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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끔찍하게, 부부싸움은 깜찍하게 하죠~!”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6-01 00:00

이 부부가 사는 법 K(Korea) x C(Canada) 커플- 양필성 & 양말레나 부부

깨소금이 떨어진다. 아니 아주 깨 밭에서 막 털어 온 깨로 갓 볶아 짜낸 참기름이 뚝뚝 떨어진다. 그 주인공은 양필성, 양말레나 부부. 5년 전 오늘(6월1일) 2년간의 연인관계를 청산(?)하고 결혼에 골인했다. 지난 주말 삼겹살 집 석기시대에서 양필성, 양말레나 부부를 만났다.  신혼이 지나고도 이태는 지났을 무렵이건만, 서로를 향한 눈빛이 ‘빨아들일 듯’ 강렬해, 무뚝뚝한 대한민국 남자가 본다면 ‘징글 징글’하다 했을지도……
“내가 말 할까?”
“아니! 내가 할 거야.”
부부는 어릴 적 소꿉친구처럼 시시콜콜 물어보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양말, 삭스! 한국에서 사람들이 ‘양말 말리나?’ 놀렸어요.”
통통 튀는 목소리로 까르르 웃으며 에피소드를 엮어 이름을 주입시키는 그녀. 우리나라 사람들과 결혼한 외국인들은 많지만 썩 훌륭하지 못한 우리말 솜씨를 미안해 하거나 혹은 우리가 영어를 알아서들어주길 원하는 것과 딴판이다. 그래서 그녀가 외국인임을 크게 느낄 틈도 없었다.  

◆ 열 두 살 띠 동갑 이 부부의 천생연분

두말하면 잔소리. 열 두 살 띠 동갑인 두 사람은 밴쿠버에서 3시간거리의 북쪽 캠룹스에서 친구 소개로 처음 만났다. VTC에 유학하던 양필성씨는 아내를 만나기 전 결혼 상대로 점 찍은(?) 사람이 따로 있었다. 연인관계는 아니었지만 양가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두 사람의 결혼을 기정사실화 하던 사이였다.
“엄마의 절친한 친구의 딸인데 어릴 때 함께 자랐고 커서는 직접 만나지 못했지만 부모님들끼리 결혼을 시키자고 약속을 했죠. 토론토에서 살고 있던 그 친구와 전화와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사랑을 시작해 볼 생각이었는데 운명처럼 이 사람을 만난 거죠.”
깨어졌다. 두 사람은 물론 어머니들의 관계도 깨어졌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내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 때, 사람들은 보통 ‘운명’이란 말을 쓴다. 어머니끼리 절친한 우정을 나누며 ‘철떡’ 같은 약속을 했어도 ‘찰떡’같은 ‘천생연분은 그렇게 엉뚱한 곳에 있었던 것.  외국인 며느리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기 이전, 오랜 우정이 깨어지게 된 어머니의 뻔한 반대는 있었지만 아들의 결정을 따라주었고, 만난 지 6개월 만에 부모님을 모시고 캠룹스에서 약혼식을 했다. 

◆ 완벽한 준비, 눈이 망친 프러포즈. 그러나……

“장인어른이 시각장애인이신데 탄탄하게 사업을 하시는 분인 만큼 철저하고 완벽한 반면, 좀 고지식한 면이 있으세요. 퇴근길에 집까지 데려다 주되 차는 딸과 함께 못 타게 하셨어요. 캠룹스는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라 말레나 회사에 가서 자동차 위에 눈을 치워두고 기다렸다가 퇴근하면 각자 차를 타고 집까지 바래다주곤 했죠.”
“내가!! 내가 말할게~”
프러포즈가 꽤 감동적이었던 듯. 숨가쁘게 남편을 가로막으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날의 감동을 속사포처럼 쏘아대는 그의 프러포즈를 한글버전으로 정리해보면 이렇다.
전날 밤부터 양필성씨가 친구들을 동원해 풍선 30개를 불어 차 트렁크에 채운 다음, ‘결혼 해 줘’ 리본도 풍선 하나에 매달았다. 다음날 발목이 삐었다는 핑계로 브러시를 꺼내달라며 그녀를 차 뒤로 가게 한 다음, 그녀가 트렁크를 여는 순간 오색 풍선이 하늘로 올라가며 청혼 리본도 펼쳐지고, 눈밭 위에 꿇어 앉아 반지를 건네며 그녀에게 청혼하는 것이 그의 원래 시나리오. 그러나 그날따라 캠룹스에 폭설이 내려 그의 차 트렁크가 얼어붙어 열리질 않았다. 발목을 삐었다고 했던 사람이 나서서 차 트렁크를 발로 차고 주먹으로 두드리며 어찌어찌 열었는데 이번에는 청혼 리본이 습도로 풍선에 얼어붙어 버렸다. 이벤트는 계획했던 대로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눈밭에 꿇어 앉아 반지를 건네는 로맨틱한 마무리는 완벽했고 지나가던 사람들까지 서서 박수를 쳐 주었다는……
감동한 여자와 결혼한 두 사람은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잘 살았다. 아니, 그들의 행복은 지금도 앞으로도 쭉~ ing~.

◆ 이 부부의 사랑

“반지… 요기 하트 네 개 보여요? 4주년 결혼기념일에 남편이 사준 거에요. 결혼 1주년에는 한국여행을 갔어요…… ”
호호 하하 ~ 까르르 웃으며 남편이 그녀에게 해 준 이벤트와 선물을 쏟아내는 그녀. 브레이크 없는 행복 질주를 하고 있는 그녀의 말에 급제동을 걸었다. 그렇다면 말레나 당신은 남편에게 무얼 주었나요?
“사랑요.”
한 점 망설임 없이 ‘사랑’이라는 그녀. 통통 튀는 아내를 그저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남편은 “살다 보니 예쁜 건 착한 걸 따라오지 못하더라”는 한마디를 아내 말 속에 섞는다. 이 말에는 ‘아내가 예쁘기도 하고 착하기도 하다’란 의미가 담겨있다. 대화 내내 영어 서툰 사람은 못 본 체 하면서도, 혹여 아내 말레나가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할 까봐 중간중간 확인을 하면서 대화를 이어가는 남편 양씨의 배려가 약 오르지만 참 흐뭇하다. 
“이 나라에서는 남자가 받는 선물은 없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말레나는 한국적인 정서가 많아서 저는 늘 선물을 받는 기분이 들어요. 남편의 말을 지나가는 한마디도 흘려 듣지 않거든요. ”
태권도 공인 6단을 소유한 양필성씨가 언젠가 폐타이어를 묶어서 달리는 연습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캐네디언 타이어와 월마트 등을 뒤져 폐타이어를 구해 발목 줄까지 만들어 놓아서 남편을 감동시켰다. 이런 식의 선물이다.   
“대화가 잘 통해요. 꼭 그래 그래 맞장구 치지 않아도 부부 사이의 대화란 마음속에 있는 느낌을 서로 잘 알아차리고 싫은 건 거슬리지 않게, 좋은 건 더 많이 해주려고 노력하는 거잖아요.”
남편 말에 이어 말레나의 보충설명이 장황하게 이어진다.
“서울에서 3년 동안 정철어학원에서 일할 땐 시어머니와 동네 아줌마들이랑 김장 김치도 담궈보고, 불고기와 만두도 만들었어요. 한국을 가기 전까지는 서로 이해하려고 해도 저 남자가 왜 저런 행동을 할까 상상을 할 수가 없었는데, 한국에서 살면서 한국남자들은 이렇구나…… 이해하게 되었죠. “
아내가 ‘쿵’하면 남편이 ‘짝’하는 이들 부부. 아내가 눈, 코, 입 이목구비가 깎아놓은 조각처럼 선명한 반면, 전형적인 동양인 남자의 평범한 얼굴의 두 사람은 실제 닮은 구석이라곤 전혀 없는데 ‘판박이’같은 느낌을 준다.

◆ 부부싸움 그리고 매력 털어내기

“여리고 착하면서도 애교도 많고 귀여운 게 마음에 들었어요. 나이로 인한 세대차이는 없는데 국제결혼 한 부부라서 싸우는 것이라기 보다, 부부이기 때문에 누구나 싸우는 그런 작은 싸움을 한 1년 동안은 정말 치열하게 했어요.”
예를 들면?
“변기 뚜껑을 나는 올려서 쓰고, 자기는 내려서 쓰는데 꼭 나한테만 왜 올리지 않느냐고 잔소리를 해요.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습관 같은 건데, 그래서 협상을 했죠. 내가 쓰고 나면 내려놓고 반대로 당신이 쓰고 나면 올려놓자.”
남편 양씨는 싸우면 집 밖을 나가서 잠시 정리를 하고 돌아오는 편. 아내는 그 자리에서 바로 대화를 하든 싸움을 하든 해결을 봐야 하는 성격. 그것도 살다 보니 적당히 지치고 적당히 피할 줄 아는 지혜로 요즘은 휴전이 최고라는 걸 깨달았다고.
이 부부가 할 줄 모르는 게 두 가지 있었다. 인터뷰 내내 잡은 손도 놓을 줄 모르고, 인터뷰 내내 웃음을 그칠 줄 모른다는 것. 이들과 한 시간 동안 나눈 대화에서 전염된 바이러스가 헤어지고 며칠 동안 가슴을 따뜻하게 물들였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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