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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한 잔 하실래요?”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4-28 00:00

최현숙씨 / 코퀴틀람 센터 식혜로 만드는 구수한 쌀 막걸리

◇ 직접 담근 막걸리를 걸러 홍어회를 앞에 놓고 환하게 웃고 있는 초원의 집 주인 최현숙씨. 혹시 막걸리 만들어 판다는 오해를 받을 까봐 망설이는 그이를 설득, 기자와 함께 만든 막걸리 맛이 기가 막히다. 

예전 시골 읍내에는 막걸리를 빚는 양주장(釀酒場)인 ‘술 도가’라는 게 있었다. 골목만 지나가도 시큼한 막걸리 냄새가 진동하는 술 도가에서는 농사철 바쁜 사람들을 대신해 동네로 직접 배달을 해주기도 했다.

한 말들이 ‘말 통’ 가득 술을 담아  ‘짐 자전차’에 싣고 털털거리는 길을 달려 술 배달을 올 때면, 바퀴가 돌부리에 걸려 흔들릴 때마다 술통 위로 막걸리가 찔끔찔끔 새어 나오곤 했다. 그때마다 떨어진 막걸리가 자전거 바퀴를 따라 자국을 만들며 긴 실뱀 길을 만들어 냈다. 어쩌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술 배달 자전거를 만나면 술 방울이 떨어져 만든 가느라단 실뱀 길을 따라 엉덩이를 삐죽대며 일자로 걷곤 했다. 

이렇게 술 도가에서 직접 배달을 해주지 않는 날은, 배가 볼록한 노란색 양은 주전자를 들고 멀리 구멍가게로 할아버지의 술 심부름을 가야 했다. 두되짜리 술 주전자는 아이에게 천근만근의 무게. 힘도 들고 목도 탄다. 갈증을 식히려고 한 모금 두 모금 마시기 시작한 술은 집에 도착할 때 즈음 주전자 저 밑으로 쑥 내려가 있다. 어린 맘에 생각 해 낼 수 있는 방법이란 고작 물을 타는 일.
이처럼 시골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막걸리에 얽힌 아련한 추억이 있을 듯하다. 그래서 시큼한 막걸리 맛을  ‘구수하다’고 표현하는 게 아닐까.  

“손으로 빚어 추억으로 마시는 정겨운 우리 술, 막걸리!”

밴쿠버의 따사로운 햇살과 매화꽃이 만개한 요즘, 정원에 자리 깔고 새콤 달콤한 풋나물 무쳐 직접 담근 막걸리 상 앞에 앉으면 봄 꽃에 취하고 술에 취해 봄바람에 스러지듯 행복함에 묻힐 것만 같다.

혼자 마시기 외롭다면, 문득 생각 난 한 밤에 전화를 걸어 용건 없이 이 말 저 말 늘어 놓아도 반갑게 받아 줄 허물없는 사람들을 불러도 좋겠고, 약간의 오해로 대면대면 하던 이웃을 부르면 더 좋겠다. 허물없는 사람과 한 잔은 허물없어 좋고, 허물 있는 사람과는 허물을 걷어 낼 수 있어 좋겠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막걸리 한 사발은 그냥 술이 아니라 ‘삶의 친구’를 통칭하는 말일 게다.
밴쿠버에서도 막걸리를 만드는 한국식 양주장  ‘술 도가’가 있지만, 직접 빚어 이웃들과 나눠 마시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있었다. 그들 가운데 홍어회에 딱 어울리는 막걸리 맛을 만들어내는 최현숙(초원의 집)씨는, 시아버님과 친구들로부터 ‘최고의 술 맛’이란 찬사를 받았던 솜씨. 그이의 막걸리는 식혜로 만드는 게 특징이다. 그래서인지 술 맛이 구수하면서 뒷끝이 깨끗하다.

최씨가 식혜로 빚은 막걸리는 전통적인 술 맛에 취하긴 해도 머리가 아프지 않고, 막걸리 특유의 감칠 맛과 청량감이 있다. 막걸리 맛을 아는 사람들은 한번만 맛을 보면 ‘혹’하는 통에 ‘귀찮아서’ 남편에게도 잘 만들어 주지 않는다는 그 레서피를 만들어 달라고 졸라 1주일 만에 맛 본 술 맛이 기가 막히다. 

하지만 행여  ‘초원의 집’에 가서 ‘아줌마가 빚은 막걸리 맛 보여달라’고 떼를 쓰진 마시길. 어릴 때부터 할머니로부터 배운 막걸리 담는 법으로 새댁시절 시아버지를 위해 빚던 옛 솜씨를 밴쿠버조선일보 독자들을 위해 특별히 다시 발휘했을 뿐, 판매는 하지 않는다. 

의외로 만들기가 쉬운 이 막걸리는 기본 방법만 익히면 음식처럼 내 스타일대로 응용을 할 수 있다. 만약 마시다가 남은 술이 있다면 이스트 대신 발효제로 사용하여 ‘술 빵’을 만들어 아이들 간식으로 줘도 방부제 없는 ‘엄마 표’ 수제 빵이 된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 재료
쌀 3kg, 누룩 1kg, 이스트 티스푼 1개, 물3 리터, 베 보자기, 생수 또는 엿기름만으로 삭힌 식혜

■ 만드는 법


① 고두밥으로 찐 밥에 누룩을 넣고 으깨어 섞어 준다.
② 물에 이스트 1티스푼을 넣어 잘 섞는다.
③ 1의 재료에 2의 이스트 탄 물을 자작하게 부어 다시 비벼준다.
④ 잘 으깬 재료에 물 3리터를 붓는다.


⑤ 삼베 보자기나 면 보자기 등 공기가 잘 통하는 천을 덮는다.
⑥ 16도~18도 정도에서 3일정도 가만히 둔다.
⑦ 밥알이 동동 뜨면, 식혜를 붓는다.
⑧ 결 고운 보자기를 깔고 술을 걸러낸다.
 
■ 조리 포인트
① 식혜 만들기가 힘들면, 생수로 해도 된다. 방법은 동일.
② 술을 익힐 때 젓지 말고 밥알이 뜰 때까지 그늘에서 그대로 둔다.
 
■ Tip
알코올의 도수가 낮은 술을 원하면 이스트를 빼고 누룩만으로 발효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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