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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7-03-22 00:00

“엄마, 나 swimming pool까지 ride해 주실 수 있어요?”
캐나다나 미국 등 영어를 쓰는 나라에 오래 거주한 사람이면 위 문장을 깊이 살펴 보지 않아도 그 뜻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문장이 왜 잘못됐는지 첫눈에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영어와 한국말이 섞인, 영어도 아니고 한국말도 아닌 이 문장은 이민자나 유학생이라면 누구나 익숙한 언어, 바로 ‘콩글리시’이다.

일반적으로 콩글리시라고 하면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틀린 영어 표현을 가리키거나 한국식 영어 표현과 발음(예: 테레비)을 쓰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콩글리시는 한국 사람들이 사용하는 ‘잘못된, 틀린 영어’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콩글리시를 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콩글리시를 고쳐주겠다는 제목의 책이나 교육 프로그램도 많이 등장했다. 지금도 영어를 익히려고 노력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듣기 싫은 말은 아마 “그 사람 영어는 콩글리시다”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한국에서 영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이고, 캐나다에 살고 있는 이민자나 유학생에서는 ‘콩글리시’의 의미가 조금 다르다. 이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콩글리시의 형식은 한국 문장에 영어 단어를 조합시킨 것이다.

여기 사는 한국인들이 이 비공식적인 언어 ‘콩글리시’를 사용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이민자 2세나 3세의 경우에는 영어 또는 한국어 단어 실력의 부족을 다른 언어로 보충하기 위해서이다. 한국말 또는 영어로 말을 하다가 모르는 단어를 접하게 되면 편하게 두 언어 중에서 아는 쪽의 단어를 빌리는 것이다. 언어 학자들은 이런 습성을 코드 바꾸기(code switching)라고 하며, 이것은 두 사회에 동시에 속하고 싶은 심리를 나타낸다고 한다. 두 언어 중 하나를 유창하게 쓰지 못하는 경우에도 말이다.

둘째, 단순히 다른 언어의 단어를 빌려 쓰는 것이 표현하고 싶은 뜻을 더 적절히 전달하는 경우이다. 캐나다와 한국의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영어와 한국어간에 완벽하게 번역되지 않는 단어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짜증’을 영어로 번역하자면 ‘frustrated’나 ‘annoyed’라고 할 수 있지만, 어감이나 느낌은 분명히 다르다. 또, 영어 사용 시 “I helped my father out because of a deep sense of traditional confucian filial piety”라고 말하기보다는 “I helped my father because of hyo(효)”라고 하는 것이 훨씬 편하지 않은가.

하지만 문제는 바로 이 편함, 즉 두 언어를 번갈아가며 쓸 수 있는 자의 게으름이다. 마음이 내키는 대로 이곳 저곳에서 단어를 찾아 쓰다 보니 콩글리시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다수의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하지만, 둘을 섞음으로써 각 언어 고유의 느낌과 본질을 왜곡하게 된다면 영어와 한국어 둘 다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콩글리시를 쓰게 되면 외국인도 한국인도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콩글리시는 오로지 콩글리시를 이해하는 ‘바나나’ 사회에서만 통할 수 있는 것이다. 영어에 능통한 한국인들과는 콩글리시로 대화가 가능하지만,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캐네디언들과 얘기를 나누는 중에 한국 단어가 튀어 나온다든가 한국에 있는 친척과 이야기를 하는 중 영어 단어가 불쑥 튀어 나온다면 얼마나 민망하겠는가.

습관이라서, 입에 붙어서, 또는 단어를 몰라서 영어와 한국말을 섞어서 쓴다는 것은 핑계이자 나태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한 언어를 쓸 때 그것만 사용하려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고칠 수 있다.
말할 때 한번 더 생각해서 한국말을 할 때는 한국말로, 영어로 할 때는 영어로 말하려고 노력해보자. 만약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땐 상대방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사전을 찾다 보면 두 언어에 더욱 능숙하게 될 것이다. 그래야 진정으로 2개국어가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장수현 인턴기자 (센테니얼 세컨더리 12학년) hyun_e33@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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