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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노래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4-16 00:00

우리 한국인들은 전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드문 거대한 조형물을 만들어 놓았다. 아파트다. 국토 전체를 갤러리로 삼은 초대형 설치미술과도 같이 아파트 군락은 위풍당당하다. 아파트의 꼭대기는 그대로 하늘과 땅의 경계선이 되며 스카이라인이 된다. 도시는 물론 어디든 가리지 않고 국토 곳곳에 장관을 이루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는 실로 위대한 설치작가의 걸작 같다.

한국사회에서 도시화(都市化)나 개발(開發) 같은 단어는 대단위 아파트단지의 조성과 거의 같은 의미를 갖는다. 수 십층씩 되는 아파트들이 끝간 데 없이 펼쳐지는 위용은 숨이 막힐 정도다. 그것은 사람들이 힘겨운 날들을 살아낸 것에 대한 경이로움이기도 하다. 아파트를 지어 올리는 것 자체가 숨가쁘고 치열하게 살아온 우리의 한 단면이었다. 누군가가 저 높은 아파트 꼭대기에 매달려 마지막 볼트를 조였을 것이며, 누군가는 밧줄 하나에 의지한 채 허공에 매달려 페인트 칠을 했을 것이다. 하늘로 치솟은 아파트들에서 한국인의, 인간의 불굴의 의지를 읽는다.

국토가 좁고 인구는 많은 우리나라에서 아파트의 탄생은 필연적인 것이었다. 주택난을 해소하고 효율적으로 국토를 활용하는 첩경이었다. 우리 전통사회에서 땅은 땅 이상의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삶과 생명의 근원이었고 따라서 땅은 중요한 목적이었다. 전통적으로 땅에 대한 강한 소유욕구 보여온 한국인의 정서에 비추어 볼 때 아파는 그러한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미흡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파트는 등장과 동시에 땅과는 또 다른 새로운 욕구의 대상으로, 사람들의 새로운 꿈으로 부상했다.

나날이 지어지는 아파트를 보며 사람들은 거기에 들어 사는 꿈을 키웠고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아파트에서 살고 싶어하는 꿈은 그저 편리한 주거환경으로 이주하려는 것 이상의 의미를 포함했다. 바깥에서 남의 아파트 불빛을 바라보며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저 대열에서 낙오하는 건 아닌지 하는 조바심을 갖게 되었다. 누구의 의도와 상관없이 새로운 사회계층의 외형이 형성되었다. 중산층의 출현은 아파트가 대량으로 공급되기 시작하는 때와 거의 일치한다. 중산층은 사회, 경제발전의 근간을 이루는 든든한 사회계층으로 확장되었다. 중산층의 대표적 상징은 아파트로의 입주다. 아파트를 장만해서 그 안에 살게 되는 것은 새로운 사회계층에 합류하는 안도감과 자족감을 안겼다.

아파트는 우리의 주거문화와 주거에 관한 의식에 일대 혁명을 가져왔다. 전통가옥과 비교해 편리함은 말할 것도 없고, 공간의 실용성을 극대화 시킨 구조가 그러하다. 우리네 전통적 인식 안에서 사람들이 사는 집은 외연이 넓었다. 집은 집 그 자체뿐만 아니라 손바닥만한 앞마당이든 더 작은 뒤꼍이든, 이도 저도 없으면 동네 좁은 골목길까지도 집의 범주에 들어있었다. 제 소유가 아닌데도 집 앞 골목에 채송화를 심고 나팔꽃 덩굴을 올렸던 것도 다 이런 배경에서였다. 하지만 아파트는 집의 범위를 명확하게 구분한다.

어느 조사에 따르면 현재 한국인의 50퍼센트 이상이 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또한 아파트 생활에 아주 높은 만족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나 이 조사에서 흥미로운 사실은 아파트 생활에 만족하면서도 정작 살고 싶은 집을 묻는 것에는 일반 주택이라고 답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지만 아무래도 이웃을 가리킬 때 고개를 옆으로 돌리기 보다는 위층, 아래층을 가리켜야 하는 아파트의 주거구조가 한국인들에게는 두고두고 적응되어지기 힘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웃은 공간적으로도 수평의 개념에 가까울 텐데, 편리한 아파트에 살면서 사람들은 정작 살가운 이웃을 아쉬워하는 건 아닌지.

최근에 프랑스의 지리학자인 발레리 줄레조는 세계에서 유일고도 충격적인 한국의 아파트 현상을 다각도로 살펴본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저서를 내면서 몇몇 우려의 목소리도 담았다. 그러나 이 이방인은 새로운 환경을 개척하고 그 안에서 질 높은 삶의 방식을 재창조해온 한국인의 오랜 현명함과 언제나 이웃을 향해 열린 따스한 가슴은 미처 볼 새가 없었나 보다.

*필자 김기승은 1979년부터 극단76극장, 극단 실험극장, 환 퍼포먼스 그리고 캐나다로 이민오기 직전 PMC 프로덕션 등을 중심으로 공연계에서 활동했고 연극, 뮤지컬, 영화, 콘서트, 라디오 등 100여 편의 작품들에서 연기, 연출, 극작, 기획 등을 맡아왔습니다. 제목 '추조람경'(秋朝覽鏡)은 당(唐)나라 설직(薛稷)이 쓴 시의 제목으로, 제자(題字)는 필자가 직접 썼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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