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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를 한 업종으로 분명하게 정하고, 올인하라”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4-16 00:00

Q-MEDIA solutions-허정씨

석세스 이민자 봉사단체 사무실에는 취업자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한 표어 하나가 걸려있다. ‘10 레쥬메->1 인터뷰, 5 인터뷰 1 석세스’. 즉, 50개 회사에 이력서를 내면 한 곳에서 합격통보를 받게 될 정도라는 밴쿠버 이민자들의 미미한 취업 성공률을 말한다. 그러나 그 한번의 ‘합격’을 위한 도전을 멈추지 말 것을 당부하며, 자신의 지극히 개인적인 프라이버시까지 공개한 허정씨. 그렇게 해서라도 취업을 희망하는 우리 교민 누군가에게 자신의 경험이 작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인터뷰에 응했다.

“캐나다 이민 이전의 모든 경력을 잊고 무(無)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설사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 해도, 나 스스로 용납되지 않는 조건들이 자존심을 아프게 하며 취업을 방해합니다.”

이것은 눈높이를 낮추는 것과 약간의 차이가 있다. 한국이었다면 경력만으로 자동생성되어 누릴 수 있는 모든 혜택을 포기하라는 뜻이다.

허정씨는 연세대학교 전기과 79학번으로, 비교적 엘리트 코스의 모범답안과 같은 삶을 살아온 우리나라 평균적인 40대 이민자다. 자녀들 교육을 위해 한국을 떠난 것도 비슷하다.

그는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사의 MS용 CD/DVD를 생산 공급하고, 미국 Dell 컴퓨터내의 설치용 디스크를 생산 공급하는 광역밴쿠버 내 유일한 CD/DVD 디스크 생산 전문 ‘Q-MEDIA solutions’사의 수퍼바이저로 근무하고 있다.

이민 전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취업목표 1순위인 SK그룹 ‘SKC’에서 CD와 DVD 기술팀장으로 13년 동안 일을 했고, 이후 직접 생산한 제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업계 매출 상위권의 우량 기업을 경영하던 CEO, 그 분야 전문지식과 경력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2004년 10월, 캐나다 최대 가전 유통기업인 ‘퓨처 숍’의 시간당 9달러를 받는 3개월 수습사원으로 입사를 했다. 그나마 쉬운 일도 아니었다. 한국, 일본, 네덜란드, 캐나다의 이전 거래처에 경력확인 부탁까지 하고서다. 그의 경험담은 취업을 희망하는 우리나라 40대 남성들에게 ‘취업 준비의 정석’이라 할 만하다.

‘경력만으로 부여되던 가산점을 포기하라’

“한국에서 내가 하던 일과 유사한 업종에서 일을 하기로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고 출발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경력만으로 당연히 부여 받을 수 있던 급여와 직급 등의 혜택을 포기하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준비를 하면서도 ‘과연 내가 잘 하는 일인가’ 수없이 반문했지만 분명한 것은 그것만이 내가 이 나라에서 나의 능력을 마음껏 펼쳐볼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임을 깨달았지요.”

경력도 인맥도 없는 이민자의 취업 문은 너무 멀었다. CD와 DVD라면 플레이어를 조립 생산, 해외로 수출하던 그 분야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인데(이 대목에서 화가 울컥 치솟는다) 이력서를 내도 정식 사원으로는 면접을 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허정씨는 ‘퓨처 숍’에 자신의 이력서를 올렸다. 드디어 온라인 면접 통보가 왔다. 그러나 질문은 업무관련 이야기는 한마디도 묻지 않고, “친한 친구가 너의 돈을 훔쳐 가면 어떻게 할 것인가” 등 도덕적인 테스트만 했다. 그러나 업무에 관한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사람일수록 입사를 위해서는 면접이 실력이 된다. 순발력이라고 할 수도 있고, 그것도 위기 대처 능력이라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시 온라인 테스트에 합격했다는 통보와 함께 정식 면접의 기회가 왔다.

석세스의 도움으로 인터뷰 실전 연습

취업을 준비하며 그가 가장 많이 도움을 받았던 곳은 석세스 이민자 봉사단체였다. 특히 가상 인터뷰 리허설은 결정적이었다.

“면접의 경우 솔직함보다 회사가 원하는 대답을 들려줘야 합니다. 그 다음  ‘꼭 이야기 해야 한다면’이란 전제 하에 나의 의견을 언급하는 정도에서 끝나야 합니다.”

그에게도 ‘알버타 주에 자리가 있다면 갈 수 있겠는가’ 질문에 ‘가고 싶지만, 아내와 상의 후 답변하겠다’고 재치 있게 대답, 잘 마무리 했다. 이밖에 그 회사의 기업이념과 진행중인 프로젝트, 취급하는 상품, 대외적인 이미지 등 기업정보를 수집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인터뷰 마무리를 잘 하는 일이었다.

“나의 강점과 각오 이후의 일정 등에 관해 질문을 하며 나의 인상을 다시 한번 구체화시켜 주는 마무리를 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능력이 아무리 크고 대단한 것이라 할 지라도, 그것을 펼쳐 보일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쓸모가 없다. 기회를 얻은 다음, 축적된 능력을 마음껏 펼쳐 그 분야의 선두가 되겠다는 것이 그의 취업 플랜 핵심이었다.

행운의 기회는 노력하는 자에게 찾아 온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시간당 9달러를 받으며 3개월 수습 기간으로 출발했지만, 그 회사에서 생산하고 있는 제품의 구동원리와 조립과정, 생산라인까지 꿰뚫고 있는 그의 전문성은 고객들과 회사에서 단시간에 부각됐다. 게다가 구입한 제품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고객은, 퇴근 후 달려가 친절히 알려주는 성실함까지 갖춘 그에게 고객이 몰려드는 건 당연한 결과. 20개의 항목으로 매일 체크해 철저한 능력위주의 승급제로 사원들에게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는 ‘퓨처 숍’에서 그는 8개월 만에 BC주내 사내 최고 사원 ‘TOP 10’에 두 차례나 선정되는 등,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입사 후 최소 1년 이후부터 주어지는 수퍼바이저 직급까지 가는 데는 8개월이 걸렸다.

여기서 그는 결정적인 두 번째 기회를 잡게 된다. 제품 장단점을 비교하며 원리를 설명하는 그의 전문성에 감탄하는 고객이 있었다. 한국인인 것에 더욱 놀라던 사람은 바로 ‘Q-MEDIA solutions’의 최고 책임자였다. 이후 끈질긴 스카우트 제의에도 1년을 채운 다음 자리를 옮겼다. 캐나다에서 첫 취업 후 경력 1년은 이후 취업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몇 개월 만의 퇴사는 자칫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오해 받을 소지까지 있기 때문이다.  

인맥이 또하나의 취업 열쇠

“인맥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실제 ‘퓨처 숍’에는 ‘사원의 직접 추천을 가장 우선 합니다. 세일즈 어소시에이터를 소개해서 채용이 되면 200달러, 매니저 급은 500달러, 스토어 매니저급은 1000달러를 지불합니다. 인맥으로 도저히 불가능할 때와 그 자리가 정말 급여나 근무환경이 열악해서 보통의 방법으로 채용의 길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광고를 내죠.”

경력 4년 차 허정씨의 연봉은 현재 4만달러 정도. 곧 5월에 연봉 재협상에 들어간다. 그의 전 경력에 비하면 미미한 액수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희망은 자신의 세대에서 그치지 않는 우리 교민 2세대들의 취업 문을 조금이라도 터주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 그것은 ‘인맥’, 인적 네트워크로 채용하는 이 나라의 기업문화에 한발 다가서는 결과라는 것이라는 그의 생각이다.

그의 다음 목표는 ‘Operational Manager’가 되는 것. 그리고 할리웃 영화를 DVD로 전문 제작하는 메이저(Major) DVD 제조회사에서 영화필름의 편집에서부터 생산공정까지 전 과정을 진행해 보는 것이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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