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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대군에 맞선 '300'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3-12 00:00

전성기 마이크 타이슨의 핵펀치를 명치에 제대로 얻어맞으면 이런 느낌이 들까?

만화를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의 경지로까지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프랭크 밀러의 동명 만화를 잭 스나이더가 스크린에 옮긴 전쟁 서사극 ‘300’은 전대미문의 시각적 쾌락을 선물한다. 그 안에는 삶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질문도, 어깨에 힘 준 교훈의 메시지도 없다. 고대사를 엔터테인먼트 삼아 떡 주무르듯 희롱하는 상업적 뻔뻔함. 만약 역사와 예술에 대한 강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 액션 영화 ‘300’은 러닝타임 2시간 내내 당신의 아드레날린 중추를 놀라운 힘으로 압박할 것이다.

우선 제목에 대한 궁금증부터. ‘300’은 스파르타 병사의 숫자다. 이 터무니없는 작은 병력이 영화의 줄거리를 효율적으로 압축한다. 기원전 480년,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가 이끄는 소수정예 300명의 병사가 크세르크세스 황제가 이끄는 페르시아 100만 대군과 맞선다. 복선 없이 명쾌한 드라마는 단순 그 자체. 스파르타 병사들은 싸우고 싸우고 또 싸우다 모두 장렬하게 피를 뿌리고 쓰러진다.

만화적 칸의 평면적 구속을 박차고 3차원의 세계로 막 뛰쳐나온 듯한 ‘300’의 이미지들은, 100m 단거리 주자같은 속도감으로 스크린을 질주한다. 2년 전 프랭크 밀러 원작 ‘씬 시티’에서 살짝 보여줬던 이 희귀한 시각체험은, 진일보한 CG와 매끄러운 연출을 바탕으로 한층 더 경쾌한 매력을 확보했다.

사실 이 영화에 대한 대중적 인지도는 크게 높지 않았다. 하지만 온전한 모습을 드러낸 ‘300’은 올해 격화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대전(大戰)의 첫 주자 같은 느낌이다. 다시 보고 싶은 매혹적 시각 체험이다. 9일 개봉. 관람등급 18A.

어수웅기자 jan1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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