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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속 번젠 호반을 거닐며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5-31 00:00

暴雨中逍遙芬鎭湖畔
폭우속의 Buntzen 호반을 거닐며

綠烟和雨暗乾坤 연두연기 봄비 되니 온천지가 어둑한데
十里平湖漲水滿 십릿길 넓은 호수 물이 불어 넘쳐나네
宿霧夜棲深樹在 간밤의 묵은 안개 숲속 깊이 남아있고
絶谷飛來百道泉 가파른 골짜기물 백갈래로 내려오네
條橋單橫雲藏岳 구름은 산을 덮고 공중다리 외로운데
憑虛一瀑水雲間 허공기댄 폭포하나 물안개속 아련하네
淋淋花雨正催詩 쉴새없는 저꽃비가 이내시흥 재촉하니
試聽林梢新葉綻 나무끝의 새잎망울 터지는지 들어보게

丁亥陽三月十一日與七人冒暴雨山行中暫歇而有感梅軒苦吟
3월 11일 7인과 함께 폭우를 무릅쓴 산행 중 잠깐 쉬는 사이 느낀바 있어 매헌은 억지로 읊다.

밴쿠버의 날씨는 대개 늦가을부터 봄에 이르는 6개월간은 거의 푸른 하늘을 볼 수 없는 우기가 계속된다. 가끔은 한국처럼 하늘에서 양동이 물을 쏟아 붓는 듯한 집중성 호우도 있긴 하지만 거의 간단없이 하염없이 내리는 보슬비의 성격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같이 산행을 지속적으로 나서는 사람들은 비가 오건 눈이 오건 무조건 집을 나서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다. 우스개 말로 좋은 날씨에만 산행을 나서는 사람들은 ‘호시절 친구(fair weather friend)’라 할 수 있을 것이요, 전천후로 산을 가는 사람들은 ‘무시로 친구(bad weather friend)’의 반열에 속한다고 할 수 있으니 겨울 산행은 진정한 산행인 채점의 시금석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진정한 친구는 잘 나갈 때 알아주고 접근하는 친구들이 아니라 나락에 떨어진 실패와 좌절, 절망 속에 용기와 희망을 주고 재기할 수 있는 힘을 실어주는 사람인 것이다.
장밋빛 꿈을 이루기 위해 조국 산하를 등지고 이민을 결심한 사람들의 십중팔구는 소위 아메리카 드림 내지는 캐네디언 드림을 실현하는 행운이 넝쿨째 굴어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실의와 좌절을 끌어안고 살아야 할 경우가 많다. 이민이란 결국 새로 시작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어디를 나오고, 어떤 사회적 대우와 지위를 누렸건,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그 모든 특권의식을 내려놓는 사람만이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를 낮추어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자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이민 전 한국에서 누렸던 모든 것들이 이곳에서도 당연히 굴러들어와야 한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비교심리(comparison mentality)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악재로 작용하기 시작한다고나 할까. 이민은 한마디로 초등학교 운동회 때 팬티와 러닝 셔츠만 걸치고 100m 달리기에 나선 아동들에 비교할 만하다. 한국에서 박사를 했건 초등학교만 나왔건, 사장을 지냈던,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이전 상태(Status quo ante)가 일순간에 제로화되고 모든 사람들이 제로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지 않을까. 필자는 32년간의 이민 생활 속에서 그 알량한 비교 심리에 짓눌려 역이민을 하거나 무위도식하며 세월만 허송하는 사람들을 부지기수로 보아왔기 때문이다. 
이민에 성공한 사람들 대부분은 ‘한국의 자아’를 완전히 버리고 새롭게 출발한 사람들이다. 알량한 자존심을 버리고 출발하니 세상이 바로 보였을 것이고, 할 일이나 기회를 찾은 것이지 않을까. 북미 사회는 얼렁뚱땅 대충 살아도 돈이 벌리고 출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자기가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는 단순 산술만이 통하는 곳이다. 70,80년대 이민온 사람들은 거의가 가져온 재산 없이 맨주먹으로 출발한 사람들이라 막말로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소위 3D업종을 거의 편력했었다. 토론토에 떨어진 사람들은 양쪽 다리에 깡통을 동여매고 골프장을 기며 날밤을 꼬박 새우는 ‘지렁이 잡이’나 남들이 곤한 잠에 떨어진 시간에 일어나 꼭두새벽까지 고층빌딩을 청소하는 청소부 아니면 공돌이 공순이 생활을 안 해 본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워낙 한국이 찢어지게 가난할 당시라 달러를 가져오는 것도 최대 한도가 고작 200달러에 불과했으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라고 하지만 최소한 그 당시 이민자들은 이러한 보병 정신이 투철했던 것만큼은 어김없는 사실이다. 정신의 결핍은 곧 교민사회의 병폐로 연결되기 마련이다. 교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철저하게 자기를 비우고 겸허한 마음으로 살아갈 때 우리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이 땅에 뿌리내리며 살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필자의 견해는 200여 년 전 실학사상의 대가로 알려진 박제가의 북학의에도 나타나 있다. 박제가는 당시 외교사절로 청나라 연경을 방문하는 길에 중국의 진보된 문물 제도와 생활 양식을 보고 충격을 받은 글을 싣고 있다. 중국에 가보니 지체가 높은 사람들도 물건을 사러 다니는 것을 목격한 박제가는 우리나라 사대부들이 겉치레만 숭상하면서 놀고먹는 현실을 개탄하였던 것이다. “중국 사람들은 가난하면 장사꾼이 되는데, 참으로 현명한 일이다…우리나라 풍속은 겉치레만 숭상하고 뒷일을 염려하여 꺼리는 것이 많다. 사대부는 놀고 먹을지언정 일하는 것이 없고…짧은 저고리 바람으로 모자를 쓰고 팔고 사는 것을 외치며 시장을 지나가거나, 먹줄과 칼과 끌을 가지고 남의 집에서 품팔이하면 부끄럽게 여겨 비웃고 그 혼인길을 끊지 않는 사람이 거의 드물다고 해야 할 것이다(中國之人貧則爲商賈苟賢矣……我國之俗尙虛文而多顧忌 士大夫寧游食而無所事…其有短袂草笠呼賣買而過于市 與夫持繩墨挾刀鑿 而儷食於人家 則其不慙笑 而絶其婚姻者幾稀矣). 
 
박제가의 이러한 지적이 200년이 지난 오늘에도 한국인들의 병폐로 남아있는 것을 보면 참으로 날카로운 지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캐나다가 박제가가 본 중국과 무엇이 다르랴. 이민의 성공은 바로 박제가의 이러한 지적을 뼈저리게 통찰하고 다시 시작하는 정신에 있음을 그 누가 부인할 것인가. 충무공 이순신이 말한 ‘죽기로 싸우면 살 것이요, 무조건 살겠다고 하면 죽는다(必死則生 必生則死)’라는 교훈도 참고로 하여 살아간다면 누구나 이 땅에 뿌리내리며 캐네디언 드림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산행은 바로 이러한 정신의 함양에 더 없이 좋은 심신 단련 운동임은 두 번 다시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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