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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주는 작업이 애니메이션”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6-07 00:00

특별한 과거, 이 분야 전문가-왕년에... 전 애니메이션 기획사 대표/ 현 노스밴쿠버 리딩타운 원장 차종규 씨

◇ 한국에서 애니메이션 공모전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며 100여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대표이기도 했던 차종규씨는 MBC 기획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앞으로 독립 창작 작품을 모아 밴쿠버에서 작은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을 열 계획을 갖고 있다.

◆ 99년 MBC 애니메이션 기획공모전에서 대상 수상

한국에서 가장 보기 힘든 영화가 저예산 독립영화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애니메이션은 더욱 뜸하게 만들어지는 저예산영화에 속한다. 그래서 혹자는 애니메이션을 ‘산비탈 돌밭에서 농사를 짓는 일과 같다’고도 했다. 울퉁불퉁한 산비탈 땅에서 돌을 골라내 듯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는 과정을 거쳐 한 작품이 탄생하는 제작여건을 빗댄 것.

차종규씨는 이 같은 척박한 애니메이션 제작환경에서,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순수 창작 애니메이션을 기획 제작하던 기업 ㈜칼라뱅크 대표.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뒤지면 어렵지 않게 그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91년부터 그가 기획하고 제작한 애니메이션은 100여 편에 이른다. 대표작으로는 2000년 KBS 위성방송에서 방영했던 ‘풍우리와 진두리’, 황순원의 ‘소나기(97)’, ‘치포와 알깨비’, 일본 만화를 재기획한 ‘헬로키티’, MBC ‘뽀뽀뽀’를 통해 100여 회 방영된 ‘붐이와 담이 부릉부릉’ 등. 특히 ‘치포와 알깨비’는 99년 MBC 기획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그의 독창성이 최고로 빛나던 작품이었다.

◆ 강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강의, 춘천 애니메이션 산업 주역

언젠가 창업관련 인터뷰 요청을 정중히 거절했던 차종규씨는 애니메이션 이야기를 하자는 제의에는 목소리가 달라졌다. 그렇게 그 일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애니메이션 기획을 시작한 91년 이후부터 그의 세상은 ‘애니메이션’ 한 방향으로만 향해 있다. 강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강의를 한 것도, 만화가들의 모임인 ‘우만연(우리만화연대)’ 에서 만화가 박재동씨와 활동, 춘천 애니메이션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춘천을 애니메이션 산업단지로 발전시킨 공로까지 모두가 애니메이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것들이다. 대학원에서 마케팅을 전공하고 기업에서 일반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던 그가 애니메이션을 하게 된 것은 91년 일본 애니메이션 ‘반딧불이 묘’를 보고서다. 이 영화에서 ‘애니메이션을 보고도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한다.

‘나는 죽었다’로 시작되는 ‘반딧불이 묘’의 배경은 2차대전이 한창이던 일본 히로시마. 전쟁 속에서 엄마가 숨진 후 남매가 겪는 고생을 처절하게 보여주며, 포화를 피해 방공호에 숨어들어 굶주림과 두려움 속에서도 반딧불이를 잡아 모기장 속에 풀어두고 깜깜한 어둠을 밝히는 남매의 이야기다. 아이다운 행복을 잃지 않는 모습을 통해 희망을 이야기하려는 듯 보인다. 그러나 결국 여동생이 숨지고 전쟁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불행해 질 수 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만약 배우의 연기를 통해 만들어지는 일반 영화였다면, 반딧불이 불빛을 그렇게 아름답게 표현할 수 없었을 겁니다. 애니메이션만이 그려낼 수 있는 영상으로 불행조차 아름답게 보여줄 수 있는 거죠.”

‘반딧불이 묘’에서 그가 받은 감동은 꽤 컸었던 듯 하다. 이후 만화의 배경이 된 일본 히로시마의 공원을 수 차례 방문하며, 개인 작업실을 마련했다. 이때가 91년. 본격적으로 ㈜칼라뱅크를 설립하고 애니메이션 제작을 하게 된 것은 그로부터 다시 2년 후인 93년이었다. 

그러나 단순히 한 영화에서 영상이 주는 감동만으로 애니메이션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미래 산업으로 부가가치를 보았고,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주어야 하는 의무와도 같은 ‘꿈’을 주고 싶은 고집스러움이 숨어 있었다.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은 ‘창의력 부족보다 사실 돈이 더 큰 문제’라고 하는 목소리가 나올 만큼 제작비의 문제가 심각한 제작여건에서도, 외부 하청작업을 거부하고 오직 순수 창작물에만 매달렸다. 보통은 이렇게 순수 창작물에 매달리고 싶어하더라도 자본에 의해 무너지는 게 대부분. 그가 고집을 꺾지 않을 수 있었던 데는 애니메이션 분야 중에서도 기획과 마케팅 전문가라는 마케팅 능력도 한 몫을 차지했다.

◆ 애니메이션을 스폰지처럼 흡수하던 시절

그가 항상 작품을 기획하고 제작하며 잃지 않으려고 애쓰던 것이 또 하나 있었다. ‘작품’다운 ‘작품’만 고집하며 대중성을 버리는 터무니 없음과 내 것만 최고라 고집하는 자만심을 경계한 일이다.

“어른들의 그런 욕심이나 생각이 아이들의 마음에 보이지 않게 자리를 잡기 때문입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애니메이션을 보며 아름답게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좋은 작품’, 그리고 관객층이 좁은 문화 콘텐츠인 애니메이션을 쉽게 풀어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출구를 막지 않으려고 노력한 일이죠.”

이 대목에서 그의 얼굴에 슬며시 웃음이 번졌다. 만화 속 주인공 누군가를 떠올렸음이 분명했다. 그렇게 그는 애니메이션 이야기만 나오면 금방 수많은 캐릭터들과 대화 속으로 빠져든다.

정말 재미있게 일한 작품으로는 북한 개 ‘풍우리’가 평양에서 서울로 건너와 남한의 ‘신세대 강아지’ 진두리를 만나 언어와 문화 차이로 티격태격하게 되는 목소리 연기를 ‘미달이’ 김성은이 능청스럽고 깜찍한 북한 말투를 구사해 재미를 더해준 영화를 꼽는다.

◆ 밴쿠버 이민, 그리고 현재에 느끼는 행복함

만약 애니메이션을 예술로 분류한다면, 그는 냉철한 기획자로 단정지어야 할 듯. 본인을 “따뜻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싶어 하는 그의 이미지는 반대로 ‘차가운’ 편에 가깝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내가 만든 작품을 내가 봐도 감동할 수 있는 잘 만든 애니메이션 작품’을 만들고 싶던 희망을 이루게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2001년 가족들을 먼저 밴쿠버로 보낸 다음, 한국에서 2년을 더 애니메이션을 껴안고 있었다. 그렇게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버리고 어떻게 한국을 떠나왔을까.

“자연환경에 반해서죠. 평소 유럽풍의 몬트리올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밴쿠버의 자연환경은 내가 상상하고 좋아하던 그 분위기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어요. 아이들에게도 미국과 가까운 밴쿠버가 나을 것 같기도 했구요. 애니메이션은 영원히 제게서 분리 될 수 없는 분신 같은 거죠.”

그의 말처럼 MBC ‘뽀뽀뽀’에서 방영한 ‘붐이와……’라는 작품명 ‘boomikr’을 이메일로 쓰고 있는 그에게 애니메이션은, 사방 강렬한 불빛아래 미처 투영되지 못해 감춰진 그림자 같은 것이다.
현재 그의 명함은 밴쿠버 ‘리딩타운 노스밴쿠버’ 어학원 원장. 향후 한국과 캐나다의 독립작품들만 모아 밴쿠버에서 작은 페스티벌을 열어보고 싶은 꿈을 키우는 것과 동시에 효율적인 영어 학습을 위한 애니메이션 접목 학습 프로그램 개발도 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영상을 통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만화 속 주인공에게 숨결을 불어 넣고 생명을 주던 그는 이제, 아이들에게 영어 동화책을 골라주고 대화하며 또 다른 아이들의 세상에서 살고 있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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