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학생들 ‘스스로 적응 위한 모임’ 만든 한국인 학생
◇ 초등학교 5학년 때 이민을 온 오문욱 군은 세계 각국의 모든 유학생들이 적응하기전까지 겪는 공통적인 어려움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 나누고 싶어 모임을 시작했다.‘영어를 못 한다는 사실 보다, 외국생활과 언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자신감을 잃어버리는 것’이 문제라고 말하는 그는 혼자 어려움을 이겨내기위해 고민하지 말고‘모두 함께’머리를 맞대고 또래들의 고민을 해결해 보자고 말하고 있다. |
이런 맥락에서 어른 세대가 볼 때는 ‘요즘 유학생은 이렇구나’ 느낄 수 있고, 유학생들이 봤을 때는 ‘내가 이렇다’ 솔직한 고민을 털어놓고 대화 할 시간과 공간 친구의 필요성은 세계 각국 모든 유학생들에게 절실하다. 특히 곧 대학진학을 앞두고 더 이상 자신의 고민을 껴안고 있을 시간적인 여유조차 가질 수 없는 고등학생들에게는 심리적 압박이 더욱 클 듯.
‘노스쇼어 이민 유학 학생들의 모임’은 이런 세계각국 이민, 유학생들이 모여 영어로 대화하고 액티비티에 참여하며 이 나라 문화에 적응하기 위한 ‘또래 도우미’ 학생들끼리의 스스로 모임이다.
이 모임을 만든 오문욱(17세·사진) 대표는 세컨더리 스쿨 11학년에 재학중인 평범한 한국인 학생.
“열심히 공부만 하면 될 것 같은 저희에게도 현지 적응하기까지 겪는 어려움과 고통이 있습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어린 학생들은 외국을 가서 또래 집단에 넣기만 하면 금방 영어를 잘 할 것처럼 생각하시지만, 처음 학교에 가면 말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당장 영어교과서로 공부를 해야 하고 시험을 봐야 할 때, 저희들 마음이 얼마나 두렵고 막막한지 모릅니다.”
그러나 부모님들이 자녀들의 이런 어려움을 해소해 주고 싶어도 이 나라의 학교 생활과 또래집단으로 진입하는 것은 자녀 스스로 해결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고등학생이 된 자신의 경험을 국제학생들과 나누기 위해 모임을 만든 오문욱군은 초등학교 5학년 때인 7년 전 캐나다로 이민을 왔다.
그는 유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탈선 혹은 학업에 실패하는 학생들의 원인을 같은 유학생의 시각으로 볼 때, ‘영어를 못 한다는 사실 보다, 외국생활과 언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자신감을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곧 이후 모든 것에 의욕조차 상실되고 결국 엉뚱한 생각을 하게 한다는 것. 이러한 과정은 비단 한국인 유학생들에게 국한된 것만도 아니며 세계모든 유학생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이라 말한다.
“어른들의 방식대로 해결해 나가는 도움도 저희에게 필요하지만, 때로 또래들만의 대화나 고민을 나누며 우리 스스로 문제의 해답을 찾아나가면 의외로 쉬운 길도 있다는 생각이에요. 저희들만의 대화나 고민을 나누는 시간도 필요하고, 이 나라 학생들의 또래 문화에 익숙해지면 언어를 하기도 훨씬 쉽고, 자신감을 가지면 마약이나 자살충동 같은 나쁜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오군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중고등학생들이 마약과 자살, 탈선예방을 위해 친구들끼리 서로에게 상담자가 되어주는 프로그램인 ‘peer help’세미나를 들으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관련 청소년 모임을 찾았지만, 유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받을 만한 그룹을 단 한 곳도 찾을 수 없던 그는 한국인 유학생으로서 적응하기까지 경험을 담은 이 메일을 웨스트밴쿠버와 노스밴쿠버에 있는 학교 인터내셔널 코디네이터 앞으로 보냈다. 한 학교에서 ESL과정의 일본인, 중국인, 인도인 학생 15명을 추천해 시험적인 첫 모임을 가진 후 여섯 번째 모임을 마쳤다.
장래 희망이 심리학자인 오군이 요즘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는 스포츠. 테니스는 학교의 대표선수로 뛸 만큼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다. 공부와 취미활동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하는 것이 없지만, 한 곳에만 치중하지도 않는다고.
“먼 외국까지 와서 훨씬 어렵게 공부 하는 만큼 우리는 한국에서보다 더욱 많이 노력하면 더 많은 것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공부만이 최선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와 다른 방식의 접근 방법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우리끼리 그 방법을 찾아보고 액티비티를 즐기면서 봉사활동도 함께 했으면 합니다.”
의외로 수줍은 성격이라 학교에서는 남동생과 함께 ‘샤이 브라더스’로 불린다는 오군이 마지막으로 또래 친구들에게 남긴 말이다.
■ 노스쇼어 이민 유학 학생들의 모임
문의 ☎ (604) 980-5280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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