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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노력하는 사람에게 온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5-24 00:00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을 마친 신문규씨.현재 이삿짐 운송업을 하고 있는 그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반드시 기회가 주어진다고 믿고 있다.

‘노력으로 점철된 삶’

흔히 뉴턴이 ‘어느 날 문득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을 발견했다’고 말하지만, 단순히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을 발견할 수 있었을까. 사과는 하나의 힌트에 불과할 뿐, 평생을 연구하면서 발견한 것이다.

어려운 과거를 딛고 안정된 일과 가정을 꾸리며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노력’이란 단어와 매우 밀접해 있다. 이렇게 특별한 놀라운 결과는 번개처럼 스쳐가는 결정적인 순간을 통해서 오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에게서도 나타나는 실례를 많이 볼 수 있다.

신문규씨. 현재 이삿짐 운송업체 ‘OK 24시 운송’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왕년에 한국에서 자동차정비학원에서 구조학과 법령강의를 하던 경기도 일대의 명강사였다. 단 한 줄로 깔끔하게 정리되는 그의 과거 이력은 취재노트 4장을 넘기고도 모자라는 다양한 스토리가 숨어있다. 산전수전 겪으며 구구절절한 인생역전 드라마가 없어도 다큐멘터리 ‘인간시대’에 나올 법한 그의 왕년. 중학교도 겨우 졸업한 어려운 환경을 스스로 극복하고 자동차정비학원 강사, 자동차정비업체 대표가 되기까지 그의 부단한 노력의 과정은 가슴 뭉클한 감동이 담겨있다. 

통장의 잔고와 재산을 기준으로 성공을 가늠한다면 그의 삶이 크게 보잘것없는 쪽으로 무게의 추가 기울 수도 있다. 그러나  ‘노력’ ‘노력’ ‘노력’으로 점철된 성실함과 캐네디언 손님들이 밀려들던 실력의 자동차정비분야에서만은 누구와 견주어도 기울지 않는다.  

지긋지긋한 가난, 중학교 졸업 후 생업전선으로

1951년생, 캐네디언 고객들에게 ‘앤드류 문’으로 불리는 신문규씨는 부산에서 태어났다. 당시 110원하던 참고서를 사서 독파를 한 다음 90원에 되팔면서 공부를 해야 할만큼 어려운 집안 형편 속에서도 1, 2등을 놓치지 않았다. 중학교를 졸업하던 해 부모님을 따라 서울로 이사를 오면서 그것마저 끝이 나고, 가족들을 도와 서울 근교의 한 과수원에 ‘일꾼’으로 생업전선에 나서야 했다. 

“가난한 집안 자식들이 일찍 철든다고, 일 끝나면 중학교 때 배운 한문을 다시 공부하고, 저녁마다 신문 사설을 읽으며 혼자 공부하기 시작했지요. 헌 책방에서 ‘붕어빵 봉지’를 만든다고 하면 책을 무게로 달아서 거의 공짜로 주곤 했어요. 헐값에 구한 ‘삼위일체 AW’, ‘정통 종합영어’와 같은 영어 교재로 문장을 통째로 달달 외우며 다녔어요. ”

운 좋으면 앞면만 사용하고 뒷면이 깨끗한 대학노트가 많은 날도 있어서, 여백의 종이를 찢어 연습장으로 사용하면서 닥치는 대로 읽고 외웠다.

그런 어느 날, 낯선 부부와 대학생이 그를 찾아왔다. 과수원 주인 아들내외와 전문대학을 다니고 있던 손녀딸이었다. ‘우리 딸의 4년제 편입학 시험을 위한 영어와 국어를 가르쳐 달라’며 그를 잡아 끌었다.

“중학교 졸업 학력이 전부인 사람이 전문대학교를 다니는 학생을 가르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거절한 그 일은, 자칫 농사꾼으로 마감할 뻔했던 그의 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다. 손녀딸을 4년제 대학교에 합격시키는 것과 동시에 그도 고교졸업 검정고시에 합격을 한 것. 그리고 뒤늦게 대학교에 입학, 만학의 꿈을 이루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로 예비군 훈련이나 몸이 아파서 결근하는 택시를 운전하는‘스페어 택시기사’로 일을 시작했죠. 밥 한끼가 1000원 하던 때 하루 3만원 정도 벌면 일주일 동안 차비와 점심값으로 딱 떨어지는 돈이었지요.”

우연한 기회에 취득한 자동차 정비사

책 읽기를 좋아하던 그는 대학에서 문과계열 공부를 했다. 자동차정비사 공부를 한 것은 군 제대를 한 후. 농촌의 농기계가 자주 고장이 나는 걸 목격하면서다.

“농촌에서 농기계가 고장 나면 최소한 이틀은 일을 못하게 되죠. 수리하는 사람이 바빠서 하루 늦어지면 일은 사흘, 농사는 한 달이 늦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수리기사가 고치는 모습을 가만히 보면, 볼트 하나 조이고 바꾸면 끝나는 잔 고장이 많더군요. 아무리 작은 고장이라도 출장비와 수리비가 만만치 않아서 농촌어른들의 부담이 크더군요.”

경기도 연천에 살던 그는 시내에 있던 학원까지 나가는 교통편이 어려워, 6개월이던 과정을 4개월 밖에 수강하지 못했지만 응시자 980명 가운데 최종합격자 42명 속에 포함될 수 있었다.

이때 자동차정비를 배운 학원으로부터 자동차정비사 자격시험의 한 과목인 ‘일반기계공학’ 강의를 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오면서, 자동차정비학원 강사를 시작했다. 월 70만원을 받고 새롭게 시작된 그의 삶은 이후 밴쿠버로 이민을 오던 94년까지 의정부 일대에서 자동차정비학원의 구조학 강사와 법령 명강사로 명성을 떨친다.   

밴쿠버 이민, 랭리에서 자동차정비업소 차려

94년, 밴쿠버에서 살고 있던 누나의 권유로 독립이민을 온 그는 처음 캐네디언 정비업소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일을 쉰 것도 아닌데 1년 만에 통장에 1200달러가 달랑 남더군요. 이때 우연히 광고에 난 자동차정비업소를 보고 찾아가서 6만5000달러에 나와 있던 업체를 3만달러에 하라는 제안에 누님과 장인어른께 돈을 빌려서 시작했죠.”

그는 기존 방식과는 전혀 다르게 일을 했다. 차가 고장 나면 직접 사용자와 똑 같은 방식으로 운행해 보며 원인을 밝혀냈다. 일반 자동차정비업소보다 약간은 저렴하게 인건비를 책정하고 차량이 들어오면 수리가 끝난 다음 다시 시운전을 통해 반드시 확인한 다음 고객에게 돌려주었다. 광고 한 줄 내지 않아도 소개로 이어지는 케네디언 손님들이 끊임없이 몰려들었고 쑥쑥 매출이 올라갔다. 건물이 팔릴 때까지 그 자리에서만 8년7 개월 영업을 하고 문을 닫았다.

현재 그는 ‘OK 24시 운송’ 이삿짐 운송업을 하고 있다. 캘거리로 이사한 사람이 준 수표가 밴쿠버에 도착하기도 전에 ‘부도’라며 통보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진심으로 감사하는 사람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지금, 때로는 실망하기도 하지만 외국에서 힘든 이사를 하는 사람들을 돕는다는 측면도 있어 보람도 크다. 지난주에는 토론토를 다녀왔다. 토론토는 크게 이익이 없어도 행복한 마음으로 다니는 코스. 바로 캐나다 육군사관학교를 다니는 둘째 아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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