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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영재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3-22 00:00

초등학교 4학년인 정수는(가명·남) 학교에서 아는 것이 많은 아이로 소문이 나 있다. 한번은 영재 센터에서 한 냄비에는 물을 넣고 한 냄비에는 얼음을 넣고 가열하는 과학실험을 하였다. 물은 곧 끓었고,  얼음은 바로 열을 가하자 굉장히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연기와 물로 변했다. 다른 아이들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호기심에 가득해 이런 저런 자기 이론과 생각을 이야기 하자, 정수가 단번에 자기는 답을 안다며 정확하게 말했다. “이러한 모든 현상은 물 분자가 팽창하면서 일어나는 거에요.”

한번은  영재교육 선생님이 두 가지 종류의 초콜릿 칩을 가지고 와서 새로운 활동을 하였다. “지금 너희들이 보는 것은 슈퍼마켓에서 사온 두 가지 종류의 초콜릿 칩 쿠키란다. 한번 먹어보고 비교해보자. 이 두 가지가 어떻게 다르고 어떤 게 더 좋은 초콜릿 칩 쿠키일까? 좋은 초콜릿 칩 쿠키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구체적인 조건은 무엇일까? 단순히 ‘맛이 더 좋아야 되요’ 이렇게 말하지 말고 어떤 맛이어야 좋은 맛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자. 마지막으로 ‘왜 이 초콜릿 칩 쿠키는 더 맛이 없는데도 슈퍼마켓에서 계속 잘 팔릴까?’를 생각해보자. 이러한 활동이 네가 숙제를 하거나 다른 일을 하는데 어떻게 응용이 될 수 있을까?"

선생님이 계속 질문을 던지자 정수는 하기 싫은 듯  몸을 비비 틀었다. 여러 의견과 조건들을 써보라고 준 종이에는 아직도 빈 칸, 빈 종이 그대로였다. 선생님이 옆에 다가가 생각해보라고 격려하자 정수가 말했다. “ 답이 뭐에요?”  선생님이 “정해진 답이 없다, 정답도 없고 틀린 답도 없다”라고 말하자 얼굴에 당혹한 빛이 가득하다.

지식은 많지만 자기 생각과 이론이 없는 정수와 같은 아이, 이런 아이들은 흔히 ‘한국형 영재’라고 불린다. 아이큐 높은 한국 아이들 중에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아이큐 높은 책도 많이 보고 공부도 많이 하고 외우기도 잘 외워서 지식은 많지만 스스로 생각해보라고 하면 아이들이 무너져 버린다. 생각하는 게 귀찮고 외우는 주입식 교육에만 길들여져 생각을 못하는 것이다.  “생각해봐~ 어떤 초콜릿 칩 쿠키가 더 좋다고 생각하는지, 이유는 뭐지? 왜? 왜?”  생각하기 귀찮고 그냥 했던 대로 책을 보고 인터넷을 보고 외웠으면 좋겠는데 선생이 계속 물어보자 지겨워진다. 아는 것은 오히려 조금 떨어지지만 엉뚱하고 기발한 자기 생각과 이론을 자유롭게 펼치는 영재아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우리는 이제 생각하는 아이, 스스로 생각하기를 즐거워하는 아이로 키워야 한다. 엉뚱한 이야기에 “그것이 정답이 아니야, 틀렸어”, 심지어 “웃기고 있네”라고 면박을 주면 아이는 단순 입력 기계로 자라게 된다.

이러한 이야기를 하자 어떤 한 어머니가 대뜸 말한다. “그런 것은 나중에 대학교에 가서 지식이 웬만큼 쌓인 다음에 그 지식을 바탕으로 생각하고 분석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것이지, 아직 아이가 별 지식이 없는데 무슨 생각으로 글을 읽고 판단하겠어요?” 단순하게 지식을 습득하고 외우고 읽고 하는 시기와 혼자 생각하고 비판하고 분석하고 새롭게 생각하는 것은 따로 가는 것이 아니다. 함께 가는 것이다. 한 살짜리 아기도 자기 생각이 있고 이론이 있다. 그것을 무시해왔을 따름이다. 외우고 습득하는 공부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고 발견해나가고 새로운 생각을 창출해 나가는 것이다. 외우고 습득하고 정보를 저장하는 것은 컴퓨터가 하고 있다. 사람은 그것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역할을 하면 되는 것이다.

아이를 계속 우리에 가둬놓으면 앞으로도 계속 딱 우리 크기 만큼만 움직일 뿐이다. 더 멀리 더 높은 곳으로 뛰어가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의  철창은 대개 부모와 선생이 만든다. 이제 우리의 철창을 철거하고 아이의 생각에 자유를 주자. 아이가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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