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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는 있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4-12 00:00

十里霧中雪林間暫歇靑鳥飛來而有仙興
안개 자욱한 눈 숲에 쉬는데 파랑새가 날아들어 신선같은 흥이 나다.

江湖身世任優遊 강호에 사는 이몸 여유롭게 떠도나니
上籃憑虛雪原赴 케이블카 몸 실으면 허공날아 설원이라
山徑無人鳥飛絶 사람하나 없는 산길 새조차도 끊어지고
亂山滴翠寒霧流 산에 듣는 푸른 기운 찬 안개만 흐르누나
坐雪林間靑鳥來 나무사이 눈에 앉자 파랑새가 찾아오니
一區形勝仙氣幽 아름다운 한폭 경치 신선기운 그윽하네
忽聞風裏松瑟彈 솔거문고 타는 소리 바람 속에 들려오니
直欲乘風入宇宙 곧장바로 바람타고 우주로 날고싶네

丁亥陽一月二十五日與嵐齋登松鷄山梅軒偶吟
정해년 양1월 25일 남재선생과 함께 Grouse산에 올라 매헌은 읊다.

암이라는 몹쓸 병은 진단이 나오기가 무섭게 찾아오는 심적인 변화가 있다.

암이란 게 거의 말기로 진행되어서야 환자 자신이 몸의 이상이나 고통을 감지하는 터라 발병초기엔 몸의 어느 부위가 잘못되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대부분 몸이 허약한 사람이 암에 걸린다기보다는 겉으로 보기엔 신체 건강하고 야무진 사람들에게 쥐도 새도 모르게 찾아오는 병이니 무서운 것이다. 그러고 보면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우리들 몸 속엔 수백가지나 되는 잠재적 암세포가 은밀히 숨어 있다는 이론이 설득력을 얻는다. 갖은 식이요법과 운동 그리고 몸에 좋다면 값의 고하를 묻지 않고 소위 웰빙 건강보조식품을 찾으며 건강을 지고의 가치로 삼고 사는 사람들에게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것이 암이라는 몹쓸 병이다. 일단 암에 걸리면 그 정신적 충격은 메가톤급 핵폭탄 위력에 다름 아니다. 의사의 암 판명 진단이 핵폭탄의 뇌관에 불을 붙인 격이라면 그 뒤에 찾아오는 충격, 분노, 절망, 좌절, 허탈, 무기력 등과 같은 모든 부정적인 느낌은 마치 히로시마 원폭 후 잿더미로 변한 시가지를 바라보는 피폭 생존자들이 겪었던 정신적 공황상태와 거의 일치한다고 보면 틀림없다. 살아남은 히로시마 피폭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잿더미로 변한 시가지를 사람들이 초점 없는 눈으로 멍하니 방향도 없이 목적도 없이 정신 나간 사람처럼 무조건 걷는다고 했다. 슬픔이나 눈물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그들의 모습은 바로 혼이 빠져나간 군상들의 모습이라고 했으니 하는 말이다.

4년 전 필자가 대장암 3기 일보 직전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의 충격도 이와 거의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가장 첨예하게 느낀 감정의 기복은 분노였다. 그것도 뜬금없는 분노였다.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길래 이런 병에 걸려야 하느냐는 분노가 용광로처럼 내 영혼의 심연으로부터 끓어 올라왔다. 중년의 나이를 살고 있으니 살만큼은 살았다고 나 자신에게 타일렀지만 그래도 갠지스강 백사장 모래알 같이 많은 사람들 중에 하필이면 왜 나라야만 하는가, 왜 나라야만 하는가(Why me, Why me, Oh God, I ask You why me?)라고 하루에도 수백 번이나 속으로 절규했다.

어려운 이민생활 30년 열심히, 부지런히 그리고 남한테 손톱 끝만큼의 피해도 주지 않고 살아 왔는데 이러한 천형을 내리시다니 하느님이 야속하다는 푸념이 저절로 나왔다. 게다가 2003년초 짜장같이 검은 혈변에 놀라 불길한 예감을 안고 병원문을 두드렸으나 간단한 특수 X-레이 검진마저 3개월 후에나 가능하다는 병원측의 퉁명한 통고는 불난 집에 부채질해대는 격이었다. 이 캐나다라는 나라가 원망스러웠고 이 모든 세상이 나에게 몹쓸 음모를 꾸미고 있다며 나 홀로 치를 떨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한국에서 둘다 병원을 개업하고 있는 처남부부는 하루같이 전화로 "죽을라고 환장했느냐"며 한국에 당장 나오라고 종용했다. 병원비 모두 책임질 테니 걱정말고 나오라며 나를 격려했다. 하지만 개인적인 문제를 가지고 인척이라고는 하나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은 죽기보다 싫었다. 캐나다에서 살다 생긴 병이니 이곳 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이 죽을 때 죽더라도 떳떳하다는 판단에서 완곡히 거절했다. 결국 나는 우여곡절을 거치며 6개월 후에야 대장을 50cm나 절단하는 대수술을 받았지만, 그 6개월의 정신적 고통이 어떠했을지는 다만 독자들의 상상에 맡길 뿐이다.

암환자들이 느끼는 분노는 한마디로 지독한 억울함이다. 암 소식으로 인해 온 집안이 초상집처럼 침울한데 배우자를 비롯한 가족들한테 분풀이하고 신세타령할 수야 없지 않은가. 혼자서 끙끙 앓으며 속으로만 침잠하며 분을 삭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인간이 가진 희로애락의 감정 중 세가지는 밖으로 발산해도 좋지만 나머지 한가지는 은인자중해야 할 분노라는 감정이 아니던가. 하지만 이런 분노의 감정을 밖으로 배출시키지 못하면 그것이 곧 상초(上焦)가 손상을 입는 화병으로 발전하는 것이고 스트레스가 되며 우울증으로 악화되는 것이 공식이다. 이 스트레스가 곧 암세포 발호의 원인 제공을 한다는 것이 정설이니 또한 문제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든 폭발일보 직전인 분노나 억울함을 바깥으로 방출시키느냐는 암환자들이 당면한 최대 과제인 것이다. 집안에서 세간살이를 방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마음의 안전밸브를 개방할 수도 있을 것이나 더 좋은 것이 있으니 바로 산행이다. 산행을 나서 있는 힘을 다해 쾅쾅 대지를 밟으며 화풀이하라! 하늘을 향해 하나님을 향해 자기자신이 그 누구에게도 하지 못한 할말을 다하라! 입에 담지 못할 욕이라도 좋은 것이다. 끝간 데 없이 창창하고 가물가물한 하늘은 불쌍한 초로인생들의 하소연을 다 들어주신다. 그리고 언제나 변함없이 그 자리에 우뚝 서있는 저 산은 그대의 개망나니 같은 못된 발길질도 모두 포용하며 받아들여줄 터이니 말이다. 필자가 바로 산행에서 이 문제를 거뜬히 해결했다고 한다면 독자들이 믿어나 줄까.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방구석에 처박혀 전전긍긍하며 가족들한테까지 피해를 입히는 것보다야 대자연의 품에 안겨 응석을 부리는 것이 백번 천번 낫지 않은가.

절박한 절체절명의 위기인 암과의 전쟁은 바로 이 산에서 시작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날 우리 두 사람이 연무 자욱한 댐 마운틴에서 오찬을 먹을 때 찾아온 파랑새(blue jay) 한 마리는 바로 희망을 가지라는 길조(吉鳥)였던 것이다.

그렇다. 이 세상에 절망은 없다.

파랑새는 있다!
그 파랑새는 산에 산다.
암환자들이여 산으로 가시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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