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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이 뽑은 밴쿠버 100대 음식점-하나비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3-16 00:00

로바다야끼 전문점 ‘하나비’

내숭도 이런 내숭이 없다. 높은 빌딩만 보아선 이 건물 안 어디에도 식당이라곤 절대 없을 것 같건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일본 자기가 놓인 입구 분위기는 그게 아니다. 약간은 어두운 조명발 아래 두건 질끈 동여매고 몹시 튀는 외모의 주인장, 그 옆에서 연신 불꽃을 일으키며 로바다야끼를 굽고 있는 주방장. 두 사람은 처남 매부지간이다. 또 내부 주방 안은 주인의 처형 부부가, 서빙은 처남댁이…… 족벌체제‘하나비’맛의 정체와 속내는 이렇다.

◇ 30명이 한꺼번에 앉을 수 있는 바가 이 집의 가장 포인트. 이 바에 앉아 얼음에 채워진 생선과 고기를 골라 직접 구워내는 로바다야끼 전문점으로는 다운타운에서 최초로 생긴 곳이다. 사진 뒷편으로 테이블과 단체 손님이 앉을 수 있는 룸도 마련되어 있다.

“일본 정통 ‘로바다야끼’전문”
바에 앉아 싱싱한 재료를 손님이 직접 고르면, 바로 앞에서 직화구이를 해 주는 일본 전통 방식의 로바다야끼를 고수하는 ‘하나비’. 이 집을 찾을 때는 지도에서 번지를 찾은 다음, 앞뒤 생각하지 말고 그 빌딩 주차장에 무조건 주차를 하고 찾을 것. 건물만 보아선 도저히 빌딩 안 어딘가에 유명한 음식점이 있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이 많으면 오히려 몇 번 스쳐 지나갈 지도 모를 일. 음식점의 위치로서는 영 악조건이지만, 일본인들이 뽑은 ‘밴쿠버 100대 식당’안에 당당히 진입한 곳이다. 이것은 일본인 그들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 변질되지 않은 일본 전통 로바다야끼를 고수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통 로바다야끼의 진미를 찾는 이에겐 더 없이 반가운 곳.
한국에서도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건너편과 잠실 신천, 홍대 앞 등지에서 유행처럼 로바다야끼 집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어떤 집은 꼬치에 닭똥집, 은행, 새우 몇 조각씩 끼워놓고 로바다야끼라고 내 놓는 가하면 일본에서 느끼는 원래의 모양이나 분위기를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한국을 찾은 일본사람들은 “서울에서 한식은 사 먹어도 일식은 사 먹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어설프게 흉내 낸 일식이 그들의 입맛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밴쿠버에서 로바다야끼 맛에 대한 호기심과 발 빠른 동작이 조금만 뒷받침 됐다면 소문이라도 들었음직한 ‘하나비’는 변질되지 않은 일본 고유의 전통적인 로바다야끼를 고수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한식을 그리워하듯 이 집을 한번 다녀간 일본인들은 꼭 다시 찾게 된다. 말로만 ‘이랏샤이마세’를 외치는 로바다야끼도, 어설프게 사케바만 갖다 붙인 ‘이자카야’도 아니기 때문이다. 

로바다야끼 메뉴의 황제 ‘하나비 은대구 구이’
하나비는 식탁이 놓인 실내공간보다, 로바다야끼 화롯불이 양켠으로 길게 자리잡은 넓은 바가 인상적이다. 이 바에 앉아 얼음 위에 채워진 해물과 생선을 골라 직접 구워 먹는 재미가 로바다야끼의 진수.
바 앞으로 고등어, 은대구, 참치, 꽁치, 스칼렙…… 싱싱한 재료들이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냉장진열대 속에서 다시 차가운 얼음 위에 늘어져 있다. 바 안쪽 화롯가에서는 로바다야끼 주방장 유호중씨가 물과 와인으로 화려한 불꽃 속에서 요리를 하고 있다. 불이 꺼지면서 뿌옇게 일어나는 연기 속에 은대구와 꽁치, 새우가 노릇하게 익어가고 있는 게 보인다. 화로에 올라오는 요리는 간장이 아닌 소금으로 간을 하는 관서식이다. 때문에 일본요리 특유의 들큰한 간장 맛을 싫어하는 사람도 개운하게 즐길 수 있다.
불꽃의 강렬함으로 손님의 눈을 먼저 제압한 은대구는 지글대는 소리로 냄새로 양측 공격을 해 대기 시작했다. 이 은대구 구이야말로 하나비의 자랑이자 로바다야끼 전문점 메뉴의 황제.
하나비에서는 알맞게 간을 한 된장, 유자 즙을 혼합한 소스에 은대구를 재워두었다가 물기쏙 뺀 다음 와인으로 맛을 가미하고 구워낸다. 쫀쫀해진 생선살이 젓가락질에도 흐트러지지 않고 윤기마저 자르르 흐른다. 생선이면서도 찰지고 부드러운 뒷맛이 오묘하기까지 하다. 이 은대구를 먹을 때는 다른 생선을 다 먹은 후 마지막으로 먹을 것. 아니면 살짝 위험하다. 뒤이어 먹는 생선 맛을 몽땅 ‘무미(無味)’로 만들 확률이 크기 때문. 다른 생선을 먹다가 은대구 구이를 먹을 순 있어도, 은대구 구이를 먼저 먹은 다음 다른 생선을 먹기란 곤혹스러울 수 있다. 입맛이란 게 그렇게 간사하기도 하고, 군더더기 맛이 전혀 나지 않는 은대구의 맛이 또 그렇게 훌륭하기도 하다. 

◇ 유자즙과 된장에 재워두었다가 직화로 구워내는 은대구와 꼬치구이와 통새우를 넣고 만든 새우만두 ‘애비교자’. 스시는 호텔 수준의 멋진 데코레이션이 보기만해도 즐겁다.

로바다야끼 맛에 쟁쟁한 주인의 칼 맛이 죽다!
로바다야끼 맛에 밀려 정작 주인 김동현씨의 스시 ‘칼 맛’이 기를 못 피는 집이 하나비. 이곳에는 또 정종과 다시마를 이용해 숙성시킨 로바다야끼 못지 않은 특별한 사시미가 있다. 직접 음식점을 오픈하기 직전까지김씨가 일하던 식당 앞에는 그가 잡은 스시 칼맛을 보기위해 줄을 선 일본인들을 수시로 볼 수 있었다. 스시를 처음 시작한 햇수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할 만큼 까마득한 연륜을 자랑하는 김씨의 소문난 칼 맛은 조금 특별한 구석이 있긴 있다. 생선과 고기의 종류에 따라 숙성도에 목숨을 거는 고집스러움이다. 눈앞에 버젓이 재료가 남아있는 게 보이는데도 정확히 하루가 지나면 ‘줄 수 없다’고 버티는 그와 손님 사이에는 실랑이가 벌어진다. 이런 사시미에 짭쪼롬 하면서도 진한 맛을 내는 일본 사케(청주) 또는 소주를 한 잔 곁들이면, 술에 취하고 타국 분위기에 취해 밤이 깊어 가는지도 모른다.

바에 앉아 먹는 묘미! 손님과 주방장의 내통(內通)
바에 앉아 음식을 먹는 곳의 묘미는 뭐니뭐니해도 주방장과 내통(內通)하며 건지는 주방장 특별 메뉴. 이런 극적인 즐거움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하나비 바를 200% 활용할 수 있는 비결 한가지가 있다. 바로 로바다야끼를 원할 때는 바의 왼쪽, 싱싱한 스시를 메인 메뉴로 먹고 싶을 때는 바의 중앙에 자리를 잡으면 ‘화룡점정(龍點睛)’이다. 특히 중앙에 앉아 스시를 시키면 주방장이 ‘애첩’에게도 아까워한다는 참치 뱃살 ‘토로’와 같은 특별한 부위를, 그것도 공짜로 맛 볼 기회가 주어진다. 게다가 주인이면서 맘씨 좋은 경상도 사나이 김동현씨와 눈이 맞으면(?), 감춰 둔 본토 술에, 딱 한 점씩 만들어 슬쩍 슬쩍 접시에 올려주는 특별 서비스가 마구 마구 터진다. 솔직히 이런 맛에 바에 앉는 거지~.

하나비 이색 메뉴‘애비교자’
마지막으로 하나비에서 찾아낸 이 집만의 이색 메뉴는‘애비교자’. 주인 김동현씨의 부인이 손으로 하나 하나 만든 ‘애비 교자’는 우리말로 새우만두라는 뜻이다. 일반적인 만두가 아니라 손잡이가 달려있다. 역시 맛있다. 머리를 떼어낸 통 새우를 밑간 해서 치즈와 파로 감싼 다음, 만두피를 두르고 튀김기름에 퐁당 담궈 튀긴 애비교자는 이 집에서 마음먹고 만들어내는 특별메뉴다. 꽁무니에 뾰족이 나온 손잡이 새우꼬리를 잡고 한 입 깨물면 치즈의 고소한 맛과 파의 향긋한 향이 어우러져 이게 과연 ‘만두인가’ 싶을 정도로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햐! 웃긴다’를 외치게 만든다.

*영업시간  
    월~토요일 11:30am~
     일요일 휴무
*주소   #200-1050 Alberni St.
              Vancouver
*전화   (604) 488-0184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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