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돋나물 너! 이렇게 맛있었니?”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5-05 00:00

양은자 주부(랭리 거주)의 돋나물 연어회 냉면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아줌마 양은자씨. 밭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주문한 레서피에 금세 맛깔스런 회냉면이 만들어졌다. 

신발 안에 감춰진 발가락의 습기까지 뽀송하게 앗아 갈 듯 햇살 고운 주말, 주인이 없으면 그 집 개 ‘삼순이’라도 보고 오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무작정 지인의 집을 찾아 나섰다.

미처 훔쳐 먹을 기회를 놓친 사슴이 남긴 발자국이 움푹움푹 패어진 밭 이랑에는, 봄 바람에 물이 오를 대로 오른 돋나물이 그 집 대문 앞에서부터 지천으로 자라 있었다.

씹으면 입안에서 톡톡 터질 듯 잔뜩 물기를 머금은 돋나물에 눈이 먼 아줌마는, 주인과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밭 고랑에 퍼질러 앉아 심술 난 여편네모양 손으로 뜯기 시작했다. 비닐봉지가 차고 넘칠 즈음 나물 보따리를 챙겨들고 랭리로 내달렸다.

갑자기 찾아 가 나물 보따리 풀어헤쳐놓고, 뜬금없이 레서피를 해달라고 졸라대도 결코 샛눈 뜨지 않을 사람. 주부레서피 3회 주인공이던 양은자씨다.

“와~ 돋나물이네!”

번거롭게 한다고 욕하기는 커녕, 토실 토실한 돋나물에 숫제 반해버린 눈치. 재빨리 흙 뿌리 마디 끊어버리고 보물창고(음식재료 보관하는 냉동 냉장고)로 달려가 지난 여름 냉동해 둔 큼직한 사카이 연어 한 마리를 껴안고 들어왔다. 레서피도 없이 직접 담근 호박고추장에 식초 레몬즙 꿀 설탕 그냥 푹푹 퍼 넣는다. 보고 있노라면 “헉~” 소리가 날 지경이다.

그녀의 양념숟갈이 움직일 때마다 구경꾼들의 얼굴 근육이 미세하게 실룩거리는 걸 보며 ‘큭큭’ 웃음이 난다.

“염려 마시라! 얼렁뚱땅(?)만들어도 ‘예술 같은 맛’을 만들어낼 테니…” 말해주고 싶었지만 꾹 참고 있었다.

어떤 재료를 들이밀어도 자로 잰 듯 간을 맞춰 내는 손맛에다 부지런함이 그녀의 문제(?)였다. 일은 잘하는 사람에게 점점 더 많이 몰리는 법. 언제 어디서나 그녀 곁에는 일이 있다.

그러나 힘에 부쳐 영양제를 먹고 일어날 망정, 눈앞에 일을 놔 두고 뺀질 거리는 건 아픈 것 보다 더 질색이다. 부지런함, 알뜰함, 이 두 단어를 빼고 나면 그녀에게 남는 게 있을까. 3남매 잘 키워내고, 집안의 땅을 일구어 꽤 넓은 땅에 농사를 지으면서도 직접 수확한 호박으로 호박고추장을 만들고, 오이지에 간장 된장 담궈 먹는 그녀. 그것도 부족해서 일주일에 세 번은 외국인들을 만날 수 있는 레스토랑에 나가 아르바이트도 한다. 돈보다 일 속에서 삶의 보람을 찾고 싶어서다.

그렇게 바쁜 틈에 또 언제 뜯어 말렸는지 올해 정월대보름엔 민들레 나물을 볶아서 온 동네 돌리기도 했다. 농사일 틈틈이 직접 구운 빵으로 사람들을 대접하고, 가난한 사람이든 부자든 그녀의 집을 찾아 온 손님을 빈손으로 보내지 않는 그녀. 작은 것이라도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하고 축복으로 여기 모습에서, 찬란한 나이 20대가 아니어도 여자는 충분히 향기롭고 아름다울 수 있음을….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 재료
돋나물, 연어, 냉면
◇ 소스 : 250ml 컵 기준- 고추장 1컵, 쌀 식초 1컵, 마늘 1티스푼, 레몬즙 밥 숟갈 1스푼, 설탕 1/4컵, 꿀 1숟갈, 빙초산 1티 스푼(4인분 기준)

■ 만드는 방법

① 돋나물은 찬물에 10분쯤 담궜다 꺼내어 탈수해 둔다.
② 연어는 큼직큼직하게 썬다.
③ 양파는 둥글게 얇게 썬다.

④ 냉면을 삶아 물기를 제거하고 참기름으로 살짝 밑간 한다.
⑤ 돋나물과 연어 위에 만들어둔 초고추장, 깨소금을 넣고, 참기름을 약간 넣어 추스리 듯 살살 무친다.
⑥ 냉면 위에 돋나물 연어회를 얹고 깨소금을 살짝 더 뿌려 낸다.

■ 조리 포인트
◇ 초고추장에 빙초산 1티스푼을 넣으면 톡 쏘는듯한 새콤함이 야채와 회 맛을 한결 업그레이드 해준다.
◇ 삶은 냉면은 물기를 제거하고 참기름으로 밑간 한 다음 돋나물 연어회를 올린다.

■ Cooking Tip
◇ 초고추장에 병에 든 레몬즙을 넣으면 생 레몬 즙보다 부드러운 향기를 낸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오전 5시 버나비 마운틴·스탠리 파크는 낮에도 청정 상태 유지
광역밴쿠버는 북미 대도시 지역 중에서도 공기가 맑은 편이지만 특히 더 공기가 맑은 시간대와 장소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역밴쿠버지역청(GVRD)과 캐나다 환경부는 광역밴쿠버 대기 오염수준을 보여주는 대기오염지수(AQI)를 매일 점검하고 있다. AQI는...
한인 부동산 개발업체 뉴젠의 고층콘도 드코어라이즈(d’Corize)가 5일 분양을 시작하자마자 모두 팔렸다. 뉴젠측에 따르면 드코어라이즈를 구매하기 위해 몇몇 사람들은 지난주 2일부터 텐트를 치고 줄을 서기 시작했다고 한다. 5일 낮 12시 수많은 사람이 줄을 선...
밴쿠버한국무용단 11주년 정기공연이 1000여명의 교민들과 캐네디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화려하게 펼쳐졌다. 조선시대 기생이면서 예인 ‘황진이’의 사랑과 예술적인 삶을 춤으로 승화시켜 표현한 창작무용으로 꾸며진 공연에서 한국적인 춤사위와 고전의상은...
BC 한인동포도 다수 참가
제 36회 밴쿠버 국제마라톤 대회가 6일 밴쿠버 다운타운 일대에서 열렸다. 3000여명이 완주한 풀코스 마라톤 대회에는 토마스 옴웬가(미국, Thomas Omwenga) 선수가 2시간 25분 23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남자 마라톤 세계 최고기록은 케냐의 폴 터갓(37)이 2003년 베를린...
에어 인디아 항공기 폭파사건이 발생한지 거의 22년이 지난 시점에서 나온 증언은 충격이다. 내용의 핵심은 캐나다 정보기관이 사전에 미리 알고 비극을 막을 수 있었지만 부주의로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이 엄청난 사실은 제임스 바틀만 온타리오 부총독의...
버나비 관할 연방경찰(RCMP)은 4일 오전 8시45분경 메트로타운 스카이트레인역에서 “누군가가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오전 10시 발표했다. 경찰은 사망자에 관련한 내용은 없이 사망원인이 과실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살인 사건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춘정 일깨우는 여기는 밴쿠버! ① - 피쉬 & 칩스 해변레스토랑 'go fish'
◇ 그랜빌 아일랜드는 다양한  이벤트와 볼거리, 먹거리로 1년 내내 사람들이 몰려드는 밴쿠버의 보석과도 같은 곳이다.    ◇ 주방 크기의 건물에 나무 벤치와 작은 바가 시설의 전부. 편안하고 저렴함 때문인지 노부부들과 친구들끼리...
양은자 주부(랭리 거주)의 돋나물 연어회 냉면
봄 바람에 물이 오를 대로 오른 돋나물이...
야합(野合)은 참으로 고약한 말이지만
하퍼총리 사회간접자본에 4억1000만달러 추가투자 발표
4일 밴쿠버를 방문한 스티븐 하퍼 총리는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최대 투자를 통해 BC주가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하퍼 총리는 “우리는 다른 단계의 정부들과 협력을 통해 이번 세기 들어 최대의 사회간접자본 개발을 추진하고...
입춘 좋은 날에... 2007.05.03 (목)
입춘 좋은 날에 도그 마운틴에 올라
立春吉日逍遙犬岩山입춘 좋은 날에 Dog Mt.을 소요하며 肇春香霧起 봄이 오려나 안개향기 피어나千山烟林幽 온산연기 자욱한 숲 저리도 그윽하네大雪塡溝壑 엄청나게 내린 눈은 골짜기를 메웠는데融氷春澗流 얼음풀려 봄개천은 졸졸 흘러가네十里無人響 십리를...
천재의 사회성 2007.05.03 (목)
천재들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그래서 영화로도 많이 만들어지는지 모른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A Beautiful Mind)’를 보면 실존인물인 천재 수학자 존 내쉬(John Nash)의 이야기가 나온다. 존 내쉬는 ‘균형이론’을 발견한 대수학자였지만 동시에...
BC주정부 발달장애 지원 프로그램
발달상의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을 위한 BC주정부 지원 프로그램 아이가 돌이 되어도 기지를 못한다, 세살이 되도록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행동통제가 전혀 안된다, 침울하고 이상한 행동을 한다 등등 부모의 마음에 조심스러운 염려를...
Believe in yourself 2007.05.03 (목)
by Angela Mackenzie Last week, I finally got the chance to attend a Unique Lives & Experiences event. The North American lecture series features prominent and successful women from around the world, and is designed to motivate and challenge individuals through their personal stories. Although it’s open to anyone, it’s primarily aimed at...
ESL을 위한 취업 프로그램 밴쿠버 커뮤니티 칼리지, ESL 학생 위한 취업준비 프로그램 제공
밴쿠버와 다운타운에 3개 캠퍼스를 두고 있는 밴쿠버 커뮤니티 칼리지(Vancouver Community College, VCC)는 ESL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직업관련 프로그램들을 제공하고 있다.
성적 높으면 명문대 지원시 유리
AP(Advanced Placement) 프로그램은 졸업을 앞둔 고등학생들을 위한 상급 과정으로, 시험을 통해 대학교 학점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AP 시험의 난이도는 대학 1, 2학년 수준이며, 시험은 매년 5월 첫째 주와 둘째 주에 진행된다. 비영리 기관인 칼리지...
BCIT Aerospace Career Fair 항공우주산업 관련 전시회 열려 매년 7% 성장…인력 수요 연 3000-4000명
BCIT 항공우주 분야 취업 박람회(Aerospace Career Fair)가 지난 4월 28일 밴쿠버 국제공항 옆 BCIT 항공우주학과 캠퍼스에서 열렸다.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BCIT 항공우주학과 캠퍼스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는 항공우주 관련 분야에 관심있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다수...
춘계축구대회 조별 전력분석(3)
앤젤 모터스는 지난 2003년 창단하자마자 한인축구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던 밴 11’s의 정예 선수들이 스폰서를 받아 참가하는 팀이다.
태권도로 캐네디언 제자 400명 거느린 대학생 태권 사범 김태욱 군
꿈을 향해 질풍 노도, UBC 사이언스 전공 2학년에 재학 "태권도 통해 긍정적 태도 배워” “차렷! 경례! 품세 준비~~!”“얏~” 밴쿠버 웨스트 케리스데일 커뮤니티 센터. 우렁찬 우리말 구령을 신통하게 알아듣고 대련할 상대와 정중하게 인사를 나눈 다음 품세...
캐나다 중앙은행 데이비드 다지(David Dodge) 총재가 내년 봄 물러난다. 다지 총재의 임기 7년 동안 중앙은행은 많은 변화를 꾀했다. 그의 개인적 성향이 조직에도 반영됐으며 결과는 좋았다. 중앙은행은 안정적이고 낮은 물가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서방선진국의...
 1461  1462  1463  1464  1465  1466  1467  1468  1469  14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