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매콤한 꼬치구이 & 골뱅이와 바람난 쏘주!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3-30 00:00

쫀득쫀득한 꼬치구이가 맛있는 ‘붉은 악마’는 일본의 로바다야끼가 대표 선수로 나섰지만, 그 속은 한국식 요리와 한국식 인정이 넘치는 ‘한국판 꼬치구이 집’에 가깝다는 점을 기억하자. 골뱅이무침과 꼬치구이가 맛있는 집이라 ‘酒有所(주유소)’에 가까운데 주인은 음식 맛에 목숨 거는 ‘식당’이라 고집하고, 손님들은 ‘술집’이라 생각하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이 교묘히 공존하고 있다. 정히 절충이 마땅찮은 사람은 큼직한 돌솥에 날치 알 그득한 돌솥비빔밥을 비벼 맛있게 먹은 다음, 앉은 자리에서 2차로 꼬치에 따끈하게 데운 사케 한잔을 즐기면 그만.

추억과 낭만이 깃든 한국적 꼬치구이 집

우리나라 40대 이상 된 남자들의 기억을 되돌려 보면, ‘투다리’ ‘꼬치꼬치’ 같은 떠올리기도 가물가물한 간판 이름 하나가 있을 것. 조금 더 젊은 20대 30대라면 ‘쪼끼쪼끼’가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80년대 90년대 직장인들이 퇴근 후 가볍게 한잔 하며 스트레스를 풀던 당시 샐러리맨들의 ‘해우소’ 같은, 가장 만만한 장소의 꼬치구이집들이다. 이들 상호가 가진 공통된 기억은 저렴함과 맛깔스런 꼬치구이, 그리고 승진을 꿈꾸던 미래와 직장 상사를 안주 삼아 몇 병이고 비워내던 소주의 쌉싸름한 알코올 향의 추억이다.

꼬치구이 전문점 ‘붉은 악마’는 우리가 그리워하는 그런 한국형 꼬치구이 집에 이후 변형된 소주방 메뉴를 합쳐 놓은, 여기에 일본식 선술집 냄새도 가미되어 있다. 이것은 일식집을 하던 자리에 한국식 꼬치구이를 접목시킨 주인의 타고난 감각이 빚어낸 다행한 ‘실수’일지도 모르겠다.

‘붉은 악마의 코드는……’

◇ 양념을 발라가며 구워낸 꼬치구이와 골뱅이 무침은 밥과도 술과도 궁합이 잘 맞는다. 밥을 시켜 반찬으로 먹든, 술을 시켜 안주로 먹든 먹는 사람 마음. 마음 맞는 사람과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은 ‘붉은 악마’. 추억과 낭만을 이야기 하기에 딱 좋은 분위기다.

‘붉은 악마’의 코드는 여유와 편안함이다. 휴일에 늦잠을 자고 ‘브런치’를 먹거나 가족들이 모두 나가고 빈 집에서 ‘나 홀로’ 식사를 즐기는 느낌. 그러나 대학가의 통통 튀는 젊음이 느껴지는 소주방과 캐주얼 술집, 맛있는 식사 메뉴도 있는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여러 색깔이 어우러져 있다.

멀리서 그 ‘붉은 악마’그림이 선명한 간판과 현관만 봐도 ‘기발한 분위기’임을 짐작할 수 있는 현관을 열고 실내에 들어서면 “역시나” 소리가 절로 난다. 왼쪽 방문 앞에 길게 매단 작은 나무 메뉴판이 인상적이다. 어디를 앉아도 주인과 소통할 수 있는 구조, 그 때문에 실내는 손님과 주인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에너지가 넘쳐 흐른다.

이곳에서는 자신의 기분, 아니면 동행하는 사람의 분위기에 맞춰 한 식당에서 여러 메뉴와 자리를 선택할 수 있다. 격식이 필요한 사람, 가족적인 오밀 조밀함이 필요한 사람은 사람숫자에 따라 앉을 수 있는 크고 작은 방을 이용하면 편하다. 아니면 사람구경하며 트인 홀 공간에 앉아 사람들의 취향을 슬며시 훔쳐보며 따라 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안주야? 요리야?

메뉴판을 열었다. 꼬치구이, 알탕, 골뱅이 무침, 우거지 해장국, 돌솥비빔밥…… 안주와 요리의 구분이 되질 않는다. 이래서 주인은 ‘식당’이라 생각하고 손님은 ‘술집’이라 생각하는 것일 게다.

‘꼬치구이’는 겉으로 보기엔 로바다야끼와 별 차이 없어 보이지만 갖은 양념을 덧발라가며 숯불에 구워 쫀득하게 입에 붙는 한국식 꼬치구이는 생각하고 어쩌고 할 것 없이 술안주로 상황 종료된다. 간절히 술 당기는 맛을 음식이라고 우긴다고 요리로 분류할 수 없는 일. 식당이라 믿으며 열심히 만들어냈을 주인에게 몹시 미안하지만 그럴수록 ‘술이 더 땡기는 안주’ 맛인걸 어쩌랴.

두 번째 대표주자 골뱅이 무침. 우선 ‘촬영용’ 혹은 ‘홍보용’으로 만든 게 아닌가 묻고 싶었다. 주문이 있어도 원가가 워낙 비싼 골뱅이 한 캔을 따기가 무섭다던 어느 식당주인의 농담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골뱅이가 원형에 가까운 형태로 굵직굵직하게 위아래 수북하게 들어있다. 고맙고도 놀라워서 하는 말이다.

주인 지연희씨는 주방 안을 흘깃 보고선, 음식 맛에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면 ‘자기 맘에 들 때까지’ 만들어야 손님상에 내 놓는 깐깐한 성격의 주방장 흉을 본다. 두 사람은 둘 도 없는 단짝 친구. 평생 장사라곤 처음 해보는 ‘생짜배기’들이란다. 해서 날마다 머리 맞대고 음식 맛 업그레이드에 몰두하며, “우리의 미숙함은 질 좋은 재료와 양으로 채우자”고 합의했다고. 이를 지켜보던 이전 주방장으로부터 “상업용 음식을 이렇게 하다간 몇 달 안에 망한다”는 호언장담도 있었지만, 1년이 다 된 지금 객관적인 눈에 비친 전망은 망할 징조보다 흥할 징조가 더 커 보인다.

붉은 악마엔 혹시……진짜 악마가 있는 게 아닐까?

꼬치구이와 골뱅이무침 외에 떡 튀김도 맛있다. 음식 수준도 상당해 주방장이 솜씨를 발휘한 수십 가지의 안주는 ‘애주가’의 마음까지 유혹하는 ‘붉은 악마’에는 정말 미식쟁이 꼬마 악마가 있는 건 아닐까. 적당히 마시고 일어서려면 ‘더 마시고 가’ 붙잡는 골뱅이와 꼬치의 유혹을 겨우 뿌리치고 나가면 ‘밥 먹고 가’ 다시 눈앞에 돌솥비빔밥의 날치알, 오이, 야채의 화려한 색깔이 또 주저앉게 한다. 하지만 이 집 돌솥비빔밥과 알탕은 어찌나 유명한지 가끔 재료가 떨어져 밥이 손님을 거절하는 무례함을 서슴없이 행하기도 하고, 아예 알탕은 좋은 알이 들어오지 않거나 싱싱하지 않을 때는 나올 수 없다고 버틸 때도 있다.

‘붉은 악마’의 메뉴 전체 대강 줄거리 요약은 술이 고플 땐 골뱅이무침, 꼬치구이, 알탕. 밥이 고플 땐 돌솥비빔밥, 우거지 해장국, 볶음 우동.

*영업시간  
    연중무휴  5:00 pm ~
*주소   2615 Johns St.
              Port Moody
*전화   (604) 931-4111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