 밥벌이 참 못하는 위인(爲人)이구나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는 때가 부쩍 늘었다. 바꿔 얘기하자면 스스로 가난함을, 돈벌이에의 버거움을 느낀다는 거다.

마누라가 얼마 전, 당신은 돈하고 인연이 잘 닿지 않는 것 같아, 라는, 욕인지 위로인지 도무지 헷갈리는 말을 했지만, 설령 돈벌이에 헐렁한 것을 너무 자책하지 말라는 위로의 의미였다 하더라도, 그것을 내 무능의 면죄부로 삼지는 못한다. 그렇다고 내 능력 박약한 돈벌이에 딱히 위안을 삼을만한 방편이 있는 것도 아니다.

보왕삼매론(寶王三昧論)에서, 세상살이에 곤란 없기를 바라지 마십시오.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잘난 체하는 마음과 사치스런 마음이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성인께서 말씀하시길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하셨습니다, 라고 했다. 하지만 이렇듯 참다운 자유로움에 이르게 하는 깊은 가르침도 내 열등한 마음 안에서는 아무 울림이 일지 않고, 그런 큰 지혜의 말씀에 기대어 용기를 내지도 못하는 것이 초라한 내 됨됨이의 실상이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면 나의 궁핍에는, 돈에 버거운 지금의 내 형편에는 아주 뚜렷하고 설득력 있는 이유가 없는 게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돈’도 모르는 위인이 ‘경제’를 들먹인 데 있다. 누군가와 이야기하면서, 제가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또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되지 않아서 라고 말해야 했던 경우에, 사실은 돈 사정이 어려워서, 또는 돈이 없어서라고 말했어야 맞는 것이었다.

돈에의 아쉬움에 숨을 꼴딱거릴 때조차 돈이란 단어 자체를 들먹이는 것에는 파르르 치를 떨었으니, 어떤 돈인들 나를 가까이 했을 거며 어느 돈인들 나를 따랐을까. 따라서 나의 궁핍함은 당연할 것이다.

돈도 모르는 주제에 어따 대고 경제란 말인가. 경제(經濟), 그야말로 세상을 잘 다스리고(經世), 백성을 구제하는(濟民) 깊은 뜻이 도도하지 않은가. 알다가도 알지 못할 것이 돈이요, 돈은 제 스스로 즐겨 다니는 길이 따로 있어 아무리 쫓으려 해도 길목을 모르면 다 소용없다는 말도 겨우 귀동냥으로나 들어 본 적 있을 뿐이다. 그런 주제에 그 심오하고 난해한 학문 체계이자, 사회학적 사유(思惟)의 아성인 경제를 입에 달고 살았으니, 애송이의 방자함이 참 가소롭다.

느직하니 방자함을 깨우치고, 그래 이젠 ‘경제’가 아니라‘돈’이다, 이제부턴 ‘돈’이라고 말하자 되뇌어 본다. 그러나 아직도 막상 돈을 떠올리면 입에서 단내부터 나니 이 노릇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그렇다고 그냥 주저 앉아서 맥없는 한숨이나 짓고 돈타령이나 하는 것은 경제에 방자한 것보다 훨씬 더한 인생에의 불경(不敬)한 노릇이 자명하니 이 또한 어쩌나.

*필자 김기승은 1979년부터 극단76극장, 극단 실험극장, 환 퍼포먼스 그리고 캐나다로 이민오기 직전 PMC 프로덕션 등을 중심으로 공연계에서 활동했고 연극, 뮤지컬, 영화, 콘서트, 라디오 등 100여 편의 작품들에서 연기, 연출, 극작, 기획 등을 맡아왔습니다. 제목 '추조람경'(秋朝覽鏡)은 당(唐)나라 설직(薛稷)이 쓴 시의 제목으로, 제자(題字)는 필자가 직접 썼습니다. <편집자주>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써리 사업가 3주 만에 체포
주류배달 사업을 개척한 75세 써리 사업가가 개업 3주만에 경찰의 추적을 받아 체포됐으며 보관하고 있던 모든 주류도 압수당했다. 주류배달업은 경쟁자가 없는 블루오션이지만 상품법 225조에 위배되는 불법 행위이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 사업가는...
산재보험공단, 사설탐정 고용
산업재해보험관리공단(WorkSafe BC)이 사설탐정 36명을 추가 고용해 부상을 위장해 보험금을 신청한 혐의가 있는 보험 가입자들을 감시할 방침이라고 5일 발표했다. 공단 대변인은 현재 연간 15만건의 보상신청이 접수되고 있으며 이 중 1% 미만에 대해 사기 신청...
BC주정부, 대대적 흡연 규제 정책 발표
BC주정부가 흡연자를 줄이기 위한 주요 정책 개정안을 6일 발표..
스폰서 확보...7월 25일 개막
예산 부족으로 취소 위기에 몰렸던 잉글리시 베이의 불꽃놀이 축제가 올해도 예정대로 열릴 전망이다. 밴쿠버 불꽃놀이 페스티발 협회가 지난 1월 예산이 40만달러 가량 부족해 올해 행사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발표한 이후 뉴웨스트민스터 스타라이트...
신용조합 피해 경미... 업무정상화
7일 오후 2시 10분경 한인신용조합 코퀴틀람점에서 강도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신용조합에 침입한 2명의 강도는 망치로 출입문 유리창을 부순뒤 금전 일부를 탈취하고 도주했다. 경찰은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로 보아 이들이 약물중독 상태인 것으로...
벚꽃이 활짝 2007.03.07 (수)
밴쿠버 다운타운 세인트 폴 병원 앞에 체리 블로섬(Cherry blossom)이 활짝 피었다. 캐나다 기상청은 다음 한 주간 일교차가 큰 날씨를 보일 전망이라고 예보했다.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값어치 있는 인생 2007.03.06 (화)
40년 동안 기자생활을 한 필립 옌씨가 생전에 8000여명의 유명인들을 인터뷰하면서 크게 깨달은 바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의 경험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뒷날 회고록을 쓰게 된다. 그는 회고록에서 세상에는 두 가지 유형의 인간이 했는데 하나는...
으스스한 날 최고, 따끈따끈한 만두전골 유부용 주부 (코퀴틀람 거주)
‘적은 돈으로 맛있게 먹기 위해’요리를 취미로
돈타령, 돈 타령 2007.03.05 (월)
나이를 더해가면서 나는 문득 극복하기 힘든 열등감에 빠져드는 때가 있는데, 바로 돈을 떠올릴 때다.
철새를 찾아 떠나는 밴쿠버 근교여행
◇ River RD.W. 를 접어들면 오른쪽에 앉아 있는 수백마리의 철새를 만날 수 있다. 렌즈를 고정시켜두고 기다리면 땅껍질이 벗겨지듯 하얀 철새가 하늘을 향해 올라 가는 장관을 구경하며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다. “대자연의 섭리와 공동체적 삶의 아름다움을...
지난 주에 이어 류마티스성 관절염의 증상과 한방 치료법에 대해 살펴본다. 둘째, 류마티스성 관절염의 증상으로는 대개 여러 군데의 관절이 붓고 아프며 단순히 관절통만 있는 경우와 달리 관절을 만져보면 다른 부위에 비해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또 아주...
석세스(SUCCESS) 조은숙씨
"자녀 교육은 부모님이 전문가지요. 하지만 상담자는 문제 속에 매몰되지 않고 제 3자의 입장에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전화를 거는 순간 문제해결이 시작됩니다." 봉사단체 석세스(SUCCESS)에서 초기아동 발달지원(MECD) 서비스와 한국인 학부모들을 위한...
Stranger than Fiction- 2007.03.05 (월)
이번 주 DVD로 출시된 '소설보다 낯선'(Stranger than Fiction)은 어느날 환청을 듣기 시작한 남자가 자신이 한 여류작가의 소설 속 주인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일어나는 황당한 소동을 그린 코믹 환타지 드라마다.  어느날 아침, 평범해보이는 국세청 직원...
지난 25일 열린 제 7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스카의 편견'을 깬 두 주역은 여우 주연상을 받은 헬렌 미렌과 남우 주연상을 받은 포레스트 휘태커였다. 올해 62세인 헬렌 미렌은 '더 퀸(The Queen)'으로 젊은 배우들을 제치고 수상의 영예를 차지했으며 흑인 배우...
BC주 고령화 진행... 35세 이상 출산 늘어
BC주정부가 발표한 2005년 바이탈 통계에 따르면 BC주는 출산율이 줄고 기대수명이 늘어나 전형적인 고령화 사회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도에 태어난 아이의 평균 기대수명은 80.8세로 2004년의 80.6세에 비해 0.2세 늘어났다. 주정부 관계자들은 기대...
퍼스트 스텝스, 매일 북한 어린이 3만5000명 콩우유 공급
영양 결핍 상태에 있는 북한 어린이를 돕고 있는 '퍼스트 스텝스'...
"주정부 추진 성과 미흡"...공사 완료 4개교 불과
BC주정부가 공립학교 건물들이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개조하는 정책을 추진했으나 현재까지 성과가 부진하다고 한 시민단체가 지적했다. BC주정부는 15년간 15억달러를 들여 학교건물의 내진(耐震) 기능을 보강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고든 캠벨 BC 주수상은 2005년...
광역밴쿠버 주민 64% 부정적
광역밴쿠버 거주자들은 재개발 착수에도 불구하고 밴쿠버시 다운타운 동부지역 거주환경이 지난 3년간 이전보다 더 악화됐으며 앞으로도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또한 절반 가량은 이 지역을 걸어 다니기에 위험한 우범지대로 보고 있다. 입소스...
밴쿠버 선지와 프로빈스지 노조는 노조원들에게 파업 찬반을 묻는 투표를 실시했으며 노조원 98%가 파업에 찬성했다고 5일 발표했다. 투표 결과를 통해 노조는 파업 72시간 전 경고를 발효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다. 그러나 노조는 즉각적인 파업은 없을 것이며...
성범죄 출소자 캘로우 거주지 놓고 논란
토론토에서 연쇄강간사건을 일으킨 후 20년만에 출소한 폴 캘로우(52세)의 주거지가 TV를 통해 노출되면서 언론 등의 지나친 관심으로 인해 그가 또 다시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고 공영방송 CBC가 보도했다. 캘로우는 2월말 출소 당시 써리 거주 의사를 공개한...
 1481  1482  1483  1484  1485  1486  1487  1488  1489  14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